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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 Oct 12. 2020

나의 첫 번째 그림책
"엄마의 입과 귀의 비밀"

포도의 탄생과정!

그동안 그림을 그려왔던 것도 아니고 그림책을 그려야지 맘먹고부터 뭐부터 그려야지~ 어떻게 그려야지 막막했다. 무슨 일이든 첫 시작이 어렵고 첫 발을 떼는데 오래 걸리듯이 나도 계속 글만 썼다 지웠다만 반복하고 그림은 손도 못 대고 재료부터 사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결혼할 사람도 없는데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재료가 쌓이니 그만큼 맘적 부담이 더 커졌다. 단번에 시나리오는 4개를 썼는데 어떤 것부터 그려야 할지 감이 안 와서 몇 달을 고민하다가 가장 기본적인 행동 "초심으로 돌아가자"를 외치고 그림책을 그리기로 맘먹게 된 아이와의 에피소드가 담긴 "엄마의 비밀"을 무작정 그리기로 결심했다.

일단 아이의 이름을 뭘로 할지가 고민이었다. 순수 한글 이름을 쓸까? 아이의 본명을 쓸까? 이참에 영어 이름 하나 지워줄까? 아님 강아지 이름으로 생각해볼까? 여러 생각을 했다.

초코, 쿠키, 젤리 등등 아이가 좋아하는 먹는 것을 부르다가 문득 포도가 생각났다. 아이는 보라색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과일은 포도라고 말하지만 실제 포도는 먹지 않는다.ㅎㅎ

호불호가 강한 아이는 보라색 내복을 매일 입겠다고 떼를 써서 정말 부지런히 빨았던 적이 있었을 정도로 보라색에 꽂혀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처음 소라게를 키웠는데 인도 소라게로 색상이 보라색이어서 그때 이름을 포도라고 지였던 게 생각이 났다. 

나의 뮤즈 아들래미

 보라도 이름은 이쁘지만 왠지 여자아이가 생각났고 포도가 부르기도 귀엽고 머리를 포도 모양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주 좋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청개구리처럼 포도는 엄마 말을 잘 안 듣는 아이니깐 청포도로 그려야겠다며 드디어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포도 첫 등장!


소파에 누워서 TV 보는 모습이 말 안 듣게 생기게 표현된 것 같아 맘에 든다 ㅎㅎ 나의 뮤즈와 생김새는 차이가 있지만 표정 몸짓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닮았다. 캐릭터의 키포인트 청포도 머리를 그리는데 쉽지 않아서 몇 번이나 바꿀까 했지만 청개구리 = 청포도 이 콘셉트가 맘에 들어 얼핏 매생이 같지만 끝까지 포도 머리를 고수한 끝에 (청)포도가 탄생했다.

엄마를 그리는 건 좀 어려웠다~ 너무 예쁘게 그리자니 양심에 찔렸고 그렇다고 못생기게 그리긴 싫어 여러 번 수정했다. 그래도 엄마와 아들이니 왜 캐릭터 이름이 포도임을 알 수 있게 엄마의 머리는 정말로 포도처럼 그렸다

마지막으로 재미를 더하기 위해 아빠의 머리는 거봉으로 그렸다. 이렇게 포도 가족이 탄생했다.


귀 요정 등장


나는 아이와 그림책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같이 보면서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적어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책을 원한다. 아이가 화를 자주 내면 그러면 안 좋다는 걸 그림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길 바래서 책은 아낌없이 사는 편이다. 다만 바쁘니깐 책 제목이나 후기 등을 대충 읽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반은 성공이고 반은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추천도서라도 내용이 아직 4~5세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많고 단지 그림만 예쁜 경우도 많다. 그래서 내가 그림책을 만든다면 그냥 대놓고 엄마의 목적에 맞는 교훈을 주고 싶었다.  

엄마의 비밀은 엄마 말을 안 들으면 엄마 입이 커지고 귀가 작아져서 너의 말을 잘 못 들어라는 메시지를 엄마의 시점으로 탄생했지만 넓게 보면 이건 엄마뿐만 아니라 내 말을 잘 듣게 하려면 상대방의 말을 먼저 경청하라는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을 거라고 변명해 본다. ㅎㅎ

내용은 좀 너무 엄마적 시점에서 쓴 것 같아 부끄럽지만 그래도 나도 나만의 캐릭터를 생각해 볼 수 있구나~ 

이렇게 그림책이 시작할 수 있구나에 의의를 갖고 다음 작업도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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