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윤아 Nov 14. 2023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내면이다

회사에서 새 노트북을 지급받았다. 14년간의 묵은 자료를 백업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회사 업무뿐 아니라 내 과거의 개인 자료까지, 그야말로 청춘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일을 정리하면서 잊고 있던 사진을 하나씩 꺼내 보는 맛도 쏠쏠하다. 이건 마치 내가 청소하면서 보물 상자를 꺼내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라고 할까.


이번에는 파일 양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하드디스크 용량도 부족하고, 정리 없이 백업만 하던 자료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가 나는 바보짓을 하게 됐다. 안전하게 노트북에서 하드디스크로 복사하기를 하고 노트북에 있는 자료를 삭제해야 하는데 잘라내서 붙여 넣기를 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무사히 백업을 완료하면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중간에 용량이 모자라서 중단하고 삭제하기를 반복, 그 과정에서 파일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처음에는 어떤 파일이 사라졌는지 알 수 없어서 허탈했고, 어떻게든 복구해 보려 노력했고, 노력하다 보니 집착이 생겼다. 집착이 생기니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사실에 화가 났고,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미련이 생겼다.


사실 어떤 파일이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기억 못 할 정도로 중요하지도 않은 그 자료들은 나는 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가지고 있었을까. 왜 이미 사라진 보이지 않는 것들에 집착하고 있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집착이 사라지며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인생도 이런 게 아닐까.


오래된 것을 붙잡고 있는다고 답이 있는 건 아니다. 오래된 폴더에 무엇이 있었는지도 모르면서 지나간 시간에 집착하다 현재의 시간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해답은 내 생각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정답은 찾지 못해도 해답은 이미 찾았던 거라고.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흘러가게 두고, 우리는 지금에 충실하면 된다.


오늘도 잃어버린 파일 하나로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내면이다


작가의 이전글 내 마음의 19호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