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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Crown Sep 19. 2016

조너선 아이브, 애플 그리고 아이폰7

민음사, 리앤더 카니 저, <조너선 아이브>

잡스의 애플에서 팀 쿡의 애플로 변하는 과도기. 나는 디자인을 시작했다. 그리고 맥북을 처음 봤다. 선배의 그 맥북은 태초 생물학적 범주인 '전자 기기'의 영역을 벗어난 '예술품'이었다. 말로 표현할 바를 몰라 그저 예쁘다는 말만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생각했다. '와 이런 건 진짜 누가 만든 걸까?'


바로 조너선 아이브. 그때 그를 처음 알게 되었고, '오브젝티파이드(Objectified)'를 보며 그때의 맥북이 왜 좋았는지 한창 떠오르던 '사용자 경험'이라는 단어를 통해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꽤나 시간이 흘러 애플 생태계가 제법 갖춰지면서, 애플 디자인과 조너선 아이브를 더 깊게 알고 싶어 졌다. 애플은 어떻게 디자인하는가? 애플 디자인을 맡은 아이브는 어떤 사람인가? 대체 뭘 먹으면 저런 디자인을 만들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을 책 <조너선 아이브>로 생각해본다.



<목차>

1. 조너선 아이브

2. 애플의 디자인

3. 아이폰 7 후기

4. 마무리



1. 조너선 아이브

그는 좋은 환경에서 자란 영재다. 가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는 인생 스토리를 기대했다면, 책에 조금 실망할지 모른다. 반면, 애플 디자인과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 스토리 면에서 이 책은 좋다. 이번 포스팅은 책의 내용에 주관적 해석을 더한다.


#개성 없는 디자인

급속한 변화의 시대에서 특정한 스타일이 디자인을 부식시키는 작용을 한다. 스타일에 연연하지 않음으로써 아이브는 자기 디자인의 수명을 훨씬 더 늘릴 수 있었으며, 동시에 작업에 진정성을 투여하는데 오랜 시간을 쏟을 수 있었다.

그는 개성 없는 디자이너다. 소수를 만족시키는 '개성' 대신 모두를 만족시키는 '개성 없음'을 추구한다. 이런 가치 추구로 제품 수명을 늘리고, 디자인에 완결성을 더하는 것이다. 실제로 맥북의 경우 부모님으로부터 자녀에게 전해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는 하드웨어가 급변하는 시대에서 디자인이 제품의 수명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잘 보여준다. 디자이너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하 UX)

“우리는 기술적인 문제부터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사람에서 시작했어요.” 작은 나사못 하나도 타당한 이유 없이 들어서는 법이 없었다. 아이브의 목표는 디자인을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디자인을 의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 조너선 아이브가 생각하는 UX 디자인의 핵심이다. 내가 애플에서 느낀 UX 디자인도 이와 같다. 맥북을 처음 봤던 때, 느낌적인 느낌의 예쁘다는 감정. UX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이해가 아닌 직관을 전해야 한다. 그럼 디자이너는 이런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답은 이해에 있다. 이는 디자이너의 영역이다. 왜 알루미늄인가, 왜 플랫 디자인인가. 많은 물음에 디자이너는 답할 수 있도록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많이 알아야 하며, 타당한 디자인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아이브는 한 프로젝트에서 사용성을 위해 100개 이상의 목업을 했다고 한 교수가 전한다.


디자이너가 본인의 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 공부와 실행은 진정 중요하다.




2. 애플 디자인

책 속 좋았던 애플의 제품 디자인 스토리를 메모.


#그들은 프로다.

투명한 색감을 분석하기 위해 BMW의 후미등부터 주방 기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투명한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을 모아 두고 재료와 가공을 연구했다.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100개의 목업을 했다는 아이브와 제품의 색감 하나를 결정하기 위해 위와 같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한 디자이너. 나는 새삼 깨달았다. 나는 철저히 아마추어였고, 그들은 철저히 프로다. 프로 의식을 가지자. 이런 말을 당연하다는 듯 생각했지만, 이 '끝까지 붙잡고 늘어지는' 프로 의식을 가지기가 쉽지 않더라. #그럼에도 하는 것 #그것이 #프로의 길 #반성


#애플 그리고 디자인 소재

애플은 신소재를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기존 소재들의 가능성을 탐색했지요.
애플은 소재에 대단히 많은 공을 들이고 완성도에 강박적일 만큼 집착하는 기업입니다.

삼성과 애플의 가장 큰 디자인 차이. 나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애플이 알루미늄 소재를 아이덴티티로 확고히 만들기까지 많은 디자인 소재 연구가 있었음은 당연하다. 덕분에 고만고만하게 생긴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들의 독특한 무기를 만들 수 있었고. 반면 삼성은 어떠한가?. 이번 노트7은 불미스러운 일로 디자인 분석이 논외가 된 듯하지만, 소재는 여전히 그다지 특징적 요소가 없어 보인다.


작년 홍익대 프로덕트 디자인 전공 졸업 전시에서 구리의 재료 연구, 싸리비 장인에 대해 아카이브, 신소재를 가미한 트래킹용 접이식 종이 전구 등이 있었다. 제품 디자인이라 함은 그 '외형'을 먼저 떠올리던 내게 '소재'라는 디자인 영역을 알려준 사람들이다. 삼성의 수많은 디자이너가 만드는 스마트폰은 요소요소 디자인이 정말 좋다. 하나 정작 중요한 것은 어쩌면 소재의 아이덴티티에 있는지도. 생각.



3. 아이폰 7 후기

책을 읽는 시기와 아이폰 7의 출시일이 겹쳤다. 그와 애플의 디자인이 이번 아이폰 7에선 어떻게 나타날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직접 보고 만지며 아이폰 7의 디자인을 이번 책의 관점으로 이야기해본다.


#에어팟과 홈버튼

SNS의 많은 유저가 에어팟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해는 디자이너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에어팟에 대한 평가는 아이폰 7을 키노트로 접한 유저들의 이해론보다 실제로 접한 유저들의 직관을 기다리는 편이 나아 보인다.


반면, 홈버튼은 직관적으로 정말 좋다. 부드럽게 누르면 아이폰 전체가 내게 피드백을 주며, 좋다는 말이 연신 나온다. 젯 블랙(Jet Black)이라는 말은 아마도 이 홈버튼의 반응에서 나왔지 싶다. 제트 엔진 같은 진동 반응 굿! 정말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어 아쉽다.

#카메라 유저 인터페이스(이하 UI)

여러 어플을 매장에서 켜보고 만져보는데,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카메라의 UI 변화다. 카메라에 많이 신경 쓴 이번 모델은 UI에도 많이 신경 쓴 듯하다. 기존 스마트폰은 촬영 시 줌 기능을 위해 핀치인/아웃(두 손가락을 이용해 벌리거나 오므리는 제스처)을 해야 한다. 하지만 줌 버튼을 따로 만들어 한 손으로 제어 가능하도록 한 UI는 카메라에 대한 자신감과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다르게 하는 것은 쉽지만 더 낫게 만드는 것은 아주 어렵다.”


아이브가 책에서 한 이야기다. 카메라 어플은 이미 나올 만큼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작은 요소 하나하나의 변화가 아직 남았다는 사실과 그걸 캐치한 디자이너가 놀랍다. UI의 측면에서 아이폰은 분명 더 나아졌다. 


#젯 블랙의 등장

끝으로 소재의 측면을 잠시 언급하자면, 출시 이전 피아노 블랙으로 언급되던 젯 블랙의 유광 소재감은 정말 좋다. 아이폰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굿. 하지만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쉽다. 지문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흠집이 티 나는 정도가 케이스를 껴고 다니지 않는 사용자로서는 부담이다.




4. 마무리

조너선 아이브로 시작한 한 권의 책에서 아이폰 7까지 생각이 뻗었다. 너무 욕심껏 뻗어나간 생각을 정리하느라 꽤나 애먹었다. 마무리는 <조너선 아이브 :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라는 책 자체를 조금 더 이야기해본다.


#책 이야기

책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먼저 이야기하면, <조너선 아이브>라는 책의 이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서 디테일한 디자인 인터뷰와 그의 생각이 녹아있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애플의 이야기와 잡스 그리고 주변 인물에 대한 저자의 견해와 인터뷰가 꽤나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디자인의 완결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제품 디자인에서 제품 자체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접근할 것이며, 어떤 디자인을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까지 생각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총총.




건설적 피드백을 언제나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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