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우주 Mar 02. 2019

바다로 떠나는 피크닉 | 고성 테일커피 & 테일포터리

로컬 아카이빙 프로젝트 [강원] 어디가시나들 Season 1 

<어디가시나들>은 서울토박이&경기토박이로 자란 두 가시나들의 로컬 아카이빙 프로젝트입니다. 평일엔 도시에서 쳇바퀴를 굴리며 살다가, 주말이면 로컬 청년을 만나러 기차를 탑니다. 가시나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의 모든 용기 있는 시도를 응원합니다.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보아 좋은 것들을 그러모읍니다. 



의외의 공간에 의외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자그마한 바닷가 앞, 옹기종기 건물이 모인 동네에서 가장 낮은 초록지붕집. 별다른 간판도 없이 대문 옆 나무판에 손글씨로 삐뚤빼뚤하게 tail coffee라 적혔다. 여기가 바로 옛날 가옥을 손 봐 만든 테일커피, 그리고 테일포터리의 공간이다. 8월 말, 여름 극 성수기에 방문한 덕분에 처음 이곳의 인상은 낯설었다. 한껏 멋 내어 차려 입은 청년들이 빼곡한 골목은 여기가 고성에서 가장 작은 가진해변이 아니라 마치 마포구 합정동 카페 거리인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마당에 들어서자 커다란 검정 개가 꼬리를 흔들며 반겨준다. 어슬렁거리던 녀석이 집안으로 우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오려는 걸 출입문을 닫아 막았는데, 이내 스태프가 문을 열어 강아지를 안으로 들여보낸다. 이곳에서 키우는 강아지 ‘테일’이다. 테일커피는 반려견 출입이 자유롭게 가능한 곳이다.

테일커피를 운영하는 곽용인 대표는 원래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청년이었다. 의류 패턴사로 7년간 바쁘게 일하다가 서핑에 빠지고, 산과 바다를 쏘다니면서 자연이 주는 무한한 매력을 느꼈다. 회사 생활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땐 너무나도 앞이 막막했는데 자연과 가까이 살기로 한번 마음을 먹으니 결정은 쉬웠다. 흙을 만지며 일하는 도예가로 직업을 바꾸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고성의 바다 앞에 소박한 거처를 마련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낡고 오래된 집을 스스로 보수해 도예 작업실을 겸하는 카페 공간을 마련했다. 그가 만든 스스로의 브랜드는 ‘테일’. 직접 손으로 내리는 커피가 그가 빚은 고래 꼬리 무늬가 새겨진 컵에 담긴다. 매일매일 새로운 메뉴가 나타나는 베이커리는 그의 여자친구가 직접 굽는 것. 커피 맛부터 분위기까지 어느 하나 허투른 곳 없이 테일만의 느낌이 가득하다. 

처음엔 ‘하루에 커피 한 잔만 팔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대여해주는 ‘피크닉 세트’가 인기를 얻었다. 카운터 앞에 라탄으로 된 예쁜 바구니들이 놓여있고 이중에 하나를 고르면 여기에 핸드드립 커피 한 주전자, 테일포터리의 공들인 컵, 디저트로 먹을 수 있는 마들렌 2개, 자연 풍광이 담긴 엽서 한 장을 채워준다. 이 피크닉 세트를 한 시간 반 동안 대여한 사람들은 가진해변으로 나가 모래사장 위에 자기만의 오션뷰 카페를 차린다. 바다 앞에서 소풍 온 느낌으로 찍은 사진은 딱 요즘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비주얼이다. 대여 비용은 1인당 8천 원. 매력적인 가격이다. 덕분에 ‘테일커피에 가러 고성에 온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졌다.

테일커피엔 일회용품이 없다. 대신 할머니 집에 있는 것 같은 커다란 자개장과 옛날 선풍기 같은 오래된 물건이 가득하다. 자연을 사랑해서 내려온 만큼 다시 자연에 해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테일커피가 문을 연건 작년 9월. 이제 곧 꼬박 1년을 채운 셈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조금황량하지만 따스한 커피가 있는 가을의 가진해변 풍경을 보러 다시 한번 그곳에 가보고 싶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가진길 40-5

11:00~19:00 *수요일 휴무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빛나는 순간을 사는 사람들 | 고성 유니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