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2022.12.26
해 뜰 녘 시작된 건강 검진부터 오후의 자동차 수리까지 하루가 정신없이 저물었다. 인천 정비소는 사랑이 형이 떠나는 날 갔던 곳이라 다녀오며 다양한 그리움이 더 짙어졌다. 어느새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2022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늘 그렇듯 내 마음 같지 않은 순간이 잦았지만 새해를 시작하며 했던 다짐 하나는 지켰다. 호수와의 동행을 매주 한 번씩 글로 남겼다. 코로나19 확진 후 격리로 어쩔 수 없이 한 주가 비었지만 그 빈자리조차 일종의 기록으로 느껴진다.
그새 호수와 길이 더 얼었지만 오늘이 올해 마지막 호수 산책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뜨겁게 애틋했다. 한 해를 살아가며 이어지는 크고 작은 시련 속에 자기애와 인류애를 많이 잃으며 마음속 쌀쌀한 관조가 깃들었다. 한겨울에 시작한 걸음이 사계를 거쳐 다시 겨울에 닿고 나서야 비로소 추위 속 한기와 온기를 두루 감각한다. 바람과는 다른 끝일지언정 또 하나의 일 년을 완주한 모두가 대견하다. 얕은 글쓰기로 문학적인 성취나 대단한 무언가를 목표한 건 아니지만 문득 쓸데없는 데이터 낭비로 환경만 훼손하는 건 아닌지 자조하며 쓸쓸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고 '지금 여기'에 나로서 도착했다. 호숫가를 걸으며 뜻밖의 넉넉한 위로와 의지를 많이 얻었고, 계절을 비롯해 모든 시작과 끝이 한 바퀴에 수렴한다는 걸 배웠다. 스스로 가치나 의미를 알지 못하거나 그 누구도 찾지 않는 무엇이어도 걷고 쓰는 행위는 그 자체로 기꺼이 살아갈 힘이 되어 주었다. 성실한 발걸음이 쓰는 삶과 맞닿아 있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는다. 호수와의 우정 덕에 그림자와 함께 걷는 법을 배웠고, 달빛 그리고 어둠과 벗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