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먼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촉촉 Oct 25. 2021

통신이 멈추자, 나의 생각도 멈췄다

먼-데이 에세이 37. 온라인

소소하게 화제가 됐던 어느 트위터리안의 트윗

https://twitter.com/SulzAli/status/1102738936047300609?t=LVM159-94ALZzSz_mNt6zQ&s=19

이 글을 보고 무릎치며 공감했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사실 카페이다. 카페의 사전 정의는 '커피나 음료, 술 또는 약간의 가벼운 서양 음식을 파는 곳'이다. 그런데도 나는 카페에서 음료만 마시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나는 그럴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무언가 뒤바뀌었다.


우리는 항상 온라인이 되어있다. 2010년대 초반에 유비쿼터스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어디서든 온라인 상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IT기업의 비전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말을 이제 굳이 쓰지 않는다. 왜냐면 이젠 너무나 당연하니까. 우리의 의식주 모든 부분에서 우리는 온라인이 되어있다. 예를 들면 예전에 스마트폰 중독 테스트를 할 때 화장실을 갈 때 폰을 들고 가는가 라는 부분이 있을정도로 화장실까지는 굳이 가져가지 않다. 목욕할 때 스마트폰을 하는 것은 하나의 기현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온라인 세상은 말그대로 나와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스마트워치가 항상 손목 위에 있다. 잠자거나 샤워하거나 무슨 상황에서도 나는 온라인의 좌표안에 있다.


 이 글을 쓰는 10월 25일, 오전 11시경 갑작스럽게 약 30여분 인터넷이 안 되는 증상이 있었다. 3대통신사중 하나인 KT 회사의 문제였지만, 이 사태에 정말로 한국 사회가 멘붕이었다. 주문, 결제, 할인도 불가했고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문화인 출입을 관리하는 QR 코드가 먹통이 되었다. 단순 상점 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우체국 같은 공공시설의 운영이 어려웠고,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강의도 끊겼다. 

네트워크의 문제가 생기면 삶이 불편할 거란 예상은 했었지만 실제로 겪으니 다들 당황을 금치 못했다. 너무나 익숙한 삶의 방식이 먹통이 되었을 때, 제대로된 해결방식조차 생각해내지 못했다. LTE가 안터져서 삼성 페이가 되지 않자, 실물 카드를 꺼냈고, 네트워크 기반인 실물 카드기가 안되자 어플을 켜서 계좌이체를 하려고 했다. 이건 마치 마리 앙투아네트가 빈곤에 못 이겨 빵을 달라는 프랑스 시민들에게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라고 했다는 말 처럼. 우리는 삼성페이 대신 은행 어플을 키려 한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그 때 딱 근무시간이었다. 사실 몰래 브런치를 쓰는 중이었다. 그런데 보통 이것저것 검색하면서 자료를 얻는데 중간에 인터넷이 멈추자 내 생각마저 멈추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글은 머릿속의 내 생각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료가 없으니 무엇을 쓸지 막막해졌다. 아니 단순히 글이 멈춘 것보다 삶이 멈춘 느낌이 들어서 불안해졌다. 나는 문자를 보내서 내 근처에 인터넷이 되는  친구를 찾았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지금 사회에 어떤 뉴스가 나왔는지 확인했다. 마치 비상사태인것 처럼. 사무실의 사람들은 다 살아 움직이고 있는데 조금 과장하자면 삶의 위협을 느껴서 SOS를 치듯 문자를 보낸 것이다. 난 심지어 아는 기자한테 물어볼까라고 생각했다. 뭔가 기자라면 이 사태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심지어 별로 친하지도 않고 정말 단순히 아는 정도의 사이인데 말이다. 이런 걱정과 답답함이 나의 몸과 현실세계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다만 인터넷만 안 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내 앞의 사람들이 걸어 움직이는 것보다 온라인 세계 커뮤니티의 말과 기사가 더 믿음이 갔다.


다행히 약 40분 정도가 지나자 점점 인터넷이 가능해졌다. 나는 카카오 맵으로 내 거래처의 주소를 찾은 다음, 유튜브 뮤직을 들으며 다음에서 관련 뉴스를 열심히 검색하며 우체국으로 갔다. 그리고 법인카드를 사용해 우편을 보냈고, 그 옆에 있는 롯데리아에서 삼성 페이로 오늘의 점심을 결제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늘 온라인이 되어있는 삶이 되었고 안정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유튜브 파도를 타다가 하이퍼 리얼리즘 화가 정중원의 말하는 대로 강연을 보게 되었다. 



 그는 하이퍼 리얼리즘이 사진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란 오해를 받는다며, 그럼 사진을 쓰지 왜 그리는 건 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사진이 있기 때문에 그린다고 말했다. 이제 사람들은 일상생활의 좋은 모습을 SNS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SNS에 올리기 위해 자신의 일상을 편집한다. 선후가 바뀐 삶. 자신의 그림은 그 복제품과 현실의 간극에 대한 질문이라고 했다.


이 강연이 나에게 뜬 것은 어떠한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오늘 잠시 온라인 세상에서 강제로 튕겨 나왔던 순간 내가 느꼈던 것은 그 온라인 속 세상의 내가 진짜 나 같다는 생각이었다. 




출처 : https://ko.dict.naver.com/#/entry/koko/0eb94987ea46452490f97997745fd198

https://news.v.daum.net/v/20211025175102077

https://www.youtube.com/watch?v=q_X_Kcg_gzg


먼- 데이 에세이란?

'먼'데이마다 애'먼' 사람들에게 글을 뿌리는, '먼'가 할 말 많은 사람의 이야기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일찍 일어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