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생기면 기록할 가치가 생긴다
얼마 전 런던에서 일하는 친구가 놀러왔다. 1년에 한 번 한국에 오기 때문에 "알찬 시간을 보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적당히 보내도 되건만.
그래서 만날 때마다 테마를 정해서 다녔다. 같은 서울이건만 테마를 정하니 기록해둘 이야기가 됐다.
이번 테마는 '신사동 속 일본 나들이'. 오후 4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쾌속으로 일본을 체험했다. 도쿄를 잠깐 다녀온 것 빼고 일본은 가보질 못해서 꽤 즐겁게 다녔다.(시간순)
패션- 메종키츠네 (Maison Kitsne): 도쿄
위치: 가로수길 메인 거리에 있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3길 23 ('카페 키츠네'로 검색)
들어가는 입구 대나무가 인상적. 기본적으로 프랑스 패션 브랜드지만 카페도 핫한 곳.
메종은 프랑스어로 '집', 키츠네는 일본어로 '여우'를 의미. 노란색 로고가 여우 모양이고 옷에 수놓아진 무늬도 다양한 여우 모양.
처음에는 음반 레이블로 시작했다.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의 매니저였던 ‘길다 로에크’와 일본인 건축가 ‘마사야 구로키’가 2002년 공동 창업했다.
옷, 에코백, 운동화 등 다양한 아이템이 있는데 가격은 꽤 높은 편. 티셔츠 한 장에 16만원, 맨투맨셔츠는 35만원 정도.
패션 브랜드로는 파리, 뉴욕, 도쿄, 홍콩 등 전 세계 17개 지점이 있고, 카페는 파리, 도쿄에 이어 서울이 세 번째라고. 카페는 30명 정도 앉을 수 있는데 꽤 좁은 편이라 늘 북적.
카페- 당옥: 오키나와 또는 교토
위치: 메인거리와는 조금 떨어져 있음. 도산분식 쪽 주택가 골목으로 꽤 들어가야 함.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22)
오키나와 특산품인 소금 아이스크림 먹을 수 있음. 양은 적지만 가격은 여느 카페와 비슷.
엄지손가락만한 치즈케익으로 유명. 치즈 덩어리에 잼을 올려주는데 진짜 엄지손가락만한 사이즈. 타마고산도(계란말이를 식빵사이에 끼운 샌드위치), 가츠산도(돈카츠 샌드위치)도 유명하다고.
실내 인테리어는 대부분 나무로 돼 있고, 테이블과 의자 모두 자그만한 편.
안가봤지만 조용조용한 게 왠지 교토가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음.
나무도시락, 숟가락 등 일본 전통 식기도 판매.
식사- 쿠시라쿠 : 오사카
위치: 가로수길 맞은편 언덕길. 꽤 조용한 주택가에 있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6길 16)
오사카에 있는 꼬치구이 전문점이 한국에도 분점을 냈다고. 오르막길 주택가에 홀로 "나 일본이야"라도 말하는 것처럼 생김.
한국인 사장님 외 직원 대부분이 일본인. 주로 일본어로 대화하는데 일본 이자카야에 와 있는 느낌.
주방이 훤히 보이는 다찌(카운터와 붙어 있는 테이블) 8자리, 안쪽으로 4인용 테이블 5~6개 정도가 있는 정도.
저녁 대용으로 모츠나베(곱창전골) 작은 것(1만8000원) 시킴. 안주로 먹기는 적당하지만 식사로는 두 명이 먹기에 약간 모자람. 곱창, 두부, 버섯, 양배추 등 재료가 깔끔해서 맛있음.
야키도리(꼬치구이) 전문인데 식사 겸 해서 '야키도리동(꼬치구이덮밥)'을 시켜봄. 츠쿠네(동그랑땡처럼 고기 갈아서 뭉친 것), 시로 (돼지내장), 삼겹살(아마도?) 구이가 올라간다. 가격은 8500원. 맛있다.
좋아하는 감자 사라다 시켜봄. 4500원 정도였는데 기본적으로 맛있지만 약간 짰음.
술- 폴스타: 도쿄 긴자
위치: 청담시네시티 뒤편이라고 설명하는게 가장 빠를 듯. 더티초코로 유명한 아우어베이커리 지하. 간판이 잘 안 보여서 찾기 어려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0-11)
도쿄에서도 오센틱(정통) 바가 몰려 있는 긴자 스타일 바. 일본에서도 유명한 바텐더 츠보이상이 개업 초기부터 활동했다고. 지금도 일본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들어준다.
ㅁ자로 전 좌석이 다찌에 앉게 돼 있다. 대략 30명 정도 앉을 수 있을 것 같다. 오후 8시에 가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 있는 곳.
붉은 색 다찌가 인상적. 기본으로 쓰는 잔이 엄청 고급이라고. 유명 브랜드인 바카라 잔도 있어 고객 잘못으로 잔을 파손하면 3만~5만원을 보상해야 한다.
2016년말에 생겼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가츠산도가 한국에서 유행하지 않을 때라, 의외로 가츠산도 맛집으로 유명해졌다. 거의 대부분 손님이 가츠산도를 시킨다. 2만5000원 정도.
가격은 의외로 다른 바와 비슷하다. 칵테일, 위스키 등이 한 잔에 보통 2만5000~3만5000원 사이. 한 명당 자릿세(커버차지)를 1만원씩 받는다.
대신 서비스가 좋다. 온더락으로 마시는 얼음에 도장을 찍어준다. 직접 보면 신기함.
기본 안주도 나온다. 매달 바뀐다고.
무엇보다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친절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서비스해준다.
패션-카페-식사-술 이라는 세부 카테고리로 나눠 가로수길에서 하룻동안 일본 여행을 해봤다. 사실 일본을 많이 가본 건 아니지만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