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구니? 어디에서 왔니? 주춤주춤 뒷걸음치며, 내가 아는 사람은 한 사람 당신은 아니네요 길을 잃은 눈동자의 황망한 대답
버려진 건 몸이었을까? 왜 그런지도 모른 채 알 수 없는 광야에서 홀로 떨고 있다 굶주린 채로
축복 어린 성탄절 가자지구 텐트에서 얼어 죽은 아기는 무슨 중죄를 저질렀을까? 혀를 빼물고
한겨울 칼바람이 부는데 하늘이여. 당신이 부추긴 전쟁 죄 없는 영혼들은
데려가지 마세요.
하늘은 아니라고
손을 내젓는데 영혼 없는 욕심들이 죄 없는 영혼들을 마구 하늘로 보낸다
목줄을 풀어 버려진 유기견 한 마리가 거리를 배회한다. "너, 누구야. 어디서 왔어?" 부드럽게 말을 붙여 보지만 종을 알 수 없는 흰색 개는 쭈빗쭈빗 다가오질 못한다. 꾀죄죄한 몰골 안으로 한 때 사랑받던 흔적이 남아있다. 그게 사랑이었는지 오락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뱃가죽을 보니 족히 3일은 굶은 듯하다. 급한 대로 예비식량으로 사 둔 닭죽을 뜯어 아이를 유인해 본다.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녀석, 내가 문 안으로 몸을 숨기자 허겁지겁 밥을 들이켠다. 밥을 먹는 동안에도 추위 탓인지 불안 탓인지 뒷다리를 연신 덜덜 떨고 있다.
마음은 안쓰럽지만 밥을 먹여 조금 안정시킨 후 유기견센터에 연락하는 것이 나로서는 최선일뿐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배를 채운 녀석은 이미 어디론가 가고 없다. 그릇에는 서너 숟가락 정도의 밥이 남아 있었으니 일단 한 끼니는 충분히 때운 셈이겠다. 멀리까지 내다보다가 바람이 차가워 안으로 몸을 피한다. 아무런 죄도 없는 생명을 귀엽다고 여길 때까지 가지고 놀다가 함부로 버린다. 천으로 만든 싫증난 인형처럼. 특히 여름휴가기간이 지나면 시골 펜션촌 근처에는 반드시 몇 마리씩 유기견이 발생한다.
며칠 전 성탄절의 우울한 뉴스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난민촌 텐트에서 생후 3주 된 아기와 1개월인 아기가 추위로 동사하는 비극을 전하였다. 함께 살던 강아지를 내다 버리는 작자는 '사람이 아니니까 괜찮다'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아니다. 생명에 대한 무감각과 잔인함은 이렇듯 아무 죄가 없는 어린 아기의 생명도 빼앗아가는 것으로 연결된다.
국가안보라는 대의를 수호하기 위해 벌인 전쟁이므로 적국의 아기들이 수없이 죽어 나가도 개의치 않는다? 사악하고 어리석은 양심의 소유자들 덕분에 벌써 1만 7천 명의 아이들이 희생되었다. 비극적인 가자지구에서는 매일 1시간에 1명의 어린아이가 살해당하고 있는데... 묻고 싶다. 당신들의 어떤 위대한 신이 이 살육을 허가하였는가?
어떠한 명분으로도 죄가 없는 생명들을 해쳐서는 안 된다.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일 때 / 바다를 본다 / 누구도 사랑하기 어려운 마음일 때 / 기도가 되지 않는 답답한 때 - 이해인, [겨울바다]에서 - -
그 안타깝게 짧은 생에도, 사람 아닌 몸으로 태어난 생명에도 모두 의미가 있으리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