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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창진 Apr 06. 2016

핸드드립 커피 이야기(2)

에티오피아 콩가

4월 1일, 회사 동료분들과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드립 커피 이야기(1)의 조회수가 1000을 넘었습니다" 하고 푸시 알림이 왔다. "무슨 일이지" 하면서 "이런 날도 있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브런치가 만우절이라 거짓말이라도 하는 것처럼 두 시간이 채 안돼서 조회수가 4000을 넘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조회수가 5000을 넘었다고 알림이 오는데, 어떻게 다음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있을까?




집 앞 크린토피아에 맡겨 놓은 겨울 옷을 찾아서 정리하고 있는데, 빈-브라더스 4월의 커피가 도착했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서 신나게 박스를 뜯었다. 지관통이 지퍼팩으로 변경되었고, 패키지 상품의 컵이 아이스 잔으로 바뀌었다. 안타깝지만 우리 집에는 아직 얼음이 없어서 없어서 바로 사용할 수가 없다.



이번 달 James 바리스타님의 원두는 에티오피아 콩가다. 콩가는 건대 스페셜-티 연구소인 COFFEE LAB에서 바리스타님의 추천을 받고 처음 접했다. 그 이후에도 몇 번 마셨는데, 어렴풋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향과 비슷하다. COFFEE LAB의 콩가는 신맛이 강했는데, James 바리스타님의 콩가는 신맛이 강하지 않다. 원두는 약배전(Light), 중배전(Medium), 강배전(High, City)으로 로스팅하는데, 각 단계마다 조금씩 더 나뉘 기는 하지만 어찌 됐든 강배전으로 갈수록 신맛이 적어지고, 쓴맛이 강해진다. James 바리스타님은 아마도 신맛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로스팅하신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원두를 분쇄해서 드립퍼에 담았고, 전기 포트가 제 몫을 다해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었다. 코체레 하마는 향이 집 안에 확 퍼질 정도였는데, 콩가는 그렇지 않았다. 대신 코를 가까이 대면 홀빈 상태의 원두를 씹어서 먹고 싶을 정도로 초콜릿 박힌 달콤한 커피 쿠키 향이 난다. 이제 물이 끓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물이 완전히 끓기 전에 전기 포트를 멈추는 것이 핵심이다!



뜸을 들이고 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달달한 향을 맡고 있으니 어쩐지 오늘 하루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커피 빵이 부풀어 오르면서 뽕, 뽕 터지는 소리는 묘하게 좋다.



첫 물줄기로 안에서 바깥쪽을 향해 원을 그렸더니 커피 빵이 물을 머금었다가 뱉으면서 이산화탄소를 뽀글뽀글 내뿜는다. 하리오 드립퍼로 커피를 내리면 처음에는 똑, 똑 떨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또르륵 또르륵 하면서 이내 곧 또르르르르 하면서 빠르게 떨어진다. 나는 원두 20g에 물 200ml가 딱 좋은데, 집 근처 핸드드립 카페 사장님께서는 20g에 150ml만 넣으면 원두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다. 물론 해보지는 않았다. 언젠가 좀 더 심도 있게 공부할 때 해보려고 한다.


원두가 어느 정도로 신선한가 하면 커피는 향과 맛이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James 바리스타님의 콩가는 한 모금 마시면 들숨 날숨 할 때마다 향이 쪼르르 딸려오는 느낌이랄까. 아주 묵직하다. 어떤 바리스타님은 이런 느낌을 30대의 중후함이라고 표현하던데, 사실 그건 잘 모르겠고, 그냥 받아들이기에 거부감이 없는 표현으로 마무리지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의자에 앉아, 커피 향에 취해 있으면 그만한 여유가 어디 있을까 싶다.




보통 아이들은 단맛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탕과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산다. 맛있다는데 어쩌겠나. 나도 단 음식을 먹으면 맛있는데?


성인이 되면 인생의 쓴맛을 느껴서, 쓴 것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고, 나의 경우 느끼한 음식을 먹으면 이상하게 쓴 커피가 당긴다.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로 많은 돈을 소비하고 있지만 현실을 거스를 수는 없으니 적당히 저렴한 쓴맛 나는 커피를 물처럼 달고 산다. 어디서 주워들은 말로는 20대와 30대가 유독 "커피"를, 향은 좋은데 맛이 원래 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커피의 대부분 소비량이 20대, 30대라서 프랜차이즈 카페는 소비량이 높은 강배전 원두를 일부로 많이 들여놓는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강배전 원두가 유통기한도 길다고 들었다.


노인이 되면 활동량이 많이 줄어든다. 음식의 섭취량도 적어지고, 입 맛도 썩 좋지 않다. 그래서 우리 몸은 포도당을 많이 확보하려고 다시 단맛을 찾게 된다고 한다.


뭐, 어디까지나 통계적인 것이고, 노인이지만 구수한 보리차 같은 커피를 좋아하는 분도 있고, 나처럼 20대지만 맛있는 커피를 찾아 삼만리 떠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사은품으로 도착한 커피 매뉴얼이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내리는 방법에 대해 적힌 설명서인데,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핸드드립이니 나중에 필요하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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