이런 식의 실용서는 딱 질색이지만, 요즘의 나는 새롭고 다양한 것을 해보자는 모드여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휘리릭 보고 되팔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생각을 곱씹게 만드는 구절이 많았다.
휘리릭 보고 되파는 책의 대부분은 너무도 단순한 이분법으로 대상을 바라본다. 그러니 쌀로 밥한다는 뻔한 소리의 반복 또 반복이 되고, 공감하기 힘들 수밖에.
이 책은 그보다 똑똑하게 접근한다.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로 이원화하지 않고, '뜻하지 않는 디미니셔' 층을 만들어냈다. 의도는 그렇지 않은데 결과가 디미니셔였던 상황, 누구나 한 번쯤은 있지 않나.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들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조직 내외 협업, 프로젝트 리딩, 인턴 슈퍼바이저, 스타트업 피드백... 여러 관계 속에서의 나는 어떤 모습인가. 특히 스타트업과의 협업에서 피드백을 할 때 과연 어디까지 깊게 들어가야 할 것인가, 언제까지 펜을 쥐고 있고 언제부터 펜을 놔야 할까는 한동안 고민했던 주제다. 명쾌한 솔루션은 아직 찾지 못했고, 책을 읽어도 힌트를 얻을 순 없다. 그래도 이런 책을 계기로 기본적인 태도와 방향성을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해답이 보이지 않을까.
p.214 스스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으려고 애쓰느라 에너지를 소모하는 리더가 너무 많다. 하지만 지지가 형성되기는커녕 마지못해 리더의 의견에 따르는 사람들 사이에 불만만 늘어난다. 먼저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데 에너지를 쏟아 이런 패턴을 바꿔라. 목소리를 내고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만들면 동의와 지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p.220 능력을 소유하지 않는다
무언가가 정상 궤도를 벗어났을 때 당신은 주도권을 얼른 가져와 해결해버리는 리더인가, 아니면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리더인가? 펜을 들어 당신의 의견을 추가하고 나서 펜을 다시 돌려주는가, 아니면 당신의 호주머니에 집어넣는가?
멀티플라이어는 사람들의 성공에 투자한다. 잠시 끼어들어 방향을 가르쳐주고 의견을 들려주기도 하지만 언제나 책임감을 다시 사람들에게 돌려준다.
p.242 능력을 소유하지 않는다
내가 수정하기엔 너무 벅찬 문장이었다. 나는 명석한 '케리'라면 당연히 수정할 방법을 알겠지 싶어서, 옆의 여백에 '어색함'이라고만 표시해두었다.
(중략) 나는 기업 세계에서 일하는 동안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었다.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내 책상에 문제만 던져놓는 팀원이 있으면 반드시 들려주었다. "'해결했음' 대신 '어색함'이라고 써놓지 말라"는 교훈을 전해주었다.
p.245 능력을 소유하지 않는다
멀티플라이어는 '사람들은 똑똑하므로 해낼 수 있다'라고 믿는다. 때문에 투자자가 되어 늘 책임감이 사람들 쪽으로 굴러가게 하는 것이다. 멀티플라이어는 성공에 필요한 자원을 투자하고 과정에 참여해 조언을 해주고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펜을 다시 돌려주어' 사람들이 책임감을 갖고 기대한 성과를 내도록 한다.
p.323 디미니셔에 대응하기
'멀티플라이어 영향력 강화하기'는 디미니셔 사이클을 깨뜨리는 훌륭한 전략이지만, 단지 디미니셔에 대해서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 주변의 모든 사람에 대해 유익한 효과를 낸다. 그것은 '천하무적 기여자', 즉 디미니셔 상사나 동료의 부정적 기운에도 아랑곳없이 계속해서 자신의 최대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