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불행'이라는 요리의 레시피
행복이 행복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기대하던 곳에서 오기 때문이고, 불행이 불행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오기 때문이다. 불행의 레시피는 누구도 쓸 수 없다. 불행이라는 요리의 재료는 매번 다를 뿐더러 미리 알 수도 없다. 하지만 재료가 매번 다름에도 불행의 맛은 언제나 같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불행이라는 요리를 싫어하는 이유이다.
케이시는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황급히 시계부터 확인했다. 그녀는 눈을 뜬 이 시간이 제발 아침이 아니길 바랬다. 케이시는 언제나 새로운 날의 아침이 가져오는 낯섦을 피하고 싶었다. 그녀는 눈을 뜬 채로 한참을 침대에 누워있었다. 어제의 일이 머릿속에서 회오리치고 있어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 정말 어려운 글감이었다. '불행'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이었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문장을 읽고 또 읽었을지 모르겠다. 습작하는 느낌으로, 나도 불행의 정의를 내려보고자 첫 문장을 고심해서 썼다. 결국 삼십 분의 시간 중 대부분을 첫 문단에 할애했다. 남은 이야기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겠다.
* 그래서 표지그림은 영화 '안나 카레리나'의 한 장면.
* 쓰던 중, 앉아있는 의자 뒤로 가족이 왔다갔다 한다. 누군가, 글을 쓰기 위한 자신만의 동굴(?)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것 같다. (아마 스티븐 킹이었던 것 같다.) 동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