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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모사 Mar 21. 2022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른들을 성

가시게 하고 끊임없는 질문 어택으로 어른들을 녹초로 만들며 거의 모든 순간 시끄럽고 정신없고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고의로, 혹은 미필적 고의로 파괴하곤 한다.


  잠시 잠깐 조카나 친구의 아이들을 봐주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그 작고 혈기왕성한 생명체를 스물 네시간

삼백육십오일 케어해야 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

로서, 나는 수억을 준다해도 마다할 것이다.


  게다가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맡고 싶지 않은 역할이

'엄마'이다. 임신, 출산, 육아의 고통스럽고 지난한 과정

은 차치하고라도 그 아이의 평생을 책임지고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숨막히고 부담스럽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싫어하는 것과는 별개로, 지구상

에 태어나는 모든 생명들은 무조건 환영받고 사랑받아

야 마땅하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무조건적인 희생과 사랑을 내 아이에게 베풀 자신이 없

고 그러기도 싫다. 때문에 나는 일찌감치 결심했다. 내

인생에 아이는 없을거라고.


  다행스럽게도 신랑 또한 나와 의견이 비슷했다. 신랑

의 경우는  아이 하나당 들어가는 막대한 돈에 대한

현타가 크게 와닿았다고. 그래서 우리는 딩크족으로서

11년째 아이 없는 삶을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는 우리의 의견을 내비

치는 순간 피라냐떼처럼 달려드는 '어른'들로부터  이기적이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 철이 덜 들었다, 못돼 처먹었다 등등의 불합리한 쓴소리들을 수없이 들어야 했다. 또한  그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무식하고 폭력적인지 모르는 그분들에게 대들지 않으려고 애써

성질을 눌러가며 에너지를 소모한 날들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결혼하면 반드시 아이를 낳는 것이 자연의 절대 법칙

이며 순리라는 개념은 이미 젊은 세대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원치도 않고 잘 키울 자신도 없는 아이

를 앞뒤 안가리고 덜컥 낳아만 놓는 부모들, 정상적인 양육자 역할을 방기함으로서 아이에게 벌어지는 많은

비극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목도하는가.


  이미 옛날 고리쩍 사고방식이 뿌리 깊이 박힌 어르신

들을 우리가 설득할 수 없듯이, 그분들도 우리에게 강

요할 수 없다. 아이를 원하는 부부는 아이를 낳고 살면 되고 우리처럼 원치 않는 부부는 그냥 둘만 즐겁게 살면 될 일이다.


  부디 그분들이 삶의 다양한 형태를 조금이라도 인정 해주었으면. 아이 없는 부부들의 삶이 외롭고 말년

이 비참할 것이라는 뇌피셜은 멈춰주었으면.


  우리 부부는 단 둘이라서 너무나 좋다. 그리고 앞으로

의 나날들도 둘만의 다채로운 이야기로 알차게 꾸려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딩크족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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