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nderPaul Mar 14. 2023

많은 부고

부고가 많다. 

지난해, 급작스러웠던 이종사촌의 부고와 큰아버지의 부고가 있었고 얼마 전에는 큰 어머니의 부고가 있었다. 큰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은 때였다. 자식을 앞 세운다는 게 어떤 건지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게 될 줄 몰랐다. 이모는 경황없이 상을 치른 후 집에 와서 오빠의 방을 정리하며 이모만의 의식을 치렀다. 


이번 설에는 오빠가 좋아하던 동그랑 땡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또 동그랑 땡을 만들고 말았다. 이모가 슬픔에 깊이 빠지지 않도록 평소에도 자주 모이는 엄마의 형제들은 한 달에 두세 번씩 모였다. 수시로 전화 통화를 했고 요리를 해서 집으로 찾아갔다. 우리도 이전보다 자주 이모와 통화하고 이모가 좋아하는 떡을 주문해서 보냈다. 요리할 정신도 없을 것 같으니 대신 요기라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어릴 때부터 이모는 우리 자매를 조카딸이라고 부르는데 상을 치른 후 통화하면서도 그렇게 불렀다. 이모가 오빠와 보낸 마지막 며칠에 대해 들려주면 자꾸 울컥했다. 오빠와 마지막으로 통화했을 때 좀 더 길게 이야기할걸.


큰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에서 큰엄마를 만났을 때, 손을 꽉 잡으시며 나직이 "너무 늦게 왔어."라고 말씀하시기에 눈물이 났는데, 그 후로 자주 큰엄마 생각을 했다. 어릴 때 예뻐해 주신 덕에 시골에 가는 걸 좋아했는데. 나이가 맞지 않아 언니들이 잘 안 놀아줘도 큰엄마랑 둘이 있으면 재미있었는데. 그후로 한 번 더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지난달에 큰엄마의 부고가 있었다. 죽음이 또 불현듯 찾아왔다. 이종사촌의 죽음도 갑처럼 큰엄마도 그랬다. 슬픈 일에는 형제가 많은게 좋구나 싶다. 큰아버지 때처럼 큰엄마의 장례식장에 4남매와 배우자들, 장성한 아이들이 서로서로 부대끼고 있으니 다행이다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우리 가족이 서로의 죽음 이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번엔 서로 늙어가면서 잘 보살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독립의 꿈을 비공식적으로 접었다. 우리 가족도 나이를 먹으면서 누구라도 혼자 두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키울 땐 세상이 온통 위험해 보이듯 나이를 들수록 아이 때처럼 세상이 위험해진다. 그러니 서로 붙어서 잘 보살펴야겠다.


엄마는 큰엄마의 부고를 듣고 마음이 슬퍼서 맥주를 한 잔 했다. 붉어진 얼굴로 "다들 가네."라고 말했다. 그리고 몇 주 후 엄마의 절친한 친구가 또 죽음을 맞았다. 그날은 엄마가 오래 울었다. 죽음이 스쳐간다. 다시 우리 곁을. 그래서 우리는 서로 돌보는 사람인 것을 잊지 않기로 하고 엄마의 마음이 스산해지지 않도록 외식을 하고 산책하는 약속을 잡았다. 우리가 이야깃거리로 삼을 작은 기억들도 몇 개쯤 더 만들 겸. 세상이 위험할 때도 아닐 때도 죽음은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니까. 올해도 어쩌면 슬픈 소식을 더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다.  다만 가까운 사람들의 안전을 바랄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