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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글생각 Apr 17. 2021

나를 ‘구독해주세요’, ‘구독합니다’의 시대

언택트 비즈니스


인터넷이란 신문물이 나오기 전에 사람들은 신문을 구독해서 세상의 소식을 들었다. 신문에는 경제, 사회, 문화, 정치, 기술. 환경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었고 그 이야깃거리는 나를 텍스트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인터넷의 등장,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이제 신문은 쉽게 찾아볼 수 없고 신문 이후 나온 무가지도 더 이상 볼 수 없다. 신문은 구독경제의 대표주자였다.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0>을 보면, 시대가 바뀌면서 구독의 제품도 바뀌고 있다는 것을 연령대별 이용 제품의 차이로 알 수 있다. 40대 이상은 전통적인 유제품/음료, 신문/잡지가 20~30대 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20~30대는 꽃/그림 및 취미용품, 화장품/세면용품 등이 40대 이상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제 신문은 구독이란 단어와 헤어졌다. 사람들은 ‘신문’ 보다 ‘뉴스’를 이야기한다. 이 단어의 변화가 주는 의미는 크다. 신문이란 그냥 인터넷을 통해 보는 서비스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상은 다른 대상을 만나 구독을 하고 있다. 주변에 얼마나 많은 구독거리가 있는지 보면 놀라울 정도이다.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것이 구독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자동차, 책, 화장품, 맥주, 비타민, 안경, 가방, 가구, 칼럼, 뉴스, 영화, 매트리스, 가전제품, 음악, 셔츠, 빵, 커피, 반찬, 양복, 장난감, 자동차 등 그 대상은 너무나도 많다. 없는 게 뭔지 찾아봐야 할 정도이다. 이 모든 게 구독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은 기저귀도 이제 쿠팡을 통해 구독한다. 최근에는 버거킹에서 햄버거 구독 서비스를 런칭했다. 주 1회, 월 4회 햄버거를 제공하는데 구독료는 기간에 따라 4700원 혹은 4900원이다. 관련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구독 시장은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2015년 4200억달러에서 2020년 5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편으론 수 많은 크리에이터의 SNS는 사람들에게 구독을 요청하고 있다. ‘좋아요’도 좋지만 ‘구독’이 더 좋다. 유튜브 영상의 첫 화면 혹은 마지막 화면에는 항상 구독 요청을 한다. 인스타그램은 어떤가? 사람들에게 ‘팔로워’를 요청한다. 수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은 사람들에게 구독 요청을 하고 이를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세상을 두 문장으로 말하라고 하면 단언컨대 ‘구독해주세요’와 ‘구독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구독경제는 언택트 시대 최대 수혜주이다. 온라인으로 비정기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달리 정기 구독은 기업 측면에서는 회사 운영의 예측성을 확보할 수 있고, 고객은 불필요하게 매번 상품 주문할 필요가 없다. 국내 대표직인 렌탈업체인 코웨이는 미국에서 아마존의 음성 인식 플랫폼 알렉사(Alexa)와 연동해 공기청정기 필터 수명을 스스로 진단하고 주문 배송해주는 소모품 자동 배송 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즘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집에 공기청정기를 1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 때 가장 귀찮은 일 중의 하나가 필터 교체이다. 필터 교체를 알아서 해준다니 얼마나 좋은가?



앞서 홈스마트에 대해 말했다. 구독은 집으로 모든 것을 불러오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그것도 정기적으로. 미국에서는 펠로톤(Peloton)이라는 피트니스 콘텐츠 구독 서비스 업체가 코로나19로 큰 실적을 거뒀다. 피트니스 콘텐츠 정기 구독료가 12.99달러인 이 회사는 전년 동기 대비 2020년 1/4분기 매출이 66%나 늘어났다. 이 회사는 2012년 설립되었는데 현재 피트니스 시장의 넷플릭스라 불린다, 회원수는 2019년 140만명 이상이며, 매출은 9억1500만달러에 달한다. 유료 구독자수는 2017년 108천명에서 2019년 511천명으로 급증했다. 또한 월 운동횟수도 7.5회에서 11.5회로 늘어났다.





펠로톤은 스피닝 자전거, 러닝머신, 피트니스 콘텐츠를 판매한다. 핵심은 정기 구독하는 피트니스 콘텐츠다. 바이크와 트레드밀을 구매하지 않아도 콘텐츠를 구독할 수 있다. 이런 피트니스 콘텐츠는 수험생 관점에서 말하면 ‘헬스 인강’이다. 이 헬스 인강은 요가, 스트레칭, 사이클, 달리기, 등반 등 수천개에 달한다. 펠론톤은 앞서 본 홈트처럼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영상은 온라인으로 실시간 제공되며 강의 시간 이후에도 무제한 수강할 수 있다. 특히, 회원 가입 유지 기간도 평균 13개월로 매우 높다. 우리가 피트니스 센터를 보통 3~6개월 만 다닌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가입유지 기간이 가장 중요한 구독경제에서는 의미가 있다.




동일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이런 구독의 한편에는 자신을 판매하는 구독 서비스가 있다. SNS 구독이 아닌 자신의 콘텐츠를 판다. 2010년 시작한 〈월간 윤종신〉은 매달 음악을, 2018년 시작한 〈월간 정여울〉과 〈일간 이슬아〉 작가의 글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서비스다.





이슬아 작가는 <일간 이슬아>를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시작했고 스스로를 ‘연재 노동자’부른다. 한 달에 20편의 글을 보내주고 구독료로 1만원을 받는다. 이런 콘텐츠들은 결국 자신을 파는 서비스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은 2018 올해의 독립출판에 선정되었고 1만부나 팔렸다. 글을 구독한다는 것은 독자와의 거리를 굉장히 좁히는 일로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점점 자신만의 취향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런 작은 시장은 잠재성이 있다.




펠로톤이 상품을 팔았다면, 이런 서비스는 내가 브랜드이고 상품이 된다. 콘텐츠 또한 결국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행위가 된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글을 구독 서비스로 판매하려는 크리에이터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또 셀프 연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것이었다면, 다른 사람의 집을 구독해보는 서비스도 있다. ‘남의 집’은 다른 사람의 집 거실로 놀러갈 수 있는 플랫폼이다. 집주인인 호스트는 거실을 공유하고, 게스트는 입장료를 내고 남의 집으로 놀러간다. 호스트는 게스트의 직업, 신청 동기, SNS 계정을 보고 초대하고 싶은 손님을 선택할 수 있다. 소수의 사람들이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거실형 에어비앤비’를 표방하고 있다. 정기적인 서비스는 아니지만 이 또한 다르게 보면 다른 사람의 거실을 마음만 먹으면 정기적으로 가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느낌의 취향 중심의 구독 서비스다. 구독이란 의미를 좁게 해석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사실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환경에 있다. 코로나19가 사회적 거리두기 환경을 만들었지만, 사실 우린 그 전부터 자가격리에 익숙한 환경에 놓여있어도 충분히 일상 생활이 가능한 환경에 놓여있었는지 모른다.



구독 경제는 언택트 시대에 고객들의 귀차니즘을 서비스로 전환한 것이다. 주기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게 한다. 아침마다 빵을 먹는 사람은 빵이 정기적으로 배달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빵 같이 유통기한이 있는 식품은 어찌되었든 정기적으로 사러 나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구독 경제는 온라인을 통해 고객에게 손쉽게 다가설 수 있다.




또 구독경제는 숏테일 보다 롱테일에 집중한다. 한 번에 대량 구매를 하는 코스트코를 원하는 게 아니라 소량으로 상품이 포장된 편의점을 원한다. 구독이란게 누적이 되면 큰 부담으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매자는 다수의 구독자를 확보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서비스가 지속가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구독해주세요’가 꼭 필요하다. 가능한 한 많이 말이다.



이런 점에서 구독 서비스는 경쟁사 상품을 자사의 상품을 바꾸는 일보다 고객의 습관을 바꾸는 작업에 주력해야 한다. 한 번 서비스에 락인(Lock-In) 된 고객은 쉽게 이탈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정수기 등의 약정처럼.



언택트 시대 ‘구독’은 나와 사회와의 거리를 디지털을 통해 좁혀주는 매개체이다. 특히 취향 중심의 가치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구독은 나만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구독은 고객 맞춤 서비스가 필수다. 더불어 이런 구독 서비스는 ‘소부족’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남의 집’처럼 취향을 매개로 소수의 사람들을 모이게 한다.




<언택트 비즈니스>는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위협을 다룹니다. 홈 블랙홀, 핑거 클릭, 취향 콘텐츠, 생산성 포커스 등의 4가지 비즈니스 코드를 중심으로 언택트 비즈니스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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