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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ee Mar 06. 2024

예쁜 구석을 찾으며 살고 싶다

사랑과 행복을 위한 다짐



오늘은 해야 하는 공부량이 많아 온종일 도서관에 있었다. 중간에 밖으로 나와 천을 따라 러닝을 했다. 하지만 막상 뛰다 보니 생각보다 기쁘지 않았다. 할 일에 대한 부채감과 건강을 챙기자는 의무감을 양 어깨에 이고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더 뛸 마음이 들지 않자 기록에 대한 욕심을 내려두고 저기까지만 가고 집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몸을 이끌고 나온 것만으로도 대견하다, 하며 스스로를 토닥였다.



기록을 뒤로하고 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시선을 두며 뛰기 시작했다. 마주 오는 사람들의 표정, 강아지가 뛰는 모습, 해가 저물며 하늘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 아름다운 건축물, 시냇물이 흐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땀으로 젖어가는 옷의 촉감과 온몸으로 가르는 바람의 결이 느껴졌다.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이 다채롭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그림 같은 장면 속에 내가 속해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흥분되었다. 이어폰에서는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왔고 나도 모르게 뛰는 속도가 빨라지며 뜀박질이 가뿐해졌다. 젖은 이마는 바람과 만나 기분 좋게 차가워졌다. 온몸이 상쾌했고 나는 행복감에 한껏 젖어들었다. 아아, 나는 지금 행복해하고 있다.



힘껏 뛰고 온 저녁, 더운물에 샤워를 했다. 뿌연 수증기가 욕실을 채웠다. 살갗에 부딪혀 투명하게 부서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오늘의 달리기를 떠올렸다. 그 행복감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앞으로도 나는 쉽게 자주 행복하고 싶은데.



행복은 인생의 목표일까? 아니오. 나는 행복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행복은 목표가 아님을 상기한다. 행복은 살아가는 동안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정 중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요즘 비로소 이해한다. 만약 행복이 '목표'라면, 행복을 달성할 때 비로소 행복해지고, 그 사이의 과정은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여기게 될 것 같다. 행복의 달성, 그 이후엔 또 다른 행복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행복을 그렇게 짧은 순간에만 영광처럼 느끼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달리기를 하며 행복해지는 것엔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내가 바꾼 것은 내 마음가짐 하나였다. 달리기를 즐겁게 해 보자는 작은 노력. 그 순간 주변이 달라 보였고 나는 단번에 행복해졌다.



책 <아몬드>를 보면 사랑은 예쁜 구석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장면이 나온다. 마음을 애써 열고, 인내하고, 상대를 관찰하는 수고를 기울이는 것. 그런 수고로움을 기꺼이 들이는 것. 그러다 보면 상대의 예쁜 구석을 발견하게 되고, 상대가 좋아진다고.



행복에도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사랑처럼 예쁜 구석, 기분 좋은 모먼트를 찾는 작은 수고를 들이는 동안 행복이 찾아온다. 시작하는 사랑과 깊어지는 사랑 모두에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일상에서 행복할 여지를 찾고 만들며 살고 싶다. 나의 사랑스러운 구석, 내 삶의 예쁜 구석을. 욕실 문을 열자 증기가 걷혀 뿌옇던 거울이 투명해지고 실루엣이 비쳤다. 선명해지는 까만 두 눈동자를 응시하며 적어도 사랑과 행복 앞에선 한껏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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