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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유 Oct 22. 2016

당신은 누구십니까? (4)

그 소설은 죽어있던, 혹은 잠자고 있던, 땅 속 저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나의 그 어떤 마음을 헤집어 다시 손아귀에 움켜쥐더니 답답증과 무력감의 한 복판으로 세개 내동댕이 쳐놓고는, 팔짱 낀 채 아무 해답도 내놓지 않고 있었다. 나를 그렇게 불편하게 만들어놓고는 너무나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냥 그렇다고! 나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진실이 그러하다고!"


장강명 작가가 쓴 글을 모두 찾아 읽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내가 찾는 속 시원한 답은 얻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장강명 작가의 팬사인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갑자기 알 수 없는 열망에 휩싸였다. 만나야겠다! 그 사람을! 그 얼굴을 한 번 봐야겠다!


약속장소에 20분 일찍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와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상암동에 자리한 북바이북 지하 1층에는 작은 강연장이 마련돼 있었다. 책과 책상과 의자들이 조화롭게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곳곳에 마치 잘 짜여진 각본같은 관객들이 앉아 공간의 균형을 잡고 있었다. 나도  1층에서 받아 내려온 얼그레이 티를 홀짝거리며 긴 나무 의자 한 쪽에 앉았다. 8시가 가까워오자, 차를 마시며 조금 진정됐던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강연장 뒤편으로 사람들이 조금씩 분주해지는 기척이 들리는 듯 했고, 북바이북 사장님으로 미루어 짐작되는 아름다운 여인 한 명이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작가님이 도착하셨는데, 잠시 장내를 정리하는라 5분 가량 지연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5분쯤이야. 나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다시 얼그레이 차를 마셨따. 한 모금, 두 모금, 다섯 모금쯤 마셨을까. 뒤에서부터 술렁술렁, 어떤 기운이 느껴졌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보니, 아 그 사람이다! 그. 사.람.이.다. 장. 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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