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중견-> 대기업 경험 마케터의 기록
난 규모로 비교하자면 아주 작은 조직에서 중간 조직으로, 중간 조직에서 큰 조직으로 이동했다.
조직 규모 별 장/단점은 확실히 존재한다. 첫 직장이었던 아주 작은 조직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배우고 해 볼 수 있었다. 웹 기획 직무로 입사했지만, 온라인 광고 상품기획과 제휴까지 하게 됐다. 누가 시켰다기보다 인력이 적다 보니 웹 기획을 하다가 눈에 띈 부분까지 업무를 확장해서 하게 됐다. 밤늦은 시각까지 야근을 하긴 했지만 첫 직장에 대한 열정으로 즐겁게 일을 해나갔다. 작은 조직이면서 오너기업이라 오너에게 업무지시를 받는 경우가 많았고, 소심한 편인 나는 이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던 것 같다. 부담과 압박이 컸다. 한 직무 전문성을 기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31살쯤 첫 직장에서의 마침표를 찍었다.
두 번째 조직은 탄탄한 중견기업이었다. 진짜 해보고 싶었던 대고객 마케팅을 원 없이 해볼 수 있었다. 타깃 마케팅도 해보고, 내가 기획한 여러 마케팅 액션들에서 인사이트를 뽑아내려는 시도도 했다. 단, 탄탄한 중견기업이다 보니 다소 정체된 조직문화가 있었고, 내가 마케팅하던 서비스가 타기업에 인수되며 더 이상 마케팅을 할 수는 없었다. 이 회사에서는 재량도 많이 주고 커뮤니케이션도 수평적이라 정말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전체적으로 도전과 자발이 적은 조직문화였기에 도전과 추진력을 갖춘 내 작은 노력에도 큰 인정을 받았던 환경이었다.
세 번째 조직은 가장 크고, 업종상은 가장 폐쇄적 일수 있는 금융회사이다. 큰 업무분야는 세분화돼있지만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해야 했다. 회계/준법/IT부서가 더 많은 인력으로 존재하지만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은 현업인 내가 상세 안을 갖고 협업을 이끌어야 하다 보니 과거 조직들보다 좀 더 손이 많이 갔다. 의사결정 구조도 가장 길고 복잡했다. 감으로는 그 무엇도 결정받을 수없기에 명확한 예측치가 필요했고 좋은 성과가 담보되지 않는 것은 돌아볼 여력이 되지 않았다. 가장 큰 장점이라면 좀 더 많은 비용으로 마케팅을 해볼 수 있다는 점(기존 기업들과는 규모가 다른), 업무를 만들기 위해 정치적인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관점을 깨닫게 된 점(이게 장점일까?), 가장 큰 단점이라면 검증된 것 이외의 모험은 스스로가 꺼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건 조직문화의 영향도 있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지금 내조직에서 내가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거다. 무덤으로 들어가지 말 것. 많은 연봉과 편안한 분위기에 취해 눈치껏 일을 해나가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동료들 틈에 끼어 동화되지는 말 것. 모험까지는 아니지만 이조직에 내가 시장의 소리를 전할 수 있도록 조금은 깨어있는 조직원이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