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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Mar 31. 2017

16w_엄마와 딸

벌써 5개월!




임신부의 첫 명절


한국에 오니 기다리고 있는 추석. 결혼 후 가장 큰 변화중 하나인 명절, 초보 며느리에게 명절은 아직 낯설다.

부모세대와 한 세대 차이일 뿐인데 나는 제사와 명절 문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조상의 넋을 기리는 목적이라면 그 집안 식구들 모두 참여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어찌 된 문화인지 이토록 의미 있는 의식의 준비는 핏줄 하나 섞이지 않은 며느리들의 몫이다. 그 조상의 핏줄인 후손은 대체 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걸까. 시댁이나 신랑이 만들어낸 문화가 아니기에 그들은 원망하지는 않지만, 이 모든 것을 마냥 받아들여야 하는 많은 한국의 며느리들은 명절이 고되다.

하지만 임산부라면 조금의 혜택이 생긴다. 이번에는 나와 행복이를 배려해주신 시부모님 덕분에 꽤나 많이 간소화된 명절을 보냈다.


다른 며느리들도 임신 중일 때 만이라도 명절의 무리한 가사, 스트레스, 장거리 이동 등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기는 코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은 임신 중 아기에게도 전달되고, 지나친 스트레스는 뱃속 아가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혈관 수축이나 두통 등의 또 다른 형태로 예비 엄마의 몸과 아기에게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러니 건강한 아기를 기다리는 축복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배려해주길.


어쨌든, 명절이지만 명절 같지 않게 보낸 이번 추석. 뒤돌아보니 챙기지 못해 아쉬운 것도 챙김 받지 못해 서운한 것도 많지만, 담아두지 말고 차차 더 잘하면 될 일이다.






딸 그리고 예비엄마


오랜만에 한국의 진짜 우리 집에서 TV 보다가 우연히 다큐멘터리 한 편을 봤다. 지난여름쯤 MBC에서 방영한 '엄마와 딸'. 1부는 '착한 내 딸의 반란', 2부는 '엄마처럼 안 살아'.


보면서 어찌나 울고 또 울었는지. 무작정 슬프거나 눈물을 자극하는 내용도 아니었고, 엄마랑 싸운 기억이 거의 없는데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아들과는 다르게 엄마와 특별한 관계인 딸. 그래서 딸은 더 많이 엄마의 말을 이해하고 들어주어야 하는데 아직도 내 코가 석자인 딸은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 '엄마!' 시도 때도 없이 내 말 들어달라고 부르기 바쁘다.


나 또한 곧 엄마가 될 입장이기에 엄마의 감정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생각에 빠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부정적인 감정이 아이에게 닿지 않기를.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에 대해 내가 잘 알아야 하겠지. 내가 가지고 있는 안 좋은 기억들, 선입견, 트라우마 등을 잘 다스리는 게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일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엄마와 딸의 관계. 임신하고 나니 더욱더 고마운 마음이 커지고 엄마 생각만 해도 짠- 해지는 요즘. 결혼할 때와는 다르게 부쩍 어른이 되는 기분이다. 요즘, 엄마는 내게 '여자'로 다가온다. 그래, 엄마도 여자였지.


여성이 결국은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는가. 엄마가 말할 수 있는 상대는 아직도 딸 밖에 없는 거예요.

-전문가 인터뷰 중-


누군가 엄마에게 준 간식이 결국 내 손으로. 사소한 간식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는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






임신 16주 증상


- 하루하루가 다르게 배가 쑥! 나오는 기분이다. 어제도 쑥! 오늘도 쑥!

- 아직 철분제는 먹지 않고 있으며 그 때문인지 두통이 잦아졌다.

- '이게 배 뭉침이구나' 싶게 확실히 배 근육이 당기는 기분이 든다.

- 잠이 안 올 때가 많다. 요즘 보통 2시 전후에 자는 듯. 낮잠은 자지 않는다.

- '뽀~~~글' 하는 듯한 느낌의 태동이 느껴졌다. 행복아, 더 해 봐~~!!

- 가슴, 등, 팔에 점점 살이 찌고 있다.


무엇보다 배 나오는 속도에 계속해서 놀라고 있는 요즘. 엄마가 쌍둥이인 것 같다고 갑자기 배가 왜 이렇게 커졌냐고 하실 정도이다. 아직 애기는 많이 작을 텐데, 그냥 내 배인 건가. 이제 정말 임부복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행복아.


이제 다음 주엔 3번째로 널 만나러 갈 거야. 그 사이 많이 커 있을 너의 모습이, 그리고 혹시나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너의 성별이 참 많이 궁금하고 기다려지는구나. '엄마 반가워요. 나도 기다렸어요!' 하고 손 쫙 펴서 인사해 주길.


요즘 아빠는 중국에, 그리고 엄마는 한국에 머물고 있어. 아빠 목소리를 많이 들려주지 못해 아쉽네. 그래도 전화기 너머의 아빠 목소리라도 잘 듣고 잘 기억해주렴. 엄마가 아빠 있는 곳으로 가면 매일매일 들려줄게.


이젠 머리카락도 나고, 손가락을 빨기도 하고, 딸꾹질도 한다는 너. 엄마는 이런 세세한 것도 다 느끼고 싶은 마음이야. 아직은 작은 태동을 느낀 게 전부이지만 이렇게라도 너를 느낄 수 있음에 참 감사해. 요즘 부쩍 커진 배를 만지며 커진 만큼 너도 함께 잘 크고 있으리라 믿고 있을게.


다음 주에 만나자. 늘 사랑해.


/201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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