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줄 아는 행복이가 되길
고마운 동생
요즘 그 누구보다 고마운 존재 중 하나. 결혼 준비할 때도 정신없었을 텐데 시간 여유될 때마다 언니 뭐 하냐며 나를 챙기더니, 신혼여행 가서도 계속해서 행복이 선물 사진을 보내온다.
뉴질랜드 키위새 턱받이, 아기 어그, 애착 인형이 되길 바라는 양 인형, 인형인 줄 알았는데 가방이었던 양 백팩, 튼살크림과 영양크림, 그리고 간식들까지.
연년생이고 동성이라 그런지 그 누구보다 친한 친구 사이인 우리. 엄마는 딸 둘을 낳으신 게 인생에게 가장 잘 한 일이라고 하신다. 요즘도 엄마는 금방이라도 꿀이 떨어질 것 같은 달달한 눈빛으로 우리 둘을 보신다. 어린 시절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이렇게 서로 의지되는 걸 보면 행복이도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든다. 고마운 거 하나하나 까먹지 말고 다 기억해둬야지. 다 갚아줄게 동생아!
또 다른 태교 - 뜨개질
이것저것 만드는 거 좋아하는 나는 아무래도 엄마 손을 닮은 것 같다. 내가 어린 꼬마였을 때, 엄마는 뜨개질로 옷도 만들어 주시고 침대 커버며 커튼 등은 재봉틀로 직접 만드셨다. 요즘도 엄마는 한창 러그를 뜨고 계신 중이다. 그런 엄마 옆에서 나는 코바늘 처음으로 배우기. 도안 보는 법만 보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괜한 자신감에 엄마랑 뜨개방을 찾아 헤매다 코바늘을 샀고, 그날 밤 우리 둘만의 뜨개질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한 이틀간은 꼬박 손에서 코바늘을 놓지 않았다. 드디어 완성된 행복이 첫 신발. 아니 덧신.
손가락 겨우 두 개 들어가는 8센티의 신발이 과연 사람의 발에 들어갈까 싶다. 봐도 봐도 너무 작고 귀여워서
엄마 아빠도 자꾸 만지작만지작. 제대로 코바늘 잡지도 못했었는데 만들었다고 보여드리니 아빠는 다음은 뭐 할 거냐고 자꾸 물어보신다. 아빠 가디건 떠 드릴 거라고 했더니 다 같이 빵 터졌다. 지금 실력으로 뜨기 시작하면 아마 행복이 유치원 갈 때쯤 완성될 듯싶다.
너무 작아서 행복이는 아마 잠깐 걸쳐만 볼 것 같지만, 나중에 사진 찍을 때에 예쁜 소품으로 잘 활용해야지.
임신 18주 증상
- 여전히 딱히 땅기는 음식은 없으나 먹으면 잘 먹는 편.
- 구운 고기는 여전히 먹지 못한다. 양념이 되어있거나 소스가 있어야 먹는다. 임신 전 그렇게 좋아하던 치킨은 생각도 안 난다.
- 철분제로 인해 변비가 조금 생겼으나, 화장실은 매일 간다.
- 잔잔한 태동이 잦아졌다. 뭔가를 먹으면 더 많이 움직이는 것 같다.
- 계속해서 배는 쑥쑥 나오고 있다. 주수에 비해 조금 큰 편인 것 같은데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행복아.
요즘 너의 움직임이 얼마나 신기한 줄 아니. 처음엔 엄마 뱃속에 물방울이 있는 것처럼 뽀옥- 하는 기분이었는데 이젠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소중히 잘 느끼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더 크게 느껴질 텐데 과연 그 기분이 어떨지 너무 궁금하네. 아무리 말로 설명해줘도 아빠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어. 조만간 엄마 배에 손을 대면 너가 움직이는 게 느껴질 텐데, 그때 아빠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참 궁금해.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지 시간이 갈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도 많아지지만, 엄마랑 아빠는 그 과정을 충분히 즐기고 있단다. 무엇보다 행복한 사람이 되길.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 알고, 그 시간들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이 되길.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빨리 만나고 싶구나 행복아. 늘 사랑해 아가.
/201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