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자리 찾기
한국에 도착한 후 친가에서 머물렀다. 정말 오랜만에 그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상태로 온전히 쉬는 시간을 갖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아침에 눈을 뜨고 아침을 먹고 동네 한바퀴 조깅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게임을 한 판하고 오후엔 피씨방에도 가보고 만화방에도 갔다.
일을 시작하기 위해선 거소증이 필요했는데 발급받기까지 약 1~2주 정도 걸렸기에 그저 마음 편히 쉬려했다. 완전 외국인의 경우 외국인국내거소증을 발급 받았는데 부모의 국적이 한국이거나 본인이 예전에 한국국적자였을 경우 외국국적동포국내거소증(F-4)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뭐 거의 주민등록증이나 다름없다.
발급을 받기까지는 그저 백수 생활을 해보리라 싶었다.
그렇게 며칠을 놀면서 보내던 와중, 어느날 할머니가 마우스패드 아래 무언가를 스윽 밀어넣으시며 말씀하셨다.
'나가 놀아 친구도 좀 만나고'
마우스패드 아래 놓인 3만원...
ㅋㅋㅋㅋㅋ
둘째 손주가 안쓰러워 보였나보다. 난 정말 몇년만에 처음으로 쉬는 시간이었는데 얼마나 한심해보였으면 할머니가 용돈을...
누군가 나를 한심하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에 그 순간부터 일자리를 미친듯이 검색했다.
지금에 생각난거지만 그 떄 Riot Games 도 한국에 막 들어온 타이밍이었는데 지원하면서 여긴 뭐하는 회산가 했던 기억이 있다.
거의 닥치는대로 지원을 했는데 대부분은 작은 동내학원 수준이었다. 그래도 월300~350 에 집 보증금을 빌려준다하여 물정을 전혀 몰랐기에 그냥 그정도가 평균인가 싶었다. 그러다 나보다 먼저 한국에 나와서 학원일을 하던 동기에 들었는데 월 4~500 은 받는다고 하기에 이건 아니다 싶었다.
몇 개의 학원에서 인터뷰를 보자 연락이 왔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건 대치동의 어느 학원이었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는 학원이었다.
내가 너무 한국인 느낌이 났던 걸까?
이력서를 보고도 뭔가 심드렁한 태도를 보인 원장의 모습에 뭔가 쌔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본인 책상위에 올라와있던 Times 를 펼치더니 한 번 읽어보라 했다.
아니이~~~ 나 초 중 고 대 까지 미국에서 졸업했다고오;;;
농담인지 진심인지 분간이가지 않아 진짜 소리내어 읽으라 시키는거냐 물어봤다.
한 두 줄 읽었나.. 이게 뭐하는 짓인지 싶어서 그대로 잡지를 덮고 나와버렸다.
잠실 쪽 학원에서 인터뷰를 봤다. 선생님은 한국인이시니까 외국인 선생님들 관리만 해주시면 됩니다.
네?
그냥 관리직이에요. 월급은 200 부터 시작이고..
오 미국에서 학교를 다 나오셨네요. 영어 잘 하시겠다. 외국인 선생님들 채용담당으로 일하시면 되겠네요~
뭔가 이상했다. 분명 외국에선 영어외에 외국어를 하면 더 우대를 해주는 부분이 있었는데. Diversity 가 중요하다고 그리 교육 받았는데 이 나라에선 일단 피부색이 한국인이면 마이너스 였다.
나름 학원에서 Calculus 와 Chemistry 수업을 3년? 가르치기도 했고 과외도 4년간했는데 뭔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어쩔수 없는 부분인 듯 하다. 아무래도 학교 수업관련이 아닌 회화라면 발음이야 어떻든 외국인 여자 > 외국인 남자 > 한국인 여자 > 한국인 남자 순의 선호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부모마음에 들어야 하는 부분이 더 크니까.
그렇게 Offer 들을 계속 Turn down 하던중에 드디어 내가 들어본 이름의 학원에서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