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33) 남편과 있다가 전 애인과 마주친 여자
* (글감에 추가되어 있는 조건) 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나오던 여자가 우연히 이전 애인과 마주친다. 그들은 어떤 말을 주고 받을까? 혹시 할 수 없는 말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녀의 몸짓은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있을까? 이 장면을 써보라.
해리스는 자신의 팔뚝에 걸쳐진 아내 힐러리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 후식으로 나왔던 레몬 셔벗의 상쾌함에 푹 빠져 있었던 해리스는 아내가 팔뚝을 잡아당기는 듯한 그 느낌에 현실감각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내를 내려다보았다. 어딜 가든 건장하다는 소리를 듣는 해리스에 비해 힐러리는 아담하다는 소리를 듣는 편이었다. 그래서 아내가 팔짱을 낄 때면 자신의 어깨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고, 지금도 그녀의 얼굴 표정 전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경직된 아내의 시선과 표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해리스는 아내가 눈길을 주고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아내는 레스토랑 문에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주차장 한 구석을 지켜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다른 차들과 동떨어진 채 주차된 95년식 머스탱 한 대가 서 있었다. 헤드라이트가 켜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운전자는 내리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힐러리는 딱히 자동차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십년이나 된 낡은 차라는 것 외에 특이한 광경은 아니었기에 해리스는 힐러리가 왜 그곳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아직도 저런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네. 신기하다, 그치?"
"... ..."
"자기야, 저런 낡은 차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타고 다니는 걸까, 응?"
"... ... 응? 어, 아아. 정말 그러네요. 제대로 굴러다니기나 하나 모르겠네."
힐러리는 그가 물었을 때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첫 말을 아예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마치 다른 어떤 차원의 문 안쪽으로 잠깐 얼굴이라도 들이밀고 있었던 것처럼. 해리스는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며 잡아끌 듯 주차된 차 쪽으로 걸어나갔다. 힐러리는 그의 팔짱을 낀 손에 힘을 풀지 않은 채로 그에게 끌려가듯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어이쿠, 이거 실례."
건물 그림자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주차장 코너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검은 형체였는데, 힐러리 쪽으로 부딪힐 듯 빠르게 다가오다가 그녀의 앞에서 엉거주춤 옆으로 비껴 걸어 나갔다. 굵고 낮은 음성이어서 해리스는 그것이 남자인 것을 알았다. 해리스는 반사적으로 아내가 잡고 있는 왼팔을 몸 안쪽으로 당겼다. 힐러리는 마치 그에게 매달린 가벼운 짐꾸러미라도 된 듯 해리스 쪽으로 끌려왔다. 해리스의 가슴팍에 힐러리의 어깨가 밀착되었는데, 그 때 그는 아내의 어깨가 심하게 옴츠러 들어있다는 것을 그 즉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검은 형체를 향해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 때였다. 그 굵고 낮은 음성이 말을 걸어왔다. 좀 더 정확히는, 해리스가 아닌 힐러리에게.
"어허, 이게 누구야. 힐러리, 정말 오래간만이네."
검은 형체는 건물의 그림자 속에서 마치 떠오르듯 튀어나왔다.
* 시간이 짧아서 다 쓰지 못했다.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탐정이 주인공이고, 그의 아내의 과거에 담긴 비밀을 점차 캐내어 가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하드보일드 스타일 탐정은 추리보다는 감각과 행동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평소와는 다른 아내의 움츠러든 행동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이상한 점을 탐문해 나가는 첫 장면은 쓰고 나서 다음에도 다시 한 번 활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