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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Jul 20. 2017

21w_너와 나의 교감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시간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 기분, 태동


교감하다 : [동사] 서로 접촉하여 따라 움직임을 느끼다.


'태동'을 표현할 단어를 찾고 있는 중이다. 탯줄로 연결되어있으니 우리는 서로 접촉한 상태이며, 아가도 나의 움직임을 느끼고 나도 아기의 꼬물거림을 느끼고 있으니 '교감'이라는 단어가 딱인 듯 하다. 임신한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이 기분을 아기의 아빠인 남편도 느끼게 해 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남편이 내 배 위에 손을 올렸을 때 때마침 아기가 움직여주면 그 때 잠시 그 진동을 손바닥으로 느끼는 아주 일차원적인 방법 뿐이다.

내 뱃속에 무언가 있다는 약간의 묵직함이 익숙해질 때쯤 아기는 더 열심히 꼬물꼬물대며 자기의 존재를 알린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걸을 때나 잠들 때나 예측할 수 없는 시간에 아기는 '나 여기 있어요'라며 조금씩 엄마와 교감한다.


아기를 품고있는 40주라는 시간은 짧은 듯 하면서도 아주 긴 시간이라서, 자칫하면 테스트기의 두 줄을 처음 보았을 때의 그 떨림과 두근거림이 흐려지고 옅어진다. 그래서 더 열심히 아기는 움직이며 엄마에게 자신을 인지시킨다. 그렇게 우리는 익숙해진다. 사막여우와 어린왕자가 서로를 길들였던 것 처럼. 우리가 만나기 훨씬 전부터 난 점점 더 행복해진다.






예비엄마의 마음가짐


요즘 자기 전 신랑이 튼살크림을 발라주며 태동을 함께 느끼고, 아주아주 짧은 시간동안 행복이에게 태담을 해 준다. 그리고 침대에서 하루동안 못다한 수다를 떤다. 어느 날은 예비 부모의 마음 가짐에 대한 토론이 열리기도한다.


신랑에게 엄마가 되는 게 가끔은 무섭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남편은 당연히 출산의 고통을 무서워할 거라고 추측하며 괜찮을거라 안심시켰지만 놉.


아이에게 집착하거나 공부에 연연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은데 그 순간이 닥치면 과연 나는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을까. 아이의 삶과 나의 삶을 분리하고 서로 독립적인 존재이고 싶은데 과연 나는 그렇게 쿨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힘을 잘 키워줘야지. 조금은 두려운 그 경험의 맨 처음을 즐기고 도전할 수 있는 힘. 스스로를 잘 알고 남보다는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아이로 건강히 잘 자라주면 좋겠다. 점점 욕심이 많아지는 건가. 결론은, 정말 '올바른' 중심을 잡는 엄마가 되고 싶다.


지금부터 주문을 외운다. 지금부터 스스로에게 세뇌시켜두기.

아이를 믿자. 내 뜻대로 휘두르려는 욕심부리지 말고, 넘어질 때 잘 일으켜 세워주자. 딱 거기까지가 엄마인 내가 할 일.






21주 증상, 21주 배크기


- 배가 빵빵해지면서 배꼽이 평평해졌다.

- 임신선이 더 짙어지고, 21주인 이번주부터 손으로도 확실히 느껴질 만큼 태동이 세졌다.

- 소화는 더 안되지만 먹는 양이 꽤 많이 늘어서 잘 먹는 편이다.

- 철분제를 매일 챙겨먹고 있는데도 저혈압인지 빈혈인지 가끔 핑- 돈다.

- 가만히 앉아서 잠시 쉬면 괜찮은데 그 순간은 매번 아찔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태교를 하고 있는 중이다. 좋아했던 드라마를 다시보며 쓰레기오빠의 풋풋함에 푹 빠지기도 하고, 코바느질로 만든 아기 신발은 벌써 세 켤레나 완성했고, 인문학 팟캐스트와 클래식을 듣기도 하고, 중국어 공부를 하기도 한다. 뭐 가끔은 가만-히 쉬기도 하면서.












행복이 안녕.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태동을 느끼며 그만큼 커가고 있는 너를 상상하며 엄마 아빠는 매일 흐뭇해하고 있어. 태동이 계속 될 때 가끔은 '행복아 이제 그만하자~~' 라고 말하지만 너가 태어나면 지금의 이런 교감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벌써 아쉬운 마음도 든단다. 딱 지금밖에 못 느끼는 우리의 교감이니까 엄마랑 아빠가 충분히 만끽하고 만져주고 반응해줄게.


예전에는 다음 세대를 위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요즘엔 행복이가 살아가는 세상은 과연 어떨까.. 가끔 생각해 보곤 해. 너의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어주길. 다양하게 경험하고 다양하게 시도할 줄 아는 엄마보다 용감한 아이이길. 엄마아빠가 든든히 손 잡아줄게.


너가 태어나게 되면 우리 서로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될까. 너로 인해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감당해야 할 엄마 아빠는 아직은 조금 두렵고 걱정이 앞서지만 얼마나 큰 기쁨과 행복이 다가올지 기대가 훨씬 더 커.


지금 이 마음 이 기운 받아서 더 건강히 잘 커주길. 늘 사랑해 아가야.


/201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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