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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길성 May 16. 2024

장미를 좋아하는 이유

아름답고 신비로운 장미 넝쿨 울타리

    아침마다 단골 커피숍에 간다. 이름이 바뀐 지 6개월 된 카페다. 이전에 Hollys였던 곳이 현재는 PASCUCCI로 바뀌었다. 사정은 잘 모르지만 바로 앞에 STARBUCKS 때문이 아닐까. 규모가 큰 커피 전문점에 손님을 빼앗겨 타격을 입은 것이 아닌가 싶다. 카페 운영이 어려워지자 건물 주인이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패기 넘치는 건물 주인은 젊고 과감한 투자로 대처해 나갔다. 내부 시설과 인테리어, 조명이나 테이블 모두를 새롭게 변신시켰다. 현재의 쾌적하고 산뜻한 분위기로 만들어 놓았다.


       아쉽게도, 단골 카페를 찾는 손님이 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 같지가 않다. 맞은편 스타벅스가 여전히 북적대는 것에 비하면 한가한 편이다. 종업원과 손님으로 쉴 틈 없는 스타벅스다. 테이블에 앉아 보고만 있어도 산만하고 어지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늘 이용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한적한 커피숍이 곁에 있어도 굳이 분주한 카페를 찾는 이들이 의문스럽다. 가격도 비싸고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것도 마뜩잖을 것만 같아서다. 그러나 현대를 사는 이들의 대중 심리는 아무래도 아리송하기만 하다. 


      나는 지금도 커피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술이나 담배처럼 원두의 맛이나 향의 차이를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 맛을 제대로 느끼거나 즐기려고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다. 내용물에 상관없이 글 쓰는 장소로서 만족하면 그만이라 생각한다. 테이블을 차지한 시간과 공간의 대가로 마시는 물에 불과한 것이다. 터치스크린 대신 미소 청년이 자동 주문한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 잔이면 충분하다. 카페 문을 열자마자 첫 번째 고객으로 한 잔과 저녁 식사 후 한 잔이 단골 고객의 하루 메뉴다. 


     오늘 아침 카페에 오던 길이다. 초등학교 울타리를 지나면서 발걸음을 멈춰 섰다. 어제까지 등성등성하던 장미가 환하게 반기는 모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농염하고 화려한 장미꽃에 마음이 설레고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여느 때와 달리 유난히 아름답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느껴졌다. 미의 신이 나타나 유혹하는 기분이었다. 아름다움에 반해 황홀경에 빠져드는 감정을 느꼈다. 혼자 보기 아까워 시선을 떼기가 싫었다. 아쉬운 마음에서 붉은 장미의 아름다운 울타리 장면을 카메라로 찍고 또 찍었다. 


      꽃 중의 꽃 장미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 같다. 자연이 탄생시킨 최고의 아름다운 꽃이다. 붉은빛으로 물들인 담장 넝쿨에 한참 동안 시선을 빼앗긴 연유이다. 모양도 빛깔도 어쩌면 그리도 매력적일까. 꽃말은 또 얼마나 근사한가. 1송이는 첫눈에 반했음을, 2송이는 당신과 나의 사랑이다. 4송이는 변치 않을 약속을 뜻하고, 6송이는 사랑에 빠져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이해한다는 뜻이다. 99송이 선물은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고, 100송이는 100% 사랑한다는 선물이란다. 기분 좋게 받고 싶은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 


     진선미를 추구하는 인간에게 가성비 최고 선물이 장미다. 삶에서 사랑만큼 고귀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 선물은 없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듣고 싶어 하고 하고 싶어 하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이나 어떤 이야기에도 사랑이 빠지는 법이 없질 않는가. 예술이나 문학, 종교나 철학이라는 학문도 결국 사랑을 위한 학문이나 다름없다. 사랑을 깨닫고 실천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그만큼 절실한 것이 사랑이기도 하고, 누구에게나 부족하고 불만을 느끼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삶에서 풀어야 할 한계이자 숙제가 아닐까. 살면서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게 사랑임에도 밥 먹듯 잊은 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이나 성취, 탐욕이나 이익에 사랑이 뒷전으로 밀려난 삶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없다. 내 삶을 위한 탐욕에 불과하다. 아무런 조건 없이 내어주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다. 장미처럼 생명을 다하는 순간까지 아낌없는 사랑이 아름다운 사랑이다. 그동안 인생을 살아오면서 자연에 감탄하여 숙연한 마음을 갖게 된 심정이다. 


     장미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다. 사랑을 상징하는 꽃에 감정이입된 상상을 했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에 감탄하여 감동을 느꼈다. 탐욕스러운 삶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부러움과 질투도 느껴졌던 모양이다. 모든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예쁜 사랑에 빠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오늘 아침 나는 장미 넝쿨 울타리를 보면서 야릇한 감정을 이렇게 말했다. "나도 너처럼 사랑하는 가족에게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으로 남은 인생을 살고 싶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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