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17년 12월 폭설이 내리던 그 겨울에 제주도 삼양동에 발을 들이고나서 거의 5년이 되어간다. 나는 아직도 삼양동에 살고있지만 보일러도 제대로 없던 조그만 원룸에서 보일러가 있는 원룸으로, 그 원룸에서 아늑했던 1.5룸으로, 그리고 지금은 방이 세 개있는 아파트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5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가 서울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가끔 떠올릴 때면 희미한 잔재만이 햇살이 부셔진 파도처럼 반짝일 뿐이다.
왜 삼양에서 계속 사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삼양을 대신할만큼 매력적인 곳을 찾지 못해서 라고 대답할 것 같다. 물론 가끔 노형이나 외도를 다녀올 때면 지쳐서 이사를 갈까 고민을 하게 되고, 아라동이나 이도동을 다녀올 때면 그 곳의 예쁜 카페들이나 좋은 가게들이 부럽지만, 주차 걱정없고 집에서 바다가 보이는 삼양동이 좋다.
그리고 일은 월급은 좀 주지만 힘들었던 회사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로 옮겼다. 사실 실업급여를 받다가 실업급여 막판에 취업활동을 해야한다고 해서 면접 보러 간 회사에 바로 취직을 했다. 얼떨결에 취직했지만 삶의 질이 달라진 느낌이다. 재택이다보니 내가 원하는 키보드, 모니터, 마우스, 반가사유상 뮷즈(힐링용)를 내돈내산하는데 처음 초기 비용이 아깝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집이 아니면 일을 못하겠다. 근처 카페에 일하러 가면 키보드와 모니터가 절실하게 그리워진다. 뷰는 집에서도 고개만 돌리면 바다가 보인다. BGM도 내 마음대로, 바다 앞 카페가 부럽지 않다.
하지만 간혹 조급감이 고개를 들 때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멋지게 사는 모습을 SNS로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가 여기서 이렇게 여유를 즐겨도 되는지 불안하기도 하다. 남는 시간에 글이라도 적어야하지 않을까. 공부라도 해야하는 거 아닐까. 운동도 해야하는데. 같은 제주에 살면서도 여러 커뮤니티를 꾸리고 바쁘게 사는 지인의 인스타를 볼 때면 스스로의 부족함이 용기인지 능력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 상태로 침대에 몸을 던진다.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은데 왜 나는 이렇게 이다지도 게으를까. 공벌레처럼 침대에서 꾸물거리다가 결국 매주 로또를 산다. 로또가 될 거란 생각은 안하면서도 안사고 아쉬울 바엔 이거라도 꾸준히 사는거지 하고 위안한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브런치 공모전이라도 내봐야지. 내 부족한 글이라도 나중에 읽으면 키득거리며 웃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