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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모사 Mar 23. 2022

카페 죽순이의 일상


오래 전부터 불특정 다수가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채우고, 흘려보내고, 떼우기도 하는

카페라는 공간이 너무나 좋았다.

그래서 나는 카페에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웬만큼 별로가 아닌 이상 3~4시간을 머무르며

보통 두 잔의 음료를 소비하는 카페 죽순이다.


카페문화가 눈부시게 발달한 나라답게

우리나라의 카페는 상향평준화 되어있다.

고품질의 커피 원두로 추출한 향그러운 커피와

다양하고 예쁘고 맛까지 좋은 디저트들은 기본,

SNS 업로드에 적합한 근사한 인테리어까지.

이 모든 것을 갖춘 카페들의 수를 헤아려보면

전국적으로 오조오억개쯤.


당연하게도 제주도에도 핫플 카페가 너무나 많고

카페 죽순이인 나 또한 구미에 맞는 곳들을 투어하며

즐겁고 밀도있는 시간을 보냈더랬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가끔 글도 쓰는,

겉보기엔 세상 걱정 없는 우아한 백조의 일상.

내게 허락된 작지만 실용적인 허세 타임.

그 배경이 되어주었던 수많은 카페에 감사한다.


집에서 커피 마시며 편하게 있을것이지

굳이 카페까지 가서 돈 쓸 필요 있냐, 라며

엄마와 신랑은 고개를 절레절레하지만

집이 아닌 익숙치 않은 멋진 장소,

같은 시공간을 경유하는 초면의 타인들,

다채로운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실내를 가득 메우는 BGM까지 어우러진

카페라는 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중력이 작용하는 곳이다.


나는 아마 할머니가 되어도

여전한 카페 죽순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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