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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자아트 May 18. 2024

중년 너 경력말고 네 나이

40대 경력단절 여성

아르바이트 사이트 이력서 업로드완


지원을 하기도 전에 연락오는 곳은 보험계열의 전화상담을 한다는 곳이었다.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제 전공관련된 일을 찾고싶어서요. 다음에 기회되면 지원하겠습니다"

일단 거절을 하였다.

이력서를 쓰면서 알았다.

어렸을 때도 카페알바를 해본적이 없다.

대형극장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연극쪽 자원봉사를 했으며 나머지 아르바이트는 전공관련 회사에서 방학때마다 인턴식으로 일을 해본게 전부였다.


그래서 커피아르바이트도 망설여졌고,편의점 아르바이트도 망설여졌다.

기억이 희미하지만 그래도 전공을 살리는게 가장 나을것 같았다.

포트폴리오를 만들려고 10년이 넘은 하드웨어를 열었는데 고장이었다.

이런 오래된 하드웨어를 살리려고 택배로 붙여 서울에 맡겼다. 

수리비가 50만원...


음... 일단 캔슬했다. 

일단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면 고치자고 생각했다.

일이 잘 안풀린다


일단 전공관련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천천히 포트폴리오를 만드는게 어떨까? 

예전작품으로만 할수 없으니 시간이 많이 걸리니깐 파트타임하면서 해보자~

좋은생각인걸?

시청사이트에서 관련 기간제 구직도 신청해보고

학원선생님 지원도 해보았다.


연락이 없다...

다음날

그 다음날


한달..




뭐가 문제일까?

아르바이트 이력서에 회사이력서처럼 관련 상을 받은 것도 다 적었고

일했던 회사와 했던 일들을 나열했다.

화장품회사에서 했던 일

브랜딩을 해서 회사빌드업을 했던일

UX도 잠깐 했다가 해외전시회 준비도 했던일

나름 전문직으로서 많은 일을 해왔지만

파트타임을 구하는 일에서 이런 경력은 부담스럽기만 한걸까?

이력서를 수정해야 하나?!!!!!!



드디어

한곳 면접연락이 왔다

지역사회에 있는 문화재단이었다.

나의 경력을 자신있게 말했지만

관심이 없어보였다. 다룰 수 있으면 좋긴하지만...

질문이 더이상 없으니 나가셔도 됩니다.



그리고 학원에서도 연락이 왔다.

들어서자마자 나보다 원장선생님이 더 어렸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주었다.


"결혼하신분도 처음인데, 아이들까지 있을 줄 몰랐어요. 혹시 아이들 아프면 봐주실분 있을까요?

시간이 늦게 끝날수도 있는데 제가 이런적이 처음이라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게요. 먼길 오셨는데 죄송합니다"


명백한 거절이었다.


그렇다

내 경력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아르바이트세계에서는 말이다.

내가 느끼기엔 나이였다.

몇번의 면접에서 느낀건 나의 나이에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당연하지

원장선생님보다 나이가 많은 선생님이라니... 같이일하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지

나라도 부담스럽겠어


아는데도 괜히 서러워졌다.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내가 더 경력많고 더 잘 할수 있는데

예전에 말이야 내가 얼마나 많은 오퍼를 받았는데~~~~

라는 꼰대마인드...하아 질색했는데 그 꼰대가 되어 있다니!!!!!!!!!!!!!!!!!!


자존감이 탈탈탈 털렸다.

너 이것밖에 안돼?

이런 조그마한 학원 강사도 못되는 거야?

나 경력이 모자라지 않는데?

학교도 나오고 경험도 있는데?

왜?

왠만한 대학생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단 말이야!!!!

지원을 해도 연락이 없거나, 면접을 봐도 현실은 차가웠다.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다.

알바 안되면 풀타임 해야지~ 회사를 들어가자!!!

감사하게도 몇곳에서 연락이 먼저왔다. 면접을 봤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너무멀거나 차량이 필요했다. 조건도 너무 좋고, 오히려 좋은조건을 제시한 곳도 있었지만

내가...

차를 너무 운전을 안해서 한시간거리를 운전할 자신이 없었다.

왜 그동안 운전을 쉬었던거니!!!!!!!!!!!!!! 뭐든지 평소에 해뒀어야지

"죄송합니다 운전을 못합니다"


그래도 회사는 들어갈 수 있을거 같아서 

자존심 회복이 됐다.

그래도 내가 해온 경험은 날 배반하지 않는구나 일할 수 있어!!!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니까 너무 행복하고, 힘이나는것 같았다.

나 아직 안죽었다 감사하다

하루에 기분이 추락했다가 다시 나아졌다가

오락가락했다. 핸드폰을 멍하니 보다가 던져버리기도 하고

다시 힘내서 지원서를 내보기도 했다.

원래 해볼때까지 해보는거지

나 아직 10군대밖에 안넣었어

100군데까지는 해보자~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취업을 알아보면서 면접 다니던 날이 떠올랐다.

그 때보다 더 떨리고 더 좌절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때는 부족한게 나의 경험이었다.

채울곳이 가득하기만 한곳이라 노력해서 채우면 되는데


지금은 나이가 어려야 유리하다.

그건 내가 다시태어나지 않는 이상 나이를 더리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좌절감이 컸다. 너무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풀 했다.

유투브에서 대기업퇴직한 솔직한 은퇴후의 이야기를 들었다.

중요한건 나의 과거가 어찌됐든 다 내려놓고 시작할 수 있는 용기였다.

대한민국의 유명한 대기업과 공기업의 임원이었지만 은퇴한 후에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분들에 비하면 얼마나 복에겨운 투정인것인가.

그래도 아직 중년이잖아. 지금부터 준비해서 노후까지 생각해야겠다.

저 나이까지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봐야겠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 힘을 낼수있었다.


어릴때는 30대만 되면 안정되어 있어서 너무 좋을거 같았는데 전혀아니었고

40대 되면 걱정은 없이 살수 있겠지? 개뿔

20대 못지 않는 미래가 걱정되서 얼마나 치열한지

이제 부모님이 나이드셔서 많이 아프시고, 아이들은 이제 사춘기 시작이라 치이고

나는 다시 일하고 싶은데 여러상황과 여건을 고려해야 하니깐 

아무것도 없어서 서글펐던 20대라고 생각했는데

어린게 재산이다 라는 말이 와닿지 않아서 그말을 하는 40-50대들이 짜증나기만 했는데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윗세대 아랫세대에 치여서 꽉꽉 눌려있는 중년이다.


"연락가능하시나요? 선생님"


한곳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들이 있어서 아이들을 더 잘 봐주실거 같아요


면접내내 나보다 어린 원장선생님은 상냥하지만 긴장하신듯 손이 떨리고 계셨다.

드디어 나이보다 경험을 이해해주시는 원장선생님을 만났다.

물론 내가 1순위는 아니엇겠지만, 그래도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10대대처럼 설레고 떨린다.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니 아무것도 안해도 기분이 막 좋다.

잘하고 싶다.

진짜 엄청 잘하고 싶다~

그동안의 맘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준비할 수 있는건 다 준비해야지.

당장 이일 뿐만 아니라 50대 60대 70대까지도 계획을 해서 이일을 본보기 삼아 준비된 삶을 살아야겠다.

남편과의 다툼이 커다란 계기가 되서 더 열심히 노년까지 잘 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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