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희동처녀 Jul 25. 2017

아집(我執)

2017.7.10-19, 빠이에서의 어느 밤



모두가 떠나고 혼자 남은 밤. 스님께 밤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잠시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빠이에 도착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불교에 대해 묻는 나에게 간략한 설명을 해 주신 다음날 스님은 내게 책 한권을 빌려주셨다. 제목은 '간화선(看話禪)', 화두를 봄으로써 선을 이루는 방식을 안내해주는 조계종의 기초 교본이었다.

불교는 대승불교와 소승불교로 나뉘는데, 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지역의 불교들은 대부분 대승불교로 현생에서는 성불을 이룰 수 없으며 수양과 정진을 평생동안 해서 내세에 극락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부처는 극락에서나 만날 수 있는 신이다. 반면 중국에서 출발해 우리나라로 이어진 소승불교는 내 안에 이미 부처가 있으며, 그 부처를 찾아내기 위해 존재에 대한 질문인 '화두'를 정하고 그 화두를 의심을 통해 키워나가 결국 순간적인 깨달음을 얻고 성불하는 과정이다. 스님은 이 과정을 '인간화'라 불렀다.

스님께 여쭤보았다. 참선을 통해 작고 큰 것, 차갑고 뜨거운 것, 누렇고 붉은 것,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려 드는 '나'라는 존재를 버리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까. 그런데 그 분별을 하는 것도 나요, 화두를 정하고 깨달음을 얻는 것도 나 아닌가요. 그렇다면, 이 과정 또한 주관적인 것일 뿐 진실이라 말하기 어려운 것 아닙니까.

스님은 화두를 결정하는 것도, 고민하는 것도, 깨닫는 것도 나지 아니면 누구겠냐며 웃었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한 그 웃음에, 나도 모르게 함께 웃게 되었다. 절대적 진리라는 개념, 하나의 형태로서 무언가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벗어던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논리가 아닌가. 스님의 웃음 앞에서 나의 반발심마저 하나의 집착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작은 의심을 살포시 내려놓았다. 고양이는 스님과 내 사이를 질투라도 하는 듯, 내가 앉아있는 왕골 의자를 타고 내 무릎 위로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작가의 이전글 빠이 여행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