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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우뚝 Apr 13. 2024

나의 해외유학 준비기(4)

하버드 케네디 스쿨

첫 지원은 하버드였다.


하버드 지원 시기가 가장 빨랐기 때문이다. 12월 1일이 마감일이었다. 정말 체계적으로 해외유학을 준비했더라면 7~8월 여름 중 빡세게 모든 점수를 만들고, SOP 뼈대도 다 잡아놓고 Early Admission을 노려보아야겠지만, 나는 11월 초에 회사지원 통보를 받고 부랴부랴 절차들을 시작한 터였다. IELTS 점수를 11월 말이 다와 가는 중순에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상 SOP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열흘 정도였다.


나는 하버드 MPA2, MPP, MPA/ID, 그리고 MC/MPA 중 MC/MPA를 지원하기로 했다. 커리어상 MPA/ID가 끌리기도 했지만, 도저히 GRE를 칠 여유가 나지 않았고 또 MPA/ID는 말이 국제개발이지 정말 아카데믹하고 계량경제학 베이스라 졸업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이상 경제학 석사였습니다.) MC/MPA는 IHEID와 Dual Degree를 제공해서 국제개발 + 행정학이라는 combination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7년 이상의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만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맘에 들었다. 가능성이 충만한 어린 친구들과 빡세게 공부를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나는 이미 석사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점에 집중했다. 지식과 네트워크의 외연 넓히기. 내가 배울 점이 많고, 나를 끌어줄 수 있는, 나보다 더 훌륭한 경험을 이미 쌓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또, 하버드 MC/MPA에는 Edward S. Mason Program이 있었다. Mason Fellow로 특정하여 지원, 합격해야만 참여할 수 있는 매우 선별적인 과정이다. 대부분 개도국, 신흥국의 리더들을 타깃으로 하는데 특이하게 우리나라 국적자도 Mason Program에 지원할 수 있다. (우리나라랑 싱가포르는 있고, 일본은 없다.) 알려진 Alumni 중에는 전 UN사무총장, 전 대통령 & 노벨상 수상자 등이 있었고 내가 아직 모르는 무수히 많은 훌륭한 alumni들이 있을 터였다. 함께 공부할 친구들은 석사를 마치고 미국에 남기보다 각 국으로 돌아가 모국의 발전을 도울 재원들일 것이다. 사무소에 나가면 그 친구들이 나에게, 또 내가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을 휘리릭 정리하고 Apply Now 버튼을 클릭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무수히 많은 Essay 항목들... 실화? 아마 지원자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학교 측의 의지 + 어중이떠중이 지원자를 걸러내려는 심산이 아닌가 싶다. 내가 만났던 항목들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내가 작성한 컨셉은 청서와 같다.)


Career goal essay: Submit a statement that discusses your career goals, as well as the factors that led you to select the Mid-Career MPA program as a means of furthering your personal and professional goals. Be as specific as possible in describing how your expected course of study will enable you to build on your prior professional experience and achieve those goals. (500 word limit) → 나의 비전 (내가 열쒸미 일하는 이유를 무슨 기업 슬로건스러운.. 광고 카피 같은.. 간쥐 나는 말로 포장)을 제시하고 중기, 장기 목표들을 설명했다. 그리고 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교수님의 어떤 수업을 듣고 싶은지 얘기했고, HKS의 diverse 한 환경, future and established leaders를 만날 수 있는 HKS community 등이 나의 커리어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서술했다.


Professional contribution essay: The Harvard Kennedy School motto, echoing the President for whom the School is named, is “Ask what you can do.” Please share with the Admissions Committee how you have created positive change thus far in your most substantial professional leadership and/or public service role. (500 word limit) → 임기를 연장하면서 코로나19 대응 활동을 이어간 경험을 설명했다. 그리고 말미에 한국 대통령이 케네디스쿨에서 한 연설을 언급하며 courage와 solidarity라는 가치를 지속 추구하고 싶다고 했던 듯하다.


Personal history essay: Harvard Kennedy School believes that academic excellence and personal growth rely on engaging with varied perspectives, embracing our unique differences, and relishing healthy debate. Please share how you would contribute to the vibrant and diverse learning environment that is HKS. (250 word limit) → 와 정말 수십 번 엎었던 에세이다. 어떤 사람에겐 250 단어가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큰 굴곡 없이 살아온 한국인들에겐 매우 어려운 에세이일 듯하다. 사회구조적으로 어려움에 처했던 점을 설명하려다 절대 그걸론 개도국 친구들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스토리 사이에서 stand out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봉감독님 & 스콜세지 감독님이 말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라는 메시지를 상기하고, 개인기(?)로 돌파하기로 했다. 내가 마음에 극도의 불안을 가지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그 불안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만 Risk assessment를 하는 역량으로 키워냈다..(?)라는 다소 병맛 서사로 마무리지었다. 지원서를 내고 나서도 한동안 찜찜했던 에세이인 거 ㅇㅈ....


Adversity essay: Describe a time when you faced adversity or a significant challenge to achieving your goals, and how navigating through this shaped your educational or career trajectory. (250 word limit) → 산골에 지어진 보건소 살려내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을 들였던 적이 있다. 그 얘기를 적었다. 250 단어 제한으로 내가 그 역경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까지만 적고 어떻게 그걸 활용하겠다는 얘기는 못했다. 그래서 제출 후 약간 찝찝했다.


Perspective essay: Describe a time when interactions with others and/or an experience caused you to change your mind or expanded your point of view. (250 word limit)  → 대학원 학생회 경험을 적었다. 효율성과 정도 사이에서 고민했으나, 결국 정도를 택하기로 했다는 내용.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가 생각해도 정말 좋은 스토리였다. 하버드 학부를 나온 친구에게 위 에세이들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았는데 그 친구가 정말 고맙게도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근데 이 에세이는 정말 손댈 곳 없이 퍼펙트하다고 칭찬해 줬었더랬다. 흐뭇.


혹시 5개? 껌이지~~라고 생각하였나? 그럼 하버드가 아니G... 온갖 Statement를 내라고 하는데, Essay보단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써도 되겠지만 그래도 또 한국인은 모든 옵셔널 다 쓰고, 모든 항목에 최선을 다해야 맘이 편하지 않은가? 나도 그랬다. 근데 솔직히 쓰면서도 빡친 것은... 중복적인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수천 개의 서류를 보는 Adcom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지원자의 배려(?)라고 할지언정, 그래도 이건 너무 많지 않은가 싶었다. 예를 들어, CV를 내는데도 Biographical statement로 n줄 요약을 시킨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아무렴. 근데 Background summary statement라고 뭘 또 쓰라 한다.


앞서 얘기한 정말 개고생 해서 만든 IELTS 점수 냈는데, 또 English language statement를 쓰라 한다. 무려 접수비 30만 원을 내고 친 공신력 있는 영어성적표인데, 내가 왜 영어를 잘하는지 또 설명하라니!!!!! 한술 더 떠서 점수가 나의 영어실력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Video essay를 녹화하라고도 하는데, 이건 좀 선 넘었다 생각하고 한국인인 나도 pass~ 여하튼, essay 같은 essay 같지 않은 essay 같은 statement들은 다음과 같다.



Optional statement: If you have any concerns about your prior academic, professional, or personal background that you would like to share with the Admissions Committee, please provide an explanation. (250 word limit)


Biographical statement: In 150 words or fewer, provide a biographical profile. Your résumé will contain detailed information on your academic history, professional/internship/volunteer positions held and specific accomplishments. What we seek here is a concise description of your academic/professional journey, career exploration, and areas of interest. Please type your biographical statement in the paragraph box below.


Background summary statement: In 300 words or less, summarize your professional profile/background. Your résumé will contain information on titles, positions held, and specific accomplishments, what we seek here is a concise description of your professional journey, career progression and areas of expertise/experience. Specific information on the level of responsibility and impact/scale of work performed to provide context is encouraged.


English language statement: The rigor and pace of the learning environment at HKS requires students to possess advanced proficiency in the use of English. While English test scores (TOEFL, IELTS, or Cambridge English exam) are required for applicants who do not speak English as a native language or who did not receive an undergraduate degree conducted in English, we require all Mid-Career MPA, Mid-Career MPA Mason, and Two-Year MPA applicants who do not speak English as a native language to submit a language statement detailing previous study and usage of English.


이 지난한 SOP 작업 과정을 거치고 나서 제출 >> 100불 결제하면 끝이다! SOP는 한글로 얼개를 좀 짜본 뒤 영어로 썼고, 영문 감수를 맡겼다. 다 맡기지는 않았고 긴가민가한 부분에 대해서만 의뢰했는데 단어당 60원 냈던 거 같다. 한국에 오래 산 미국인 샘이었는데, 정말 타이트한 스케줄에도 어메이징한 속도로 협조해 주셨다. 그리고 감수는 사실상 콘텐츠는 안 건드리고 그냥 모양만 다듬어주는 것인데.. 이 선생님은 에세이에 대한 의견도 때때로 덧붙여 주셔서 정말 좋았다 (ex. A문단과 B문단 순서를 바꾸는 게 더 좋아보인다, C 스토리보단 D 스토리가 더 appealing하다 등)


참, 콘텐츠에 대해 상담을 해주는...심지어 써주기까지 하는!! 그런 서비스가 있다는 걸 SOP를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 서비스 너무 비싸기도 했고,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250 단어에 30만 원 above라 했던 듯)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자기는 감수 따위 하지 않는다며, 프로젝트만 한다 했다. 프로젝트가 뭐죠? 물었더니 뭐 1-2년의 시간을 두고 준비하는 거라는데, 결론적으로 스펙을 만들어주는 일인 듯했다. 스카이캐슬은 실화였다. 도덕적 문제가 젤 크지만, 자신을 위해서도 SOP는 직접 쓰는 게 좋다. SOP를 쓰면서 내가 나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고, 학교와 나의 fit에 대해서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수십 번 아주 미세하게 달라진 에세이를 보내며 의견을 물어봐도 친절히 읽고 피드백 준 ㅊㄷ, ㅋㄹㅅ, ㄱㅇ 덕분에, 그리고 감수를 통해 Essay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준 ㅁㅋ선생님 덕분에, 무엇보다도 옆에서 응원해 준 남편과 날밤 새면서도 의지를 다지고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 덕분에 무사히 Essay를 기한 내 다 작성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 할리스에서 빵을 쑤셔 넣으며 손을 덜덜 떨며 Submit 버튼을 눌렀다. 결과가 어찌 되든 하버드에 지원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결과는 이 브런치 연재가 끝날 때쯤 알려드리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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