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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Aug 01. 2021

그게 진짜 평범한 것 맞아?

동기가 말했다. 자신은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그 평범이 참 어렵다고 말이다. 그래서 평범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가 대답했다. 30대 초반에 결혼해서 서울에 집 1채, 중형차 1대를 소유하고 자녀 2명을 기르면 평범한 것 같다고 했다. 그것이 과연 평범한 기준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으로 인해 결혼 연령대는 점점 늦어지고 있다. 또한, 요새 서울에 집 1채를 얻기란 매우 어렵다. 운 좋게 집 1채를 얻었다고 해도 추가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차를 소유할 수 있다. 그리고 자녀 2명을 기르는 것도 분명 어느 정도의 시간적, 물질적 여유를 필요로 한다. 사실 주거, 차, 양육 등 바라는 욕심을 일정 부분 버린다면 분명 달성 가능한 목표겠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수준을 의미하므로 쉽게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평범이라는 것을 오해하고 있다. 저것은 평범이 아니라 이상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평범이라 꿈꾸다 보니, 평범에 미치지 못하는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0여 년 전, 수능을 공부할 때도 입시는 모두 1~3등급 위주로 맞추어져 있었다. 사실 평범의 기준은 보통 수준이니 5등급이어야 정상이지만 5등급의 학생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잔뜩 높아진 평범한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중윗값은 전체 값에서 딱 가운데에 위치한 값이다. 정부가 발표한 중위소득과 중위자산을 보면, 50%에 위치한 값을 알 수 있다.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생각한 값보다 상당히 아래쪽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우리는 평범의 기준을 매우 높게 잡고 있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남들이 보기에 문제없이 그럴듯한 기준을 평범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평범의 기준이 높아지는 이유는 사회의 준거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그리고 자신보다 상위 그룹을 모방한다. 양적완화 이후, 시장에는 많은 유동성이 공급됐고 이는 자산가들의 입장에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계기가 되었다. 노동소득률보다 자본소득률이 앞서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 최상위 그룹이 더 많이 번 돈으로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소비를 하면, 한 단계 아래에 위치한 그룹은 최상위 그룹을 모방한다. 상위 그룹이 최상위 그룹을 모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아래로 갈수록 문제이다. 중위 그룹이 상위 그룹을 모방하려면 좀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발생한다.  


그러한 현상은 계속해서 아래 그룹까지 쭉 이어진다. 특별해지기를 원하면서, 남들이 하는 것은 꼭 따라 해야 하는 인간의 특성상 자꾸 모방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어떤 그룹에서는 어려운 형편에 빚을 내고서라도 상위 그룹의 소비를 똑같이 모방하려는 형태를 띤다. 최상위 그룹부터 이어진 소비 형태가 전반적인 사회의 준거기준이 되어 버린다. 그로 인해 사회의 준거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것을 평범이라 여기고 행태를 모방하니 삶이 힘들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어떠한 틀에 맞추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 다만,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비교하도록 요구하므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 많은 이익을 벌기 위한 세력들이 더 많은 소비를 하게끔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공략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회가 함께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사회의 준거기준을 낮출 수 있을까를 정책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평범의 기준을 조금만 낮출 수 있다면, 사람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분명 높아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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