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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캐쳐 Jul 14. 2024

[우울증 예비확진자] Ep3. 혼자있게 해주세요 제발.

우울증 환자 곁에 무조건 사람이 있는 것이 약은 아니다.

울밍아웃 후.


많은 사람들이 나를 붙잡고 좋은 말을 해주면서 소중한 시간을 써줬다.

그러나 웃을 기력조차 없는 내겐 그 시간들이 너무나도 힘들었고

때론 위로하려고 한 말들에서 비수가 되기도 했다.

나는 아직 사람들을 만날 체력과 마음 상태가 갖춰지지 않았었다.


사람들이 너무 고마운데 이런 마음이 드는 내 스스로가 너무 미웠다.

그래서 또 힘들었다.


'가면 쓰기'는 결국 남들의 기분을 맞추거나
사회 규범을 따르는 데 집중하기 위해
따라서 가면을 계속 쓴다면
어떻게 대처하든 항상 자기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 가면의 사회적 비용 中



그 당시에 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보다는

유튜브와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한 위로가 더 마음이 편했다.


수많은 콘텐츠를 보다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책을 소개하고 싶다.


어떤 이들을 곁에 남길 것인가

작가 '데번 프라이스'는 자폐인 진단을 받은 트랜스젠더 사회심리학자다.

사회 속에서 그는 "예민하다"는 말을 듣기에 충분한 남들과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지내는 일상이 너무 버거워서

그는 더욱 자폐인이 되어 사람을 만나지 않는 행위로 스스로를 치료했다.

그것이 지금 나의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처방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날.

요즘 무슨 책을 읽느냐는 질문에

이 책을 소개하면서 나는 잠시나마 행복해했고

의사 선생님은 자신이 미처 몰랐던 처방약인데 그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내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을 오픈하지 않고서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얘기를 어떤 친구에게 했는데

"정신이 아픈 사람이 어떻게 아픈 사람을 치료한다는 거야"라며 시니컬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 터라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너무 고마운 반응이었다.

책소개를 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는데 참으로 기분 좋은 대답을 들어 더 기뻤다.



책 추천이유

모두가 우울증 환자는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한다고 말을 할 때

혼자 있어도 괜찮다는 말이 내게 와닿았던 이유는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배려해 줘서인 것 같다.


 



그 당시에 나는 틈틈이 나의 마음을 체크해 주며 따뜻한 마음을 오갔던 한 분이 있었고

날 너무 좋아해서 때로는 귀찮을 정도로 말을 걸고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던 한 분이 있었다.

둘 단에게 내 우울증 사실을 밝혔다.



따뜻한 마음을 오갔던 분은 혼자 있고 싶다는 내 말을 무시하고,

함께를 강요하며 끊임없이 연락을 해 오며 자신이 아는 최선의 위로 방법으로만 나를 대했는데

그럴수록 나는 더욱 도망가고 싶어졌다.

그렇게 우리는 멀어졌다.


반대로 귀찮을 만큼 내게 말을 걸던 그분은 나의 우울증 소식을 듣자마자 단 한통의 연락이 없었다.

그때 나는 서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마웠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누구보다도 나를 궁금해했을 텐데 자신의 호기심을 꾹꾹 참으며 일부러 물어보지 않고 내가 다시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는 이야기들까지 나누는 아주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그때부터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날의 내 모습에 대한 반성과 함께.


나도 지금 이 사람들처럼 고민이 있는 친구들에게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았다.

유난히 예민하고 마음이 여렸던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언제나 힘든 일이 있으면 날 찾았고, 내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또 어느 날 갑자기 고민과 함께 나타나곤 했다.

꽤 오랫동안 나는 그 친구와 그렇게 지냈다.

나도 사람인지라 몇 년을 그랬더니 가끔 지치긴 했지만 그래도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이 나라는 게 고마워서

내 나름 그 친구를 위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마냥 다 받아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 큰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카운트 다운을 하고 있었나 보다.

또 똑같이 그 친구가 갑자기 사라지자 나는 불쾌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친구가 다시 또 아무렇지 않게 나를 찾았을 때 외면했다.

그렇게 우리는 멀어졌다.

나는 이 병에 걸리기 전까지는 이 관계의 결과는 그 친구가 만들어낸 값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야 나도 같이 만들어낸 결과값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때 멀어진 그 친구는 지금의 나와 같은 마음 상태였을 수도 있었겠다.

내 딴에 위로라고 내뱉은 말들이 친구에게는 폭력이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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