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딱 절반!
한국으로 떠났던 태교여행. 이제 끝.
남들은 해외로 태교여행을 떠난다지만... 한동안 중국에서 살아온 나에게 천국은 한국! 우리 집! 한국음식 있는 곳! 그래서 한국으로 태교여행을 떠났다. 지난 한 달간 푹 쉬고 잘 먹고 입덧으로 빠졌던 살은 물론 덤까지 더해서 배가 많이 나왔다. 이젠 짝꿍이 있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혼자 가는 일정이지만 중국으로 가져가고 싶은 게 참 많다. 엄마표 반찬, 중국에서 구하기 힘들거나 매-우 비싼 것들. 싸다 보니 50kg가 넘는다. 중국에서 즐거울 입을 위해 잠깐 내 몸을 고생시키기로 했다.
아침 일찍 비행기라 꼭두새벽에 엄마 아빠 찬스로 편하게 인천공항으로 슝. 학생 때까지만 엄마 아빠 차 얻어 탈 줄 알았는데 서른이 된 지금까지도 아빠 차 찬스가 유효하다. 깨알 같은 주말 새벽에 딸 태워주신 부모님. 늘 감사한 마음 잊지 말아야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떠오르는 해를 보니 묘한 기분이 든다.
이제 동생이 결혼해서 내가 중국으로 떠나면 두 분만 집에 계신다. 누구나에게 찾아오는 그 자연스러운 시간이 나는 왜 걱정되는지 모르겠다. 진작부터 허전해하셨던 엄마 아빠 얼굴이 지금도 아른아른하다. 유난히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으나 웃으며 씩씩하게 나 홀로 비행기 타러.
이렇게 끝난 나의 임신 5개월 태교여행.
외국인의 일상
중국으로 오니 나는 '외국인' 신세. 난 아주 조금의 중국어만 들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 어설픈 초보는 입문 마지막 단계에 자신감이 급 상승하는 법. 어깨 으쓱대며 익숙해진 것 같다가도 순식간에 낯설어진다. 이번엔 중국어 학원을 다닐까 했는데 의외로 한국인이 많은지 다들 마감이란다. 아쉬운 대로 예전에 공부했던 중국어 책으로 공부하기. 그리고 아주 가끔이지만 중국인들과 대화하기. 아니 대화 시도해보기.
그리고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우려하는 삼시 세 끼. 20주인 지금은 입덧이 없기에 아무거나 잘 먹는다지만, 중국음식은 아무리 맛집이라도 별로... 양념 안되어 있는 고기는 아직도 별로... 그냥 하얀 쌀밥도 아직 별로... 물론! 그래도 잘 먹고 산다. 먹는 걸로 도전 안 하는 사람이라 익숙한 맛만 찾아다니며 먹고 또 먹고 또 먹기.
임신 20주. 6개월 시작.
어느새 절반! 딱 5개월 지나고 이제 5개월 남았다. 지금은 힘들다고 징징댈 때도 있지만 남은 5개월만 내가 누릴 수 있는 '임산부' 타이틀. 내 인생의 마지막 임산부 시절일 수 있으니 지금의 기분과 마음을 충분히 누려야지.
임신 20주인 지금, 뱃속 아가의 키가 25센티미터가 넘는다고 하니 놀랍다. 그 크기의 아가가 내 뱃속에 있다니! 그래서 그런지 태동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신랑이 배에 손 대면 '얼음!' 하는 듯 태동을 멈추는 것 같아 남편은 많이 아쉬워 하지만, 엄마인 나는 매일 수십 번 느끼고 있는 태동.
가끔은 내 뱃속에 아무도 없는 시절이 그립다. 임신 전 배 빵빵한 기분이 싫어 배부르면 오히려 기분이 나빠질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매일매일 하루 종일 배가 빵빵한 기분이다. 때로는 답답하고 갑갑하다. 그래서 농담 삼아 신랑한테 하루만 행복이 데리고 있으라고 했다. 진짜 하루만이라도 임신 중에 오빠가 데리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고생 좀 해봐라!' 이런 거 아니고, 오빠도 이 기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아마 잠깐이라도 직접 느껴보면 부성애가 훨씬 더 커질 텐데. 아쉽다. 곧 주말이니까 그때 출근 안 하면 행복이 자기가 데리고 가겠다던 신랑. 말이라도 참 고맙다♥︎
행복아.
어느새 엄마랑 중국으로 와 있네. 임신 3주, 6주, 14주, 20주 벌써 4번의 비행. 다른 엄마들은 아기한테 무리될까 봐 장거리 여행은 많이 안 한다는데... 내가 힘들면 그 기분 너에게도 전달될까 봐 조금은 걱정되지만 그래도 잘 놀고 잘 크고 있어야 해.
한국을 떠나올 때, 외할머니와 이모는 행복이가 목소리 잊어버릴 까 걱정된다고 농담 섞인 말을 했었어. 아직 우리 서로 얼굴도 모르고 너가 목소리를 정말 구분하는지도 모르지만, 뱃속에 있을 때 목소리라도 익숙해져서 나중에 태어나면 더 친근한 사이가 되고 싶은 마음. 그 마음 우리 행복이는 알까 '-'
가족이란 참 대단하지. 본능적이고도 매우 자연스럽게 지난 5개월 동안 엄마 아빠는 물론 주변 많은 가족들이 너를 걱정하고 아끼고 있단다. 나중에 너가 태어나고 또 시간이 흘러 친구가 많아지고 너 나름의 사회생활을 할 때, 몸은 아니더라도 마음의 1순위는 항상 '가족'이길. 그리고 지금 이 마음 변치 말고 온전히 너에게 잘 가르쳐줄 수 있는 엄마가 되길.
너랑 하고 싶은 일들이, 나누고 싶은 말들이 참 많구나.
/201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