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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곡자매 Feb 05. 2024

내 생애 가장 오래 한 고민(3) - 둘째 낳아도 될까

내 생애 가장 오래 한 고민(1) - 둘째 낳아도 될까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100년 가까이 살게 될 사람 한 명을 이 세상으로 불러내는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묵직한 책임감과 두려움, 경이로운 감정이 들었다. 게다가 모자란 내가 한 사람의 인생에 아주 큰 영향력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것을 알고 나니 '나는 20년 이상 사람을 키울만한 그릇이 되는가? 지금의 판단으로 아이를 낳는 게 과연 아이의 인생에도 좋은 선택인가? 세상에 태어나면 정말 행복할까?' 하는 고민이 끊임없이 들었다.


내 부족한 심성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모조리 받아먹으며 아이가 산다. 작은 존재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에 눈이 멀어 가끔 잊고 살지만, 누군가가 없이는 먹지도, 자지도, 걷지도 못하는 제 앞가림도 못하는 미물 같은 존재가 매일매일 성장하며 배우며 자란다. 내가 어떻게 말하고 대하느냐에 따라 성실하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자라고, 약속과 믿음을 소중하게 여기는 고귀한 인간으로 자란다. 그리고 이렇게 키운 아이를 언젠가는 사회라는 바다로 혼자 내보내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를 고민하게 된 이유는 아이를 낳고 나서 내가 새로 태어난 것과 같은 변화, 처음 느껴본 극한의 행복을 더 많이 느끼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아이를 낳고야 알게 되었다. 동그란 머리통, 반짝이는 눈동자, 귀여운 코, 오물거리는 입, 귀, 가볍게 휘날리는 머리카락, 얼굴에 난 솜털, 부드러운 발뒤꿈치까지 다 예쁘고 사랑스럽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충만한 마음. 부족한 내게 끝없는 사랑을 주고 또 너무 쉽게 용서해 주는 아이는 정말 보물이고 선물이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열렬하게 조건 없이 사랑을 할 수 있고 받을 수 있다니. 아마 나도 이렇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주면서 소중한 존재로 컸겠지.


남편과 둘째를 고민하며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아이를 낳고 우리 부부는 훨씬 행복해졌다. 둘째가 있으면 힘들겠지만 아마 행복이 더 커질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지수가 올라갔고 힘든 육아를 함께하는 과정에서 더욱 돈독해지고 성장했다.

2. 좋은 부모, 좋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첫째가 상처받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

--> 첫째에게도, 둘째에게도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자. 지레 겁먹지 말고 계속해서 공부하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자.


3. 맞벌이 부부로 현실적으로 생활이 어려울 것 같다

--> 둘째가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을 시기까지 육아휴직을 나와 남편이 함께 한다. 우리 둘 모두 집에 있으면 아이 둘을 케어하는 것이 문제없고, 곧 1학년인 첫째의 어린 시절을 찐하게 함께 해 줄 수 있다. 학교에 많은 시간이 메이기 전에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다.


+우리도 무언가 도전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물론 육아로 바쁘겠지만 회사처럼 고정된 시간에 메이는 것이 아니고, 성인 둘이니 번갈아 무엇이든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보리콩이도 벌써 8년 차. 벌써 개들 인생의 반을 살았다. 마당 있는 곳에서 잠깐이라도 살고, 우리와 하루종일 붙어있는 시간을 또 보내고 싶다.

 

'우리는 어차피 몇 년 후도 예상하지 못하고 산다. 너무 걱정 말고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지고 노력하면 살면 될 것'이라 서로를 도닥였고, 감사하게도 둘째를 결심하고 다섯 달째쯤 지났을 때 테스트기에서 두줄을 보았다.


그리고 며칠 후, 나와 함께 놀고 있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이런 이야기를 건넨다.

- 엄마 나 이제 동생 있으면 좋겠어

- 그래? 동생 있는 거 싫다고 했잖아

- 응 근데 이제 마음이 바뀌었어. 아기 천사 우리 집에 왔으면 좋겠어. 어떻게 하면 와?

- 아기천사들이 돌아다니다가 행복한 집이 보이면 찾아온대. 우리도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면 올 거야. 지난번에 엄마 꿈에 나타났는데 엄마가 우리 집은 이제 아기 천사 필요 없다고 말했었는데 어쩌지~

- 정말? 이제 다시 찾아오면 우리 집으로 오라고 해 다 오라고 해. (다급하게 오라는 손짓) 근데 많이 우는 애기 말고 많이 안 우는 애기로.

- 알겠어 ㅎㅎ 다음에 찾아오면 꼭 오라고 할게~


동생 강경반대파였던 아이가 어느새 7세가 되더니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아기 천사가 어떻게 하면 찾아오는지 상세하게 묻고 한 번씩 생각날 때마다 "왜 아기 천사가 안 찾아오지.."하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자기 전에 아기 천사가 어서 찾아오게 해 주세요 하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이미 엄마 배속에 아기 천사가 찾아왔는걸' 하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래도 임신 안정기가 되기 전까지는 알리지 않기로 남편과 이야기한 터라 입을 꾹 다문다.


그리고 임신 12주 차 6일, 밥이는 드디어 아기천사의 편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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