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2022.05.10
주말을 맞아 충청도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맑은 하늘 아래 이어지는 길이 평탄하고 평화로웠다. 피로와 행복이 동시에 넘치는 시간을 보내다 대청댐 근처 내리막길에서 잠시 방심했고, 그 대가로 오른팔에 봉합 수술을 받았다. 한순간 힐링에서 재난으로 장르가 바뀌며 여정을 도중에 멈추고 올라와야 했다. 다시 마주한 평일의 일상은 여전히 바빴기에 채 풀지 못한 여독을 가누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 부상으로 생긴 제약 덕에 저녁 여가 시간은 늘어 오랜만에 해가 지기 전에 나섰다. 호수로 가는 길가엔 데이지가 만발해 있었다. 바로 옆 쇼핑몰은 거대한 곰인형으로 사람이 몰리던데 그중 길 위에 평화를 발견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감히 아쉬웠다.
해질녘 호숫가에 다다르니 어두울 때와는 다른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주로 걷던 늦은 시간에 비해 사람이 많아 고요가 자리하던 곳곳이 떠들썩하다. 밝아서 보이는 것들이 분명 있었지만 내밀한 그늘은 비치지 않았다. 어릴 적엔 자기 전 등을 끄는 것조차 용기를 필요로 했는데 요즈음 나는 곧잘 빛보다 어둠이 더 포근하다.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며 오리 부부를 마주하니 자연스레 황조가가 떠오른다. 제3의 오리가 그런 나와 오리배 사이를 무심하게 지나친다. 한동안 뛰어다니던 길을 다친 무릎과 팔의 통증을 참으며 어기적거렸다. 건강을 비롯해 수많은 소중함은 상실을 통해 체감된다. 그나마 회복이 가능한 상처는 귀한 약이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더 느린 속도로 걷는 길은 같은 공간이어도 매 순간 다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익숙한 어둠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