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빠져든 백일몽
요즘 중간 방을 조금씩 치우고 있다.
며칠 전 유치원에서 우리 딸 사랑이가 졸업사진을 찍었다.
이제 내년이면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것이다.
시간 참 빠르다고 느끼면서 지금 사용하는 안방을 딸을 위해 내어 주고 그 중간 방을 우리 부부가 사용하려고 청소를 천천히 하고 있다.
딸아이의 장난감을 버려야 하는데 울며불며 버리지 말라는 딸아이의 성화로 지난 몇 년간 쌓아 둔 장난감이 이제는 무섭게만 느껴진다.
언제 다 치우나????
한 번에 치우기에는 귀찮고 해서 조금씩 아이 몰래 오래된 장난감 중 버릴 건 버리고 다른 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장난감은 추려서 드리고 있다.
서서히 줄어드는 거 같은데 공간이 조금씩 날 때마다 기분이 매우 좋다.
그런데 예전에 이사 오면서 어릴 적 조심스레 모았던 내 학창 시절의 사진첩과 다이어리를 박스에 담아 구석에 박아두고 잊고 있던 걸 발견하게 되었다.
아내는 그때의 사진을 보고는 이때처럼 살 좀 빼라고 성화다.
당시 허리가 28이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불가능할지도...
눈에 띈 낡고 오래된 다이어리를 펼치면서 한동안 백일몽을 꾼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유럽여행 갈 때 도움이 되라고 고등학교 친구가 사준 다이어리였다.
먼저 다녀왔던 친구였는데 자신이 다녀왔던 지역과 일정을 적어서 준 것이다.
반골 기질이 있던 친구라 남들과 다른 지역을 다닌 경험을 제법 상세하게 적어줬는데 나는 즉흥적인 성격이라 그에 더해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었던 다이어리다.
유럽여행 가서 끄적거렸던 그때의 느낌들, 그곳에서 경험했던 몇 가지 영화 같은 경험들도 적혀 있었다.
기억과 기록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긴 하다.
두리뭉실했던 기억들이 그 기록을 보고 그때의 경험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기도 했다.
아... 언제 또 이런 자유로운 여행을 다녀볼 수 있을까?
버킷리스트가 늘었다.
가족과 함께 자유로운 유럽배낭여행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