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재채기
그것은 몸의 바깥에 있는 것을 인식하는 오래된 방법이었다. 그것도 보통 방법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것을 인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비록 그 결과물이 썩 유쾌하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사람들은 응당 그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어떤 미지의 것이 나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신속하게 알려주는 수단은 흔치 않았다. 게다가 그것은 그 요란한 알림 방식 덕택에 나 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타인에게, '여기 무언가 있다'라는 경고까지 보내주는 셈이었다. 무리지어 사는 인간이라는 종족으로서는 '종의 차원'에서 감사해야 할 존재였다. 그러나 인간은, 나 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타인에게 주변에 불쾌함을 일으키는 행위로 그것을 인식하고 말았다.
온도 상승, 오염물질 증가와 같은 환경의 변화가 급격해 지면서 여러가지 전염병도 함께 증가하던 시절, 인간들은 그것을 귀찮고 지저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그들 중 몇몇이 그것을 멈추는 약을 개발했다. 그 약을 먹으면 인간은 그것을 전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그에 따라 유쾌하지 않은 그것의 결과물도 함께 사라졌다. 복용의 결과는 아주 깔끔했다. 깨끗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었다. 다른 기술로도 그들 주변에 있는 미지의 것을 탐지하는 방법은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걱정 없이 그 약을 받아들였고 그것은 삽시간에 그렇게 사라졌다.
그것의 이름은, 재채기였다.
* 재채기는 외부의 유해 물질을 인식하는 우리 몸의 가장 기본적인 반응기제이다. 그런 재채기를 인위적으로 사라지게 하려는 인간의 시도에 의해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SF 소설을 떠올렸다.
* 그런데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주말의 바쁜 일정으로 인해 차분히 글감을 고민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완벽히 분리된 30분의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다시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지금도 귀여운 아들녀석이 와서 수시로 방해를 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