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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유 Apr 22. 2016

엄마, 너무 예뻐

어린이집 하원 길에 딸기를 사줬다.

딸기를 좋아하는 수안이는

딸기를 좋아하는 호비를 껴안고


호비야, 우리 같이 딸기 먹을까?


딸기를 씻어 통에 담아 주자

딸기를 두 어개 먹더니

나를 부른다.


엄마, 우리 같이 딸기 먹을까?

저 조그만 아이의 마음 속에

맛있는 딸기를 먹을 때 나눠먹으려는 마음이

호비를 생각하는 마음이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있다.

나는 그 마음이 몹시 예쁘다.


딸기를 먹고 침대에 같이 누워 뒹굴거리는데

내 얼굴에 뽀뽀를 하고

손가락을 눈을 찌르고

입을 크게 버려 내 얼굴을 먹을 듯

온 얼굴에 침을 묻힌다.

그러더니 나를 보며 말한다.


엄마, 너무 예뻐.


마루로 나가더니

갑자기 공손해진 눈빛으로

두 손을 모으더니

내 눈을 보며 말한다.


엄마, 말랑말랑 쪼물쪼물 주세요


요즘 플레이도우에 푹 빠진 딸아이는

플레이도우를 두고

말랑말랑 쪼물쪼물이란다.

내가 하는 모든 말, 모든 의성어 의태어 심지어 혼잣말까지도

모조리 기억하고 따라하는 아이 앞에

나는 한 번더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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