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aily Nove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으르니스트 Jan 24. 2024

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18) 만차인 주차장에서 주차할 공간을 찾는 당신과 친구가 나오는 장면



* (글감에 추가되어 있는 조건) 당신은 방금 자존심을 구기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했고 친구는 그 이유를 알고 싶어한다. 친구의 차는 덩치 큰 트럭이다.



    나는 양 어깨를 움츠리며 시트 등받이에 몸을 구겨넣듯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운전석에서 제 팔뚝만한 커다란 핸들을 돌리며 주차장 입구로 진입하던 제프리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우리 둘이 탄 트럭이 커다란 파도를 타듯 울렁거리며 멈추었다. 차체의 육중한 무게를 받은 유압식 브레이크가 크게 쉰 소리를 내었는데 그 소리를 들은 나는 내가 한숨을 쉰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니, 정말 한숨을 쉬었을 지도 모른다.

    "젠장, 차 세울 곳이 없군."

    제프리가 투덜거렸다. "이 시간에 왜 이렇게 차가 많이 들어찬거야. 지금이면 집에 처박혀서 핫초코나 홀짝이고들 있을 시간 아니냐고."

    나는 눈만 치켜 뜨며 전면의 유리 건너 주차장을 바라보았다. 제프리의 말대로 주차장에는 빈 자리가 없이 빼곡하게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와 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주차장의 지금 상태가 평소 같지 않다는 생각을 둘 다 하고 있다는, 무언의 상호 동의인가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 잠시 후 내가 입을 열었다.

    "그러게. 이 야심한 시각에 차가 너무 많군... ..." 나는 중간에 잠깐 뜸을 들인 후 다시 말했다. "부탁받은 일을 하기엔 아주 좋은 조건이야."

    제프리는 그 말에 나를 잠깐 멀거니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절레절레 저었다. 다시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그가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그 일 하기엔 정말 좋은 조건이네. 빈 차가 이렇게나 많으니까 말이야."

    제프리는 초조한 듯 손가락으로 핸들을 두드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봐, 도대체 왜 그놈한테 가서 그런 일을 의뢰받은 거야? 철천지 원수 같은 그놈한테 무슨 빚이라도 진거야?" 제프리는 머리를 긁적였다. "돈이라면 내가 빌려줄 수도 있다고. 네가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차창 밖에 주차된 자동차들을 태워버릴 듯 노려보았다. 제프리가 그놈이라 지칭한, 러스트 스트리트의 마피아 두목 '알 브래들리'에게 내가 먼저 전화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내가 처한 문제는 돈 따위의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 나는 저격총에 빚맞은 느낌이었다. 제대로 맞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도 못하고 죽어버리면 그만인데, 빚맞으면 고통은 고통대로 느끼고 어떤 놈이 날 쐈는지는 한참을 캐낸 후에야 알 수 있다. 내가 안고 있는 이 문제가 왜 벌어졌는지 알아내려고 했을 때 짙은 안개에 둘러 쌓인 듯 앞길이 보이지 않았으나, 그 너머에서 희미하게 떠오른 이름이 바로 알 브래들리였다. 나는 그가 이 함정을 팠다는 사실만 명확하게 알 수 있을 뿐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알 수 없었다. 아니, 명확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를 직접 대면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 글감 자체가 느와르 느낌이 풍겨서 한 번 시도해 보았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까지는 상상안한 채로 분위기만 풍겨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