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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Mar 18. 2017

9w_너를 만난 날

안녕, 반가워.




드디어 만나러 가는 날. 젤리곰 반가워!!


그동안 두 번의 테스트 결과와 내 입덧에만 의지한 채 '임신이구나' 믿었다. 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8주 이후에 와야 아기 확인할 수 있다고 해서(이 곳은 질초음파는 잘 안 하는 편이다.) 내 예상으로 7~8주 되는 시기에 병원을 찾았다.

남편이나 나나 아직은 중국어가 많이 서툴기에 통역사와 함께 상담실/초음파실/진료실을 차례대로 다니며 검사했다. 초음파로 확인한 우리 아가는 이제 막 2.3cm 9주가 되었단다. 어머 손가락 한마디 정도 되는 건가..? 그런데 심장/머리/팔/다리/뇌 등등 다 있다니! 진짜 사이즈며 겉모습도 젤리곰 같아 너무 신기했다. 심장 뛰는 소리 대신 혈액이 흐르고 있는 것으로 건강히 잘 크고 있음을 확인했다. 심장소리 듣고 싶었는데 아직 초반이라 아가에게 스트레스 갈 수 있다고 12주 진료 때 들려주겠단다. 직접 소리를 들어야 마음이 더 편할 듯 하지만, 큰 특이사항 없는 한 아가한테 자극을 많이 안 주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해서 병원의 조언대로 기다리기로 했다 :)

처음엔 머리가 오른쪽인가..? 했는데 볼 수록 왼쪽이 머리인 듯. 어렵다.
칸부동!!! 다행히 통역사가 친절하게 번역해서 메일로 보내줬다. 자궁크기와 혈류 신호 정상이며, 특이사항 없다는 내용이었다.






Surprise★


자, 이제 가족들에게 알릴 때가 되었다. 지난 3주 동안 얼마나 입이 근질근질했는지. 오랜만에 영상통화를 걸었다. 일상적인 대화로 시작해서 '요즘 뭐 좋은 꿈 꾸신 거 없으세요?'로 운 띄우기.

역시 양가 어머니들은 그 질문에서 바로 눈치채신다. 친정부모님 시부모님 모두 한 마음으로 기뻐해 주셨다. 갑자기 아버님이 화면에서 사라지셔서 물어보니 옆에서 울고 계시다고.. 친정 아빠는 한참 말이 없으시더니 '근데, 슬프기도 해'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 뜻을 안다. 내가 결혼을 할 때도 같은 말씀을 많이 하셨다. '너가 크면서 독립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 게 기쁘면서도.. 벌써 이렇게 컸구나.. 나는 그만큼 나이를 먹었구나.. 세월 참 빠르지..'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안다. 아빠가 얼마나 손주를 예뻐하실지!!

친구들이랑 여행 중이던 동생은 친구들과 함께 '축하합니다~♬' 노래를 아주 신나게! 불러주었다. 매번 엄마랑 통화할 때마다 먹고 싶은 음식 얘기했었는데, 엄마는 임신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셨단다.






묘한 기분


가족들에게 알리고 나니 더 기분이 묘해진다. 나는 그동안 '자식'이었는데 내가 부모가 됨을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기분이란.

우리 집은 우리가 생일일 때 엄마도 같이 축하해주는 문화(?)가 있다. '엄마, 29년 전에 첫째 딸 낳은 거 축하해요~' '딸,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생일 축하해~' 이젠 우리 아가 생일 때 나도 같이 축하해주려나.


매번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챙기다가 올해 처음으로 엄마 아빠에게 결혼기념일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기분 참 묘했었는데. 기분이 묘한 만큼 이젠 부모님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우리의 첫 결혼기념일. 페이스북에 끄적인 흔적.










아가야.


드디어 너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했어. 봐도 잘 모르는 사진이지만 보고 또 보고. 다른 것 보다 건강히 잘 크고 있다는 한 마디에 참 감사했어.

정말 엄마랑 같이 있구나. 정말 우리가 가까운 곳에 함께 있구나.

우리 같이 좋은 기분으로,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소리를 들으면서 남은 시간도 건강히 잘 지내보자.


그나저나 너를 불러줄 이름을 정해야 하는데 어떤 이름이 좋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어.

어떻게 불러주는 게 좋을까. 엄마 아빠가 잘 고민해 볼게.

너가 엄마 아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예쁜 이름으로 불러줄게.


잘 있어 아가야.


/201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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