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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Jul 13. 2021

계획하지 않은 대가는 컸다

지인과 식사 약속이 있었다. 내가 밥을 사주기로 한 날이었다. 만날 시간과 장소는 대충 정했는데 무엇을 먹을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미리 알아볼까 싶었지만 그냥 내버려 두었다. 번화가에서 만나는 만큼, 선택지는 많으니 만나서도 충분히 고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본질은 게으름이 발동한 탓이었다. 아무튼 지인을 만났고 우리는 여러 음식점을 살펴봤지만 딱히 끌리는 곳이 없었다. 몇 차례 기웃거리다가 눈에 띄는 한식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메뉴판을 펼쳐보는 순간, 가장 저렴한 메뉴가 인당 50,000원인 것이 시선에 들어왔다.


충분히 사줄 수 있는 돈은 있었지만, 내심 당황했다. 생각한 금액을 조금 벗어났기 때문이다. 돈이 많지 않은, 가난한 청춘인 내게는 아무 이유 없이 먹기엔 살짝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상대가 내 눈치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굳이 반가운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손을 오버스럽게 내저으면서 먹고 싶은 것 마음껏 시키라고 말했다. 나의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통났는지 지인도 가장 저렴한 인당 50,000원 메뉴를 선택했다.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생각 이상의 금액을 쓰고도 그만큼의 효용을 누리지 못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곰곰이 생각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과정으로 이어진 이유는 뭘까. 역시 게으름이 만든 무계획에 대한 비용으로 지불한 결과였다. 계획하지 않은 대가는 순수하게 더 많은 비용으로 이어졌다. 회사에서 어떤 일을 진행할 때도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일련의 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것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다.


일상에서도 조금만 더 계획을 했더라면 지인과 만나서 더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었고 비용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다. 고작 10만 원 정도로 유세 떤다고 여길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식으로 행동하여 흘려보낸 비용이 내 삶에 굉장히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계획하지 않는 습관이 이어진다면 나중에는 훨씬 더 커다란 비용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돈뿐이 아니다. 시간, 관계, 사랑, 공부, 일 등 무엇으로 대가를 치를지 모른다.


삶을 효율적으로만 사는 것은 내 가치관과 멀다. 그러나 계획을 통해 쓸데없이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필요는 있다. 사소한 것도 계획하는 습관을 들이자. 살짝 찌질한 감이 있지만, 나름 10만 원을 주고 얻은 새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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