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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fom Oct 26. 2023

#관계

  새 학기가 시작되면 낯선 친구들 사이에서 살짝 긴장하기도 하고 올해는 누구와 함께 학교생활을 보내게 될지 궁금해하기도 다. 보통 앉은자리 근처에 있는 아이들과 말을 나누며 친해지게 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본인과 잘 맞는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신기하게도 결국 자신과 '결'이 맞는 친구를 찾게 된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같은 과정을 통해 친구를 찾게 된다. 대체 '결'이란 무엇일까?


  오랜 시간 동알 알아왔던 지인들과 와인을 마시는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직장생활에서의 관계라는 것은 업무를 전제로 한 관계이기 때문에 어릴 때의 친구처럼 맘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내가 가진 것을 아무런 부담 없이 나눠가지는 깊은 관계이기 어렵다. 업무상 가까워진 분들과 식사를 하며 서로 알고 있는 소위 공통 친구(Mutual Friend)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아 그분은 나랑 잘 맞아'라고 언급된 사람들끼리, 즉 '결'이 맞는 사람끼리 간단히 와인을 한 잔 하기로 한 것이었다.


  업무 하다 언뜻 비치게 되는 회사 혹은 사회생활에 대한 의견에 대해 '아 저분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나랑 비슷한 면이 있네'하고 속으로만 느끼다 점차 나랑 유사한 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 좀 더 공감하게 되며 자연스레 함께하고 싶은 사람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들이 나와 비슷했던 점은 모든 것을 희생해서 회사에 쏟아붓기보다는 주어진 일을 잘 해내면서도 자신과 가족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삶에 대한 비중을 적절히 잘 유지하는 균형 잡힌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회사 사람들과의 술자리에서 결국 '공장'이야기로 귀결되는 이상한 법칙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업무 이야기를 제외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다가 '아~! 이분이 나랑 결이 맞았던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구나'라고 느낀 한마디가 있었는데 그건 흘러가듯이 이야기한 키스자렛(Keith Jarrett)이란 피아니스트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대부분 아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이긴 하지만 워낙 재즈라는 장르가 비주류이기 때문에 키스자렛을 언급한 것도, 그의 앨범 중 쾰른 콘서트(Koln Concert)를 콕 집어 이야기한 것도 나에겐 너무나 반가운 일이었다.  


  그것은 겉으로 묻지는 않지만 '어디 사는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직업이 무엇인지'를 궁금해하고, 그 어딘가에 속한 것을 확인함으로써 자신과는 다른 이들에 대한 배척으로 불안을 감추려는 세태의 만연 속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가를 이야기하고 그가 연주한 곡을 언급한다는 것의 가치를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일상 속의 행운이었다.  

 

  내가 가진 세계관이 편협해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나와는 다른 생각에 열린 마음을 갖고자 노력해 보겠지만 당분간은 나랑 '결'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 속에서 각자가 가진 고유하고 매력적인 세계관속으로 서로 확장하며 보다 깊어진 관계가 만들어 질거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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