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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의집 문지기 Jul 08. 2018

나를 위한 남의 거실 1

achim과 만화방

남의집 서재를 오픈해서 한달여 운영했다. 총 4명의 호스트를 꼬셔서, 4개 취향을 담은 거실로 서재를 오픈했다. 문지기없이 호스트가 직접 접객했고, 손님들 역시 알아서 초인종을 누르고 호스트와 인사를 나누고 놀다 갔다.


생면부지 남남이 가정집 거실에 모여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멍을 때리다 이따금 대화를 나누며 그렇게 '나를 위한 남의 거실'을 만들었다.


가장 유의미한 성과는 이 모든 것이 문지기 없이 알.아.서. 굴러갔다는 것. 남의집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치 짜릿했던 그 시간의 기록이다.


남의집 서재 achim


6월 2일, 남의집 서재가 처음으로 오픈했다. 장소는 송파구 몽촌토성역 인근. 아침을 주제로 한 독립출판 잡지 achim을 발행하는 윤진 호스트의 집이자 작업실에서 열린 남의집 서재 achim. 호스트의 취향을 담아 첫타임은 아침에 오픈했다. 무려 오전 9시 30분.


아침에 한타임, 오후에 한타임으로 총 8명을 모집했는데 오픈하고 하루도 되지 않아 매진되었다. 손님들의 반응속도가 예전의 남의집 모임보다 훨씬 빨랐다. 네이버 예약 문자 알람을 호스트분도 동시에 받을 수 있게 세팅해 두니 윤진 호스트도 손님들의 신청문자에 함께 신기해 했다. "벌써 마감되었어요!"


오픈날, 문지기없이 남의집이 어떻게 운영될런지 궁금/걱정하던 중 윤진 호스트에게 연락이 왔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라는 카톡과 함께 도착한 동영상. 거기엔 내가 그렸던 그 그림이 그대로 있었다.


윤진 호스트가 보내준 서재 achim 영상


작년 연희동 집 거실에서 열었던 남의집 도서관의 모습이 다른 이의 거실에서도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고 흥분되었다.


윤진 호스트도 재밌고 신기하다며 현장 사진을 추가로 보내주었는데 이때 주고받은 카톡에서 그녀의 설렘이 전달되어 뿌듯했다.  





오전 첫타임을 마친 후 윤진 호스트가 방명록에 적힌 손님들의 글을 보내주었다. 방명록도 만들었구나! 나는 남의집을 마친 후 손님들에게 구글폼 링크를 전달해 설문 형식으로 만족도 조사를 하곤 했는데, 윤진 호스트는 현장에서 손글씨로 손님들의 이야기를 받고 있었다. 내 머리에선 전혀 나올 수 없던 아이디어다.


나보다 훨씬 남의집스럽게 서재를 운영을 하는 윤진 호스트를 보니 플랫폼 비즈니스가 주는 매력을 새삼 확인했다. 내 깜냥으로 이런저런 운영안을 만들기보다는 여러 호스트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남의집 서재 호스팅의 메뉴얼이 자기 진보하는 거.





오후 타임까지 마치고 남의집 서재 첫날을 마감한 윤진 호스트에게 전화를 걸어 소회를 물었다. 어땠어요?



처음엔 집에 소장된 책들을 소개하고,
그중에 몇권을 골라서 읽으시다가,
손님들끼리 가볍게 대화도 하고 그랬어요~



재밌다며 그 다음주 지방선거날에 또한번 남의집 서재를 오픈한 윤진 호스트. 시간은 역시나 오전 9시 30분. 이번에도 하루도 안되어 정원이 찼고, 처음보는 낯선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요렇게 남의집스러운 현장 사진을 건네 주었다.




그 후 파리 여행을 간 윤진 호스트에게 메일을 받았다.


파리에서 책을 사면서 남의집 손님들한테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서 다음 서재도 오픈해야겠어요!  7월에도 주말 오전에 두 번 정도 해보려고요. 계획 잡아 오픈하기 전에 공유 드릴게요.
-윤진 드림.


윤진 호스트의 아침 취향에 더해 파리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아래의 페이지를 확인해 보시라. 단, 7월 둘째주 중에 업데이트될 예정이니 잠시 기둘!




남의집 서재_만화방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고 있던 때로 기억한다. 남의집 하루키를 호스팅했던 지현 호스트에게서 요런 카톡이 왔다.


윤진 호스트의 뒤를 이어 남의집 서재로 거실을 내어줄 이를 간절하게 찾던 중 호스트가 굴러 들어왔다. 게다가 만화방이라는 명확한 컨셉까지! 아싸뵹. 파마와 남의집은 무관할진데 이날 파마가 참 잘나왔다.


achim 서재 세팅을 해본 덕에 두번째 서재 세팅은 수월했다. 다만 이전 서재보다 콘텐츠를 좀더 어필하고자 이 거실에 어떤 만화책이 있는지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현 호스트님께 만화책 리스트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북디자이너답게 일목요연한 정리와 사진을 요래 전해주었다.



이번엔 두가지 타임라인으로 모집을 했다. 만화책들을 짧게 훑고 가고 싶은 손님들을 위한 2시간짜리 단거리코스 그리고 늘어져서 볼 수 있는 4시간짜리 장거리코스.


만화책 감상에 대한 독자의 시간 할당은 모두 다르다는 호스트의 만화방 운영 경험에서 배어난 시간 배분였다. 자세한 상품 구성은 아래 링크로 확인해 보시라.



만화방 오픈날! 지현 호스트는 거실 중앙에 빨간머리앤 애니메이션을 틀어놓고는 만화방 주인으로 빙의하여 '만화책엔 떡볶이지!' 라며 의리넘치는 홍대 조폭떡볶기를 공수해 와서 손님들에게 간식으로 제공했다.



만화방에 모인 이들은 이렇게 만화책을 보며 각자의 리듬으로 킥킥대고 웃다가 가끔 빨간머리앤에서 재밌는 대사가 나오면 다같이 푸하하 웃고는 다시 만화 삼매경에 빠졌다고 한다.


장거리코스로 오신 손님은 4시간 동안 완결된 장편 만화를 완독하고는 보람차게 귀가했다. 그 얘기를 들으니 한국 만화 시장에 작게나마 기여를 한 것 같아서 괜시리 뿌듯했다.



총 6명을 모집하는 남의집 서재_만화방도 전석 매진이 되었다. 한데 문제는 취소와 노쇼였다. 오픈하기 2일전 장거리 코스로 예약한 손님 중 한분이 취소를 했다. 그리고 오픈당일 단거리 코스로 예약한 커플이 사정이 생겼다며 양해를 구하고 노쇼를 냈다.


공지된 취소/환불 규정에 따라 처리는 되었으나 문지기나 지현 호스트 입장에서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정산 여부를 떠나 열심히 기획한 시공간 중 절반의 몫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날라갔으니 말이다. 남의집 프로젝트 초창기에도 노쇼 때문에 입장료의 하한선을 높였던 것처럼 남의집 서재의 최소 입장료도 노쇼방지 기능을 할 수 있게 올리자 마음먹었다.


지현 호스트는 "다음에 오픈할 땐 손님들이 좀더 편안한 자세로 만화를 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소회를 밝히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운영해 보겠다 했다.


지현 호스트님, 한달에 한번은 안될까요? ㅎ




글을 시작했을 땐 4개의 남의집 서재를 한큐에 정리해 볼라 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져서 일단 여기서 한번 접고 갈까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광화문 스타벅스 에어컨이 너무 강렬해서 손가락이 굳어진 탓도 있다. 한국의 여름 실내는 너무 추워.


나머지 두개의 남의집 서재에 대한 이야기는 커밍쑨! 기회가 된다면 다음 글은 어딘가의 남의집 서재에서 쓰고 있다면 참 좋겠다 생각해 본다.


* 본 글에 실린 사진은 모두 호스트가 촬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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