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ifework100 여섯 번째 인터뷰 - 루트임팩트 강보라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동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일상의 영웅들.
이직을 통해 라이프워크를 찾은 100인의 이야기, 원티드가 들려드릴게요.
당신의 라이프워크는 무엇인가요?
"나에게 라이프워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나고 만드는 것'이다."
GO LIFEWORK 100 여섯 번째 인터뷰
저는 루트임팩트에서 일하는 강보라입니다. 루트임팩트는 커뮤니티를 통해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체인지메이커 개인과 조직을 지원하고 있어요. 저는 현재 성수동에 위치한 헤이그라운드라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코워킹 커뮤니티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루트임팩트는?
루트임팩트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체인지메이커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들의 사회 혁신 시도들로 인해 사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꿈꿉니다. 이를 위해 루트임팩트는 체인지메이커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이들 사이의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운영한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어떻게 이 업무를 하게 됐나요?
루트임팩트가 처음부터 이런 커뮤니티 사업을 했던 것은 아니에요. 저희는 사회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람을 ‘체인지메이커’라고 부르는데, 이 사람들이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지원하고 있어요.
(특히) 어떤 방법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 투자나 인큐베이팅 외에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고민 끝에 나온 사업이 ‘커뮤니티’에요. 일을 위한 코워킹 커뮤니티와 거주를 위한 코리빙 커뮤니티 사업을 하게 됐고, 저는 이 중 코워킹 커뮤니티를 담당하고 있죠.
왜 이런 솔루션을 선택했냐고요? 체인지메이커로 일하고 있는 분들이 겪는 어려움을 조사해봤더니 성장이나 성공에 대한 불확실함, 그리고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받지 못하는 점이더라고요.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은 대기업에 가는 등 대중적인 커리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남들과 조금 다른 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지지 받기 어려워 위축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자원이나 네트워크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었고요. 일하고 거주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헤이그라운드라는 공간이 궁금합니다. 설계할 때부터 많은 고민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헤이그라운드는 신축형 건물이에요. 그러다 보니 설계 과정에서 의도하고 싶었던 것을 반영할 수 있었죠. 저희는 단순히 공간을 임대해주는 임대 사업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입주한 회사들끼리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입주사끼리 자연스럽게 만나고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두 개 층을 복층으로 연결한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연결된 층끼리는 엘리베이터나 내부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이동하기 쉬워요. 그리고 두 개 층마다 키친이 있어서, 물을 마시러 갈 때나 컵을 씻으러 갈 때 자연스럽게 만나 편하게 얘기하고 교류할 수 있게 했어요.
또 공간이 만들어지기 전 ‘그라운드 빌딩 프로세스’라는 것을 진행했어요. 루트임팩트와 잠재 입주사의 대표가 한두 달에 한 번씩 모여서 간담회를 하며 헤이그라운드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는지, 대표의 입장에서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같은 것들을 묻고 답하는 과정을 거친 거예요. 그 과정을 통해 소규모 회의부터 3~40명 들어가는 회의실까지 회의실 사이즈가 다양하게 있으면 좋겠다, 공용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입주사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들을 반영할 수 있었어요. 건물 입면에 대해서도 세 가지 옵션을 주고 투표를 했는데, 결국에는 의견에 따라 세 가지 옵션이 믹스된 형대로 입면이 만들어졌죠.
헤이그라운드에 얼마나 많은 회사가 입주해 있나요?
현재 70개 이상 회사가 들어와있고 인원으로는 500명 정도에요. 입주사의 규모는 다양한데, 1인 기업도 있고 60명 이상의 큰 기업도 있어요.
팀 리드로서 여러 가지 사업을 기획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을 기획할 때 어떤 부분에 가치를 두고 하는지 알려주세요.
스타트업은 고객이 가진 여러 니즈를 해결하는데, 특히 소셜벤처는 고객이 가진 문제에 더해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스타트업과 비즈니스를 시작한 동기가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돈을 벌어야 하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스타트업과 크게 다르지 않죠. 그래서 커뮤니티를 구성할 때에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업무와 관련해 성장하는 데에 필요한 여러 지원 정책들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이직의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아주 큰 계기가 됐던 것은 엄마와의 대화에요. 행복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유심하게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죠. 그 대화 이후 나만 행복하기보다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머니와 했던 대화의 내용이 궁금해요.
하루는 출근하는 길에 어머니가 ‘네가 가장 아름다워야 하는 20대에 힘들어 보여서 속상하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출근하면서 곰곰이 생각했어요. 가장 아름다워야 하는 때에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건가. 그 순간 나도 일을 통해 행복해져야겠다, 그리고 나만 행복하기보다 다른 사람들도 같이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 직장에서의 일이 재미없거나 힘들었던 건 아니에요. 챌린징했고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일을 하면서 잊어버렸던 것들이 있던 것 같아요. 엄마와 대화하고 나서의 감정이, 내가 잊고 있던 것을 환기시켜준 것 같아요.
잊고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이 일을 왜 할까?’요. 일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당시의 저는 주어진 일을 제 시간 안에 잘 마무리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일을 배우며 성장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물론 실력도 있어야 하고, 협업도 잘 해야 하고, 주어진 과제를 잘 해내야 하지만, 그래서 그것을 왜 해야 할까? 라고 그 이면에 담겨있는 것을 문득 생각했어요. 그랬을 때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됐고요. 결론적으로 내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루트임팩트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 입사를 결정했나요?
루트임팩트는 비영리 성격의 일을 하는 사람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정당한 성장의 기회를 가지며 더 잘 되어야 한다고 믿어요. 저도 그런 가치에 평소에 많이 공감했기 때문에 좋았어요. 일반적으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해 여러 선입견이 있어요. 인건비도 많이 받으면 안 될 것 같고, 일을 효율적으로 하지 않을 것 같은 등등. 그런 선입견을 없애고 싶었어요.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돈도 많이 벌고 업무적으로 성장해서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멋있게 성과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루트임팩트로 이직을 하고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회사라는 건 일적으로 결국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주어진 일이 있고, 그것을 잘 수행해야 하죠. 일의 기본은 같지만, 루트임팩트로 온 이후 바뀐 것이 있다면 제가 ‘일을 대하는 관점’이에요.
이전 직장에서는 주니어로서 가장 큰 미션이 내게 주어진 과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선배들이 주는 업무를 받아서 잘 하려고 노력했죠. 그런데 이직을 하고 보니 주니어, 시니어의 구분도 없고 내가 온전히 담당한 사업을 관리해야 하더라고요. 나에게 과제를 주는 사람이 없고, 오히려 내가 문제를 발견하고, 심지어 사전에 문제를 예방하고 관리까지 해야 했어요.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어요.
사회적 기업의 육성과 투자에 언제부터 관심이 있으셨나요?
평소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금이나 전문성들을 사회에 기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이전 회사에 다닐 때 SCG(Social Consulting Group)이라는,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의 경영 관련 이슈를 컨설팅하는 프로보노 단체에서 주말마다 활동을 했었어요. 그러면서 소셜벤처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됐고, 수익을 누구에게 직접적으로 기부의 형태로 전달하는 것 외에도 자체적으로 돈도 벌고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게 하는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 공헌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알게 된 것 같아요.
실제로 관련 일을 해보니 어떤가요?
저희와 함께 했던 기업 중 당시엔 열 명 남짓 되었는데 지금은 6-70명으로 성장한 회사들도 있거든요. 그런 회사의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볼 때 무척 뿌듯해요. 요즘엔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여러 정책이나 움직임이 있어서 이런 사회적 변화가 뿌듯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어떤 사회적 변화가 있나요?
일례로, 요즘은 소비자들도 내가 소비하는 것이 의미와 가치가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핸드폰 케이스를 사더라도 더 의미가 있는 핸드폰 케이스, 예를 들어 마리몬드 같은 위안부 할머니의 스토리가 담겨있는 것을 구매하고, 커피를 마시더라도 사회적인 의미가 있는 것을 찾아 마시죠.
마찬가지로 밀레니얼 세대들은 일을 할 때에 단순히 돈 잘 벌거나 일을 잘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통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싶어 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많은 청년들이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벤처에서 일하고 싶어 하거나 소셜벤처를 창업하는 것 같아요. 소비자가 소비하는 행위에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투영하고자 하는 것처럼 투자자 역시 이왕이면 내가 가진 가치를 비즈니스로 실현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어 하고요. 교육 격차 문제에 평소 관심이 있다면 이를 해결하는 교육 비즈니스에 투자를 하는 거죠.
2010년대 초반, 사회적 기업이 유행하며 많이 생겼는데 돌이켜보면 그중 생존한 기업은 몇 개 없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생존전략은 무엇일까요?
사회적기업, 소셜벤처라고 해서 특별히 생존전략이 있진 않아요. 결국 기업이고 시장에서 통해야 하죠. 예전에는 고용노동부가 사회적기업을 평가하고 인증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인증보다도 그냥 소셜벤처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어요. 영리와 비영리의 구분이 희미해졌죠. 소셜벤처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지만, 비즈니스라는 영리의 방식으로 시장에서 고객들을 설득하는 방식을 취해요. 이렇듯 영리와 비영리가 혼재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다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해결하려고 했던 사회적 미션과 비즈니스가 충돌하는 시기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문제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처음의 미션을 잊지 않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소셜벤처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미션, 나만의 동기, 그리고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생각하며 일하면 좋겠어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지면 일의 동기를 찾기 어려워지거든요. 이건 사실 사회적 기업이라서 특히 그렇다기보다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예요. 내가 일하는 이유를 늘 생각하고 기억하며 살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소셜벤처, 사회적 기업,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더 착하게 일할 것이다, 어떨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는데 앞에서 계속 말했지만 이 역시 일이고 기업이에요. 이러한 선입견은 갖지 않으셨으면 해요.
보라님의 미션은 무엇인가요?
소셜벤처,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내는 사회 환경적 변화를 사회적 가치 또는 소셜임팩트라고 이야기해요. 이런 사회적 가치가 많이 창출되는 게 저에게는 큰 동인이자 미션인 것 같아요. 저는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벤처가 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부, 지자체, 투자자, 소비자, 교육기관 등 다양한 주체들이 자기가 하는 업무에 사회적 가치를 부여할 때 이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믿어요. 다행히도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생태계가 점점 만들어지고 있어요.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 정책도 많이 나오고 있고, 대학에서도 소셜 안트프리너십에 대한 교육 과정이 생기고 있으며, 미디어도 공익에 대한 부분을 많이 다루고 있죠. 각자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셜 임팩트를 고려하고 있어요.
일과 관련하여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시나요?
오래 일하고 싶어요! (웃음) 단순히 시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제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나 전문성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일을 오랫동안 하고 싶습니다.
보라님이 생각하는 라이프워크는 무엇인가요?
나에게 라이프워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나고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을 선택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하는 일이 이 사회에, 내 가족에게, 그리고 나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선택할 거예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나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고 일을 통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일을 오래 하고 싶은 이유도, 더 성장하고 싶은 이유도 그런 의미와 닿아있지 않나 싶어요.
원티드가 강보라 님의 라이프워크를 찾기 위한 여정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