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숲길 (화랑대철도공원)에서
햇살이 포근했던 어느 아침,
해로와 함께 경춘선숲길을 걸었다.
도심을 따라 걷는 길이었지만,
이 숲길에는 묘한 정적이 깃들어 있었다.
길 한가운데 멈춰 선 기차역은
오래전 누군가의 이별과 만남이 오갔을 장소일 텐데,
이제는 기차가 오지 않아도
사람들은 이곳을 천천히 걷는다.
누군가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누군가는 아이의 손을 잡고 풍경을 나눈다.
멈춘 철도, 차가운 강철.
그 위에 놓인 녹슨 레일과 시간의 흔적들은
이제는 공허함이 아니라
오히려 여유로움이 되어 있었다.
나는 한참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해로는 내 무릎에 고개를 살짝 올려놓고
눈을 가늘게 떴다.
나도, 해로도
아무 말 없이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이 길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의미가 되고 있다면,
나 라는 사람도
언젠가 멈춘 날이 있다 해도
누군가의 기억 안에서
따뜻한 풍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의 마음도 철도와 같아서,
지나간 시간은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그 위에 새로운 추억이 겹겹이 쌓여
누군가의 길이 되어주는 것 같다.
오늘의 나는,
멈춰선 철길 위를 걷는 나 이면서도
누군가의 삶에서 다시 의미가 되고 싶은
연약한 강철, 그런 존재였다.
그리고 그 곁엔
조용히 내 속도를 맞춰주는 해로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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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만을 게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