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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규승 Oct 01. 2023

너의 빨강은 나의 파랑

너라는 다른 세계의 사람

내가 시각적 사고자인가?


시각 공간적 식별자 질문 18가지 중에서 나는 16가지가 Yes였다. 사물 시각적 사고자인 템플 그랜딘 역시 16가지 항목에 대해 Yes라고 대답했다. 템플 그렌딘은 스스로 사물 시각형 인간이라고 이야기한다, 반면 내가 나 스스로를 판단하기에는 공간 시각형 인간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내가 템플 그랜딘만큼 시각적으로 사고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각을 많이 사용하기는 하지만 극단값이 아닌 적당한 스펙트럼 상에 놓여있을 것이다.




시각적 사고자 라고 하는 특질 안에서 내가 힘들었거나 쉬웠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나는 수학을 좋아한다. 수학 중에서도 쉬운 과목들이 있었고 특히나 어려운 과목들이 있었다. 기하학은 즐거웠다. 공간을 직접 머릿속에서 그리는 것을 재밌어했다. 3차원 벡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머릿속에서 생성된 3차원 공간 속에서 벡터와 평면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4차원이 넘어가게 되면 상상을 할 수 없었다. 3차원을 n개 그리는 방법으로 상상을 해보곤 했지만, 3차원 공간을 자유롭게 다루는 것만큼 익숙하지 못했다. 벡터의 외적과 내적을 공간상에서 상상할 때 그만큼 재밌는 게 없었다. 유클리드 기하학 뿐만 아니라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즐거움에 빠져 지낸 기억도 있었다.


반면 해석학은 어려웠다. 머릿속에 개념을 박아 넣을 수는 있었지만 자유롭게 가지고 놀 수 없었다. 아무리 시각화를 해봐도 무한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이 어려웠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 상태에 빠져들어 고정된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릴 수 없었다. 입실론-델타 논법을 배운 지 15년이 지났다. 그것이 대단한 발상인지 이성적으로는 알지만 가슴으로 그것을 느끼지는 못한다. 고정된 그림이 아닌 무한히 움직이는 그 상태를 머릿속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대학교에서 해석학을 배울 때 compact를 학과 동기가 이미지로 보여준 적이 있었다. 나에게는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더 이상 무한하게 뻗어갈 수 없는 compact 집합의 한계를 설명하는 그 그림을 표현한 창의성에 혀를 내둘렀다. 해석학 과목에서도 어떤 느낌인지 알려줄 수 있었다면 내가 조금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엄밀하게 표현하기에는 시각화 자료가 오히려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교수님과 교과서는 가장 엄밀하게 표현하였던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내게는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세계였다. 누군가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실을 나는 그러지 못한다는 것에 좌절했었다. 수학이란 학문을 하기에 부족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느껴지기도 했었다.




스스로 공간 시각형 사고자라고 판단내리기에는 스스로 추상화를 잘 못하는 경험들이 있었다. 적성이라고 하는 것은 스팩트럼 상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100% 특질과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긴 하다. 어느 정도 언어적인 사고를 하기도, 사물 공간적인 사고를 하기도 한다.


굿슨 에스피는 문제 해결을 하는 학생들을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미지에 기반하지 않는 산술적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은 학생, 도표 작성 방법에 의존하는 학생, 대수학을 사용하는 학생으로 범주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15개 사과를 6명에게 균등하게 나누어 준다는 문제를 풀어본다고 하자. 그러면 각 범주에 속하는 학생들은 아래와 같이 문제를 접근한다.


산술적 방법: 15개 / 6명= 2.5개

도표 작성(시각적) 방법: 6개의 칸을 그리고 2개씩 사과를 채운 다음 남은 3개 사과를 반을 잘라 6개 칸에 나눠줌.

대수적 방법: 각각 나눠가질 사과를 x 개라고 할 경우, 6 * x = 15 → 따라서 x는 2.5개


산술적 방법은 sequence에 맞게 사칙연산을 진행한다. 시각적 방법은 상황을 이미지 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시뮬레이션 결과를 확인한다. 대수적 방법은 문제를 일반화시켜 추상화시킨 후 구체적인 사례를 적용한다.




나는 과연 어떤 사고방식에 익숙한 것일까?


언어를 도구로 삼아 사고하는 편이긴 하다. 스스로 느끼기에는 생각의 작업대가 그리 효율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작업 정보를 머릿속에 띄워놓기에는 뇌에 과부하가 걸린다. 그래서 글로 눈에 보이도록 띄워두고 사고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할 때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 익숙한다. 이런 면에서 언어적 사고자의 특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혹은 시각적 사고자의 프레임으로 생각해 보면,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인 것을 글뭉치로 세상에 구현화하여 내 눈에 생각을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닐까?


글을 계속 쓰다 보면 어떤 이미지 하나로 나의 생각이 귀결되기도 한다. 하나의 그림으로 모든 의미가 완성되기도 한다. 알고리즘이나 여러 sequence처럼 그려지기도 한다. 이때 나는 생각이 완결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스스로의 세계를 정립했다는 느낌이 든다. 남들은 이 그림을 보고서는 무슨 내용인지 맥락에 대해 설명 듣기 전까지는 모르지만 내게는 하나의 세계를 담은 사고의 결과물이다. 이런 면에 있어서는 추상을 구체화시키는 능력이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추상화 능력도 있고 시각화 능력도 있고 언어적 능력도 각각 있다. 그러면 궁금한 것은 과연 이 3가지 능력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아래는 인간의 능력의 종류를 열거한 것이다. 


인지 능력(Cognitive Abilities):

       추상화 능력(Abstraction): 복잡한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간소화하여 일반화하는 능력.

       시각화 능력(Visualization): 정신적 이미지나 개념을 형성하고 조작하는 능력.

       언어적 능력(Linguistic Ability): 언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

       논리적 사고 능력(Logical Reasoning): 문제 해결과 판단을 위해 논리와 추론을 사용하는 능력.

       기억 능력(Memory): 정보를 저장하고 검색하는 능력.  

감각적 능력(Sensory Abilities):

       시각 능력(Visual Ability): 물체, 색상, 움직임 등을 인지하는 능력.

       청각 능력(Auditory Ability):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능력.

       촉각 능력(Tactile Ability): 터치와 질감을 통해 느끼는 능력.

       냄새 인지 능력(Olfactory Ability): 냄새를 구별하고 인지하는 능력.

       미각 능력(Gustatory Ability): 맛을 구별하고 인지하는 능력.  

정서적 능력(Emotional Abilities):

       감정 인식 능력(Emotion Recognition): 자신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능력.

       감정 조절 능력(Emotion Regulation): 감정의 표현과 반응을 조절하는 능력. 

사회적 능력(Social Abilities):

       대인 관계 능력(Interpersonal Skills): 다른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능력.

       팀워크 능력(Teamwork): 그룹 내에서 협력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 

기술적 능력(Technical Abilities): 특정 업무나 활동에 필요한 구체적이고 특화된 능력. 

신체적 능력(Physical Abilities):

       운동 능력(Motor Skills): 특정한 움직임이나 동작을 수행하는 능력.

       체력(Endurance): 지속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능력.  


언어적 사고자, 시각적 사고자는 인지 능력 중의 하나의 카테고리일 뿐이다. 인지 능력을 제외하고서도 인간은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남들이 느끼는 것을 감각하지 못할까? 과연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것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타인의 능력을 이해하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관계가 존재에 우선한다. 네가 있기 때문에 내가 보인다. 너의 세계가 궁금하다는 것은 내 세계가 궁금하다는 것과 같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너의 빨강은 나의 파랑일 수 있겠구나.




Reference.

CHATGPT

비주얼 씽킹 - 템플 그랜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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