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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규승 May 28. 2023

특권 계급만 누리던 금서

Be water my friend

금서를 읽었다.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내가 달라져 버렸다.


영화 <메트릭스>에서 빨간 약을 먹은 네오가 되어 버렸다.


책을 읽는 동안에 과거의 경험들과 미래에 일어날 경험들이 머릿속에서 번개줄기처럼 펼쳐졌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책이었다. ‘이 행동이 그래서 의미가 있었구나. 지금 내가 이런 이유는 이것 때문이구나.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야겠다. 이거는 누구한테 꼭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들이 범람했다. 책에서 알려주는 것들을 내 삶에 그대로 녹여내어야 했다. 넘치는 생각들을 주어 담아야 했다. 책을 통째로 씹어먹어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누가 이런 절대무공 비법서를 세상에 뿌렸나 싶다.


며칠 동안 몰입해서 읽은 책은 바로 <유연함의 힘>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ChatGPT를 처음 썼을 때의 느낌과 같았다.


ChatGPT를 사용하고 나서는 내가 지식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내가 원하는 태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ChatGPT가 나의 Hard Skill을 향상해 준다면, 유연함의 힘은 나의 Soft Skill을 향상해 준다. ChatGPT를 통해서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객체의 출현 시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해 줄 수 있다면, 유연함의 힘은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개인의 세상 그 자체의 출현 시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해 줄 수 있다.




책에서 말하는 유연함이란 무엇인가.


모든 순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태도를 말한다.


유연함의 힘을 함양하면 스스로 생각하면서 살 수 있다. 언제나 깨어있는 삶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말하는 system1에서 기인한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고 이를 system2 사고회로로 전환하여 사고하는 것이다.


깨어있기 참 어려운 시기다. 너무도 많은 쓰레기 말들이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와서 나의 뇌 속에 훼방을 놓는다. 정신이 없다. 머리가 뿌옇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쓸데없는 말을 치워내고 진짜 나의 메시지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의식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그 의식의 시작을 위해 감정을 활용할 수 있다. 감정을 억누르라고 교육을 받아왔다. 하지만 감정만큼 강력한 것이 없기에 억누르려고 하면 할수록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새어 나온다.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 감정을 무시해서도, 과소평가해서도 안된다. 감정은 당신이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신호이다.


감정은 신의 목소리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신화 속 신탁이 허무맹랑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과거의 인류는 지금의 우리 만큼이나 똑똑하고 우리 만큼이나 멍청했다. 그런 인류는 왜 신탁을 믿었을까?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찾은 해답은 신탁은 국가만을 생각하는 사제들의 감정 회로를 이용해서, 국가가 원하는 또는 필요한 행동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의사결정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논리보다는 감정을 처리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감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인간적이면서 효율적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을 찾아가는 첫 단계임은 틀림없다.




책을 다 읽은 순간 이 말이 떠올랐다.


“Be water my friend.”


유연함의 힘은 물이 되는 삶의 자세를 알려준다.


인간은 스스로 형체를 가질 수 없다. 그럼에도 자아라고 하는 스토리 빌딩 시스템은 자신의 형태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세상에 나를 비춰보면서 내 모습을 찾아보려고 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내가 보이는 모습은 달라진다. 게다가 상황은 단 한 번이라도 같을 수가 없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부서지는 모양이 매번 다르듯이. 그렇게 우리는 매번 내 모습을 찾는데 실패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그 모든 순간이 나였다는 것을. 내가 바라보는 세상 자체가 나인 것이다. 나 자신이 어떤 것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연함의 힘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세상도 그릴 수 있다, 내가 물이라고 하는 것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말이다. 세상에 나를 맡기면 내가 세상이 된다.


Empty your mind.
Be formless, shapeless like water.
You put water into a cup it becomes the cup.
You put water into a bottle it becomes the bottle.
You put water in a teapot it becomes the teapot.
Water can flow or it can crash.
Be water my friend.

- Bruce Lee




Reference.

유연함의 힘 - 수잔 애쉬포드

브루스리 인터뷰 - 아끄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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