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준혁 Apr 16. 2020

코딩... 좋아하세요?

좋아하는 것을 잘 할 수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SLAMDUNK © ITPLANNING, INC.
지난 1월 11일에 열린 프레이머 코리아 밋업 발표 내용을 옮긴 글입니다.


좋아한다 ≠ 잘한다

‘코딩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을 해보면 많은 이들이 ‘YES’ 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코딩하는 디자이너의 트렌드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코딩 잘하세요?’ 라고 질문해보면 많은 이들이 ‘NO’ 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컬러, 폰트, 레이아웃 같은 업무의 영역 뿐만 아니라 요가, 필라테스, 제과제빵 같은 취미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좋아하는 것들은 많지만 잘하는 것은 손에 꼽기도 어려운 작심삼일의 우리들에게 코딩은 성역같은 존재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보다 먼저, 일단 시작이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시작” 했나?

UX라는 개념을 대중에게 널리 각인시킨 스티브잡스가 사망한 이후, UX디자이너로서의 입지와 효능감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새로운 식구가 생기면서 가족 부양에 대한 책임감이 커진 탓에 기존의 루틴한 업무만 지속하는 것은 어딘가 부족해 보였다.

커리어 개발 단계 이론 a.k.a 압박 단계 이론 @ IxD Meetup Seoul 2016


새로운 무기가 필요한 시기였고, 고민을 거듭하다보니 IT 산업의 근본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이 일을 오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한동안 코딩이라는 단어만 붙잡고 있으면서 할까말까 고민하던 시기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코딩하는 디자이너’ 라는 유행이 불어닥쳤고, 프로토타이핑에 대한 조직의 니즈도 (나를 등떠밀기에) 한 몫 했다.




어떻게 “꾸준히” 했나?

어줍잖은 솜씨로 투박하게 만들어 본 인터랙션들을 무작정 여러 사람들 앞에 선보였다. 다행스럽게도 세상에는 선한 사람들이 많았고, 생각보다 많은 ‘LIKE’를 받을 수 있었다. 콩 심은 데 콩 나듯, LIKE 심은 데에는 자존감이 났다. 그럴수록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더 새로운 것, 더 어려운 것을 고민하게 되었다.            


LIKE 심은 데, 자존감 난다. @ dribbble.com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함의 원동력이 되어 준 것은 다름아닌 가족이었다. 딸이 좋아하는 것을 직접 만들어 선물할 때의 행복은 무엇에도 비할 바가 아니었고, 가끔은 코딩도 그 수단이 되었다.




이쯤에서 바로 그 FRAMER X

프레이머를 활용해서 딸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충분히 그려낼 수 있었다. 벡터 드로잉, 오토레이아웃, 컴포넌트 같은 기능들은 다른 디자인 툴들과 큰 차이가 없어서 스케치나 피그마같은 기존 툴들에 익숙하다면 큰 부담없이 활용할 수 있다.            


Hey Duggee © CBeebies


아이가 화면을 탭하면서 이 캐릭터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코드가 필요했는데, 프레이머 클래식과는 다른 문법에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고 좌절한 디자이너가 많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익숙한 프레임으로 코드를 개념화 해본다면 어려움도 천천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브젝트, 트리거, 리스폰스


코드를 가만히 살펴보면, 프로토파이의 기본 3요소인 오브젝트, 트리거, 리스폰스를 발견할 수 있다. 주저리주저리 정해진 규칙이 낯설어서 그렇지, 결국 인터랙션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들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YES !!!




수단과 목적

코딩을 잘하고 싶은 것이 목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또 다른 목적들, 이를테면 디자인을 더 잘하고 싶다거나, 연봉을 올리고 싶다거나, 이직을 하고 싶다거나, 딸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다거나 하는 것들. 이들을 위한 수단으로서 코딩을 대했을 때에 더 ‘꾸준히’ 노력할 수 있었다.

물론 코딩을 좋아하지만, 그보다 훨씬 간절하고 더 좋아하는 대상을 목적으로 삼았을 때, 좀 더 오래 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코딩… 좋아하세요?”




2020년 4월 16일에 발행한 미디엄 원문 링크를 첨부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문자를 늘이다. 매력을 늘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