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연못 앞에서, 해로 눈동자 속 나를 보다

태안 청산수목원

by 조운

어릴 적, 나는 연못이 무서웠다.

물아래가 보이지 않는 그 어두움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어느 여름날,
나는 그 연못 앞에서 조용히 앉은 해로를 바라보다
처음으로 그 물 위에 떠 있는 마음을 보았다.


청산수목원.
태안의 한가운데, 나무와 바람이 집을 짓고 사는 곳.
도심의 뜨거운 숨결을 뒤로하고
우리는 이곳으로 향했다.

아무 말 없이, 오직 서로의 발소리만 들리는 길.

길가엔 수국이 터지듯 피어 있었고
해로는 그 냄새를 한참이나 맡고 나서야
다시 걷기 시작했다.


바람이 다정하게 등을 밀어주는 듯한 산책길.
그 길의 끝, 수련이 피어 있는 연못 앞에서
해로는 조용히 앉았다.


나는 그 곁에 쪼그리고 앉아
해로의 얼굴을 본다.

여름의 빛이 해로의 눈에 내려앉았다.

물소리도, 새소리도 잠시 멈춘 것처럼
그 고요는
사진보다 깊고, 영상보다 부드러웠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여행이 아니라, 숨을 쉬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그 모든 계절이 나를 스쳐 지나갈 동안
나는 너무 오래 참고,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것을.

그리고 해로는 언제나
내 곁에서 그 시간을 함께 견뎌주었다는 것을.


우리는 그날, 아무 말 없이
연못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물 위에 흔들리는 수련처럼
마음도 천천히 흔들렸다.


그렇게 여름의 한가운데서
나는, 해로를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


해로는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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