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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리 May 03. 2018

돈을 더 벌기 위해 교묘한 UI/UX 속임수:다크 패턴

백화점에 들어간다. 어떤 백화점에서나 찾을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 창문, 시계 그리고 1층 화장실. 햇살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밤인지 낮인지 구분하지 말고 계속 쇼핑을 하라는 차원에서 창문이 없다. 지금이 몇 시인지, 남편이 퇴근할 시간인지, 친구와의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지 알지 말고 계속 쇼핑을 하라는 차원에서 시계가 없다. 화장실만 들렀다 가기 위해서 백화점에 들어갔다가, 적어도 2층까지 진열된 물건을 반드시 봐야 한다. 1층에는 화장실이 없으므로.  


창문, 시계는 역시 카지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마찬가지의 이유이다. 몇 시인지 시간을 인지하지 말고 계속 노름을 하라는 이야기이다. 거기에 카지노에는 화장실 말고는 거울이 없다. 오랜 노름으로 인해 부스스하여진 자기 모습을 보면 집에 가고 싶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고객'을 위한 장치보다 '돈'을 벌기 위한 장치는 이곳저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맥도널드의 의자는 오래 앉아 있는 고객을 방지하기 위해 쿠션이 없는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가 설치되어 있고, 다이아몬드를 사러 가면 정신이 혼미해져서 빨리 돈을 쓰라고 샴페인을 대접한다.  


이런 물리적인 공간에서의 마케팅 꼼수는 이젠 대수롭지도 않고, 우리 모두는 일상적으로 그러겠거니 하고 여긴다. 그러나, 이런 꼼수들은 디지털 공간에도 여전히 Dark pattern이라는 이름으로 출몰하게 되었다. 교묘하게 사용자들을 속이고서는 원하지 않는 기능들을 하게끔 만드는 UI/UX 의사결정을 이야기한다. 이 글에서 그런 교묘한 UI장치들을 헤집어 보려고 한다.  



1. 딴 척 하기 (Bait and switch)

어떤 한 버튼은 특정 태스크를 할 것 이야기하면서, 막상 그 버튼을 누르면 다른 척을 하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예로, Windows 10의 업그레이드 창이 있다.  


2015년에 Windows 10이 나왔을 때, Windows 7과 8.1 사용자에게 아래와 같은 팝업을 띄운다. 그리고서는 업그레이드를 원하지 않는 고객은 당연히 '하기 싫어' 라며 우측 상단의 X 버튼을 누른다. 그러나, 1초 후 그 X 버튼은 창이 닫힌 후 업그레이드를 실행하는 윈도즈를 발견하게 된다.  X 버튼은 사용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실행' 버튼 이였던 것이다.


2. 누르면 바보 (Confirshaming)

뉴스 레터, 쇼핑몰 쿠폰 같은걸 거절하는 버튼을 누르면서 사용자에게 '넌 바보야'라는 메시지를 은근하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아래와 같은 예들이 있다.


이곳 텀블러 블로그에서 이와 같은 예를 모아놨으니, 궁금하면 클릭.  

http://confirmshaming.tumblr.com/


3. 광고처럼 안 보이는 광고 (Disguised Ad)

제목 그대로 광고가 아닌 척을 하는 광고들을 이야기한다. 사실 이 패턴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검색 등에서 너무나도 많이 쓰이고 있다. 그래도 그들은 양반이다. 아래 예를 보면 Softpedia는 프로그램들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웹 사이트인데, 큰 다운로드 버튼은 실제로 광고이다.  


4. 강제 멤버십 연장 (Forced continuity)

여러 subscription based business model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서는 Trial을 하라고 하면서 신용카드 정보를 요구한다. 그리고서는 Trial이 끝나면 바로 결제가 시작된다. 아무런 통보 없이 아주 조용하게.  


5. 친구들 정보 요구 후 스팸 (Friend spam)

회원 가입 시 친구들과 연동하게 해주겠다며 구글 컨택 정보를 연동하도록 하고서는 연동된 모든 친구에게 스팸 메일을 뿌린다. 가장 유명한 예로 링크드인의 예를 들 수 있다. 가입 도중에 "Add to my network"라는 버튼이 있는데, 그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나랑 이메일을 주고받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링크드인 가입 권유 메일을 보내게 된다. 그것도 링크드인이 아니라 내가 보낸 것처럼. (참고로 2015년에 링크드인은 이 사건 때문에 소송에 휘말려 1300억의 벌금 판정을 받게 된다. 나도 덕분에 $10의 보상을 받았다.) 


6. 개인정보 쥬커링(Privacy Zuckering)

얼마 전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가 법정에 선 것 과 비슷한 맥락이다. 제목 역시 마크 주커버그의 이름에서 따왔다. 사용자가 개인 정보 공유를 원하는 것보다 더 하게끔 만드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페이스북은 예전에 Privacy setting메뉴를 일부러 어렵게 만들어서 사용자가 직접 세팅을 하기 어렵게 의도적으로 만든 과거가 있다. Overshare 하기 쉽도록, 그리고 사용자들이 올리는 콘텐츠가 많은 사람에게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7. 조폭 가입(Roach motel)

한마디로 들어가기는 쉽게 만들어 놓고서는, 나오기는 어렵게 만드는 트릭을 이야기한다. 특히나 Subscription모델 같은 경우 Cancel버튼을 숨겨 놓고 숨겨 놔서 결국은 찾기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래의 예를 보자.  


Live nation의 웹 사이트에서 콘서트 티켓 구매를 거의 마칠 즈음에 하나의 체크박스가 나타나고 그 체크 박스는 이렇게 써져 있다. "I decline the bonus subscription to Rolling Stone magazine" 이 체크 박스는 자동적으로 체크되어 있고, 구매 완료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잡지 정기 구독을 취소하려면 웹 사이트에서 서식을 다운로드하고, 프린트 후에, 서필 작성,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여, 편지를 붙여야 한다.  


8. 나 몰래 장바구니에 넣어놓기 (Sneak into basket)

뭘 사려고 하는데, 결재하려고 보니 장바구니에 나 몰래 무언가가 번들 상품으로 이미 들어와 있다. 보통 어디에선가 체크박스가 디폴트로 클릭되어 있었고, 그 체크박스를 유저가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래의 Godaddy.com의 예처럼 도메인을 구입하려 하는데 Privacy protection을 나 몰래 넣어 두었다.  

다행히도 이 dark pattern은 유럽과 영국에서 불법이 되었다.  



딱 봐도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가? 이런 속임수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싸워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지 않은가? 그러나, 왜 회사들은 이런 부정적인 UI/UX를 만들 수밖에 없을까. 이상한 사이트들(토렌트,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 등)이 이런 UI/UX를 한다고 하면 문제 삼지 않겠지만, 이런 패턴을 선보이고 있는 기업들은 그야말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항상 마주하는 기업들이다. Microsoft, Facebook, Skype, LinkedIn, TicketMaster, LiveNation, Amazon, Adobe, Wired, the Boston Globe 등등. 이런 기업들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은 이런 다크 패턴을 디자인하면서 어떤 느낌이었을까. 왜 이런 굴지의 기업들에서 이런 다크 패턴을 디자이너에게 강요할 수밖에 없었을까. 


1. 대부분의 기업에서 디자이너는 아직도 비즈니스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디자이너는 아직까지도 전략적인 부분까지 반영할 만큼 목소리가 세지는 못한 게 사실이다. 그리고 저 다크 패턴을 그린 디자이너들도 그들의 매니저들, PM들에게 강요받았을 확률이 높다. 아니, 본인이 다크 패턴을 그리고 있다고 인지하지 못하고 사업의 이윤을, 본인의 성과를 생각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 


2. 기업은 봉사를 하지 않는다. 결국은 이윤이다.

위에서 말한 링크드인이 다크 패턴을 쓰고서 낸 벌금, 1300억 원의 벌금과 그 다크 패턴을 쓰고서 얻은 성장, 무엇이 득이고 실이라고 할 것인가. 다크 패턴을 썼기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뿌릴 수 있었고, 그만큼 사용자를 늘릴 수 있었다. 그리고, 2년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링크드인을 27조 원에 샀다. 링크드인 내부에서는 다크 패턴을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할까, 부끄러워할까. 

넷플릭스 역시 한 달간 공짜 트라이얼을 주고서는 신용카드 정보를 요구한다. 사용자 몰래 요금을 부과하기 위함이다. 트라이얼 기간에 신용카드 정보를 받는 안과, 받지 않는 안을 비교 했을 때 손실과 이득이 얼마나 될 것인가. 그 손실을 기업 입장에서는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감당할 수 있다면 무엇을 위해서?  


하지만, 이런 다크 패턴은 단기적인 이득을 가져오기에는 좋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는 손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도 이런 다크 패턴의 트렌드는 점점 줄기 시작했고, 멤버십 취소 버튼도 점차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참 어려운 결정이다.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 것인가. 매니저나 리더십의 말을 들어야 할 것인가, 사용자를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인가. 사용자를 위한 의사결정이 다음 달에 2억 정도의 손실을 가져온다면? 그때도 사용자를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부사장과 사장들을 설득시킬 수 있겠는가? 여러분들의 생각과 경험도 궁금해진다. 



참고:

https://darkpatterns.org/

https://www.fastcodesign.com/3060553/why-dark-patterns-wont-go-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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