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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Mar 31. 2016

보름달 아래 허스키 썰매 달리다

38년 만의 크리스마스 보름달


크리스마스 이브 점심을 먹고 나와 산타 마을을 구경하니 금방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3시가 넘어 하늘이 어둑어둑 해지고 북유럽을 오기 전부터 제이드와 이야기했던 허스키 썰매를 타러 가기로 했다. 야니에게 물어보니 야니도 아주 어린 5살 때 허스키 썰매를 타 본 이후에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서울 사람이 청계천 말 마차를 안타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야니는 나와 제이드가 허스키 썰매를 탄다고 재잘거리니 마치 서울 사람이 광화문 광장에 가봤자 볼 거 없다고 하는 것처럼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산타 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일까, 허스키 썰매 체험장은 여러 업체들이 한 곳에 모여서 영업 중이었다. 여러 업체가 모여있다고 해도 눈에 파묻혀 그냥 보면 눈으로 다져진 큰 도로 같다. 하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허스키가 짖는 소리에 이 근처에 허스키들이 있겠구나 하고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어찌나 크게 짖는지 개들끼리 전쟁이 난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여러 업체 중에 어딜 가야 좋을지 고민하면서 제자리를 맴돌다가 제이드가 먼저 야니에게 저 앞에 보이는 업체에 가격을 물어보고 오자고 했다.


입간판을 꼼꼼하게 살피는 야니
우선 가격부터 알아보기위해 허스키 파크라는 곳으로 가는 중이다.


미리 인터넷으로 대략적인 가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이드와 나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최대한 맞는 가격으로 찾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맨 처음에 들렸던 HUSKY PARK에서 입장료와 허스키 공원 구경, 2Km 허스키 썰매 라이딩까지 포함하여 1인당 40유로에 해줄 수 있다고 제안을 해왔다. 제이드와 내가 미리 찾아봤던 허스키 썰매는 1시간에 어른 한 명당 71유로였는데 1시간 동안 썰매를 타는 것보다  짧게 굵게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중요한 건 허스키 썰매를 타보는 것이었으니까. 제이드와 내가 둘 다 타겠다고 끄덕이자 직원이 먼저 앞장서서 안내를 해주었다.



입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야니는 같이 타지 않겠다고 했는데, 결제를 하려고 하자 '나도 탈래.'하고 덜컥 결제를 했다. 나와 제이드가 잘 생각했다며 까르르 웃었다. 오는 차 속에서 계속 같이 타자고 했었는데 계속 괜찮다고 하더니 제이드와 나만 들여보내기가 조금 걱정되었던 것인지 바로 타겠다고 했다. 야니가 같이 탄다는 말에 제이드의 표정도 밝아졌다. 결제를 하자마자 직원이 긴 나무 울타리를 지나 썰매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이미 그곳에서는 세 대의 썰매에 허스키들이 묶인 채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나타나자 허스키들이 더 신나게 짖기 시작했다.




환상적인 풍경으로 몸으로 즐기는 허스키 썰매



허스키들이 에너지를 주체 못 하고 당장이라도 쏜살같이 튀어나갈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문센은 대체 어떤 배짱으로 이렇게 날뛰는 애들을 데리고 남극점에 개썰매로 도전한 것인지 내가 상상했던 착한 개들과 함께 하는 허스키 썰매는 환상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허스키들의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을 보니 마치 초등학생 아이들 같았는데, 실제로 썰매를 끌고 달리는 아이들은 2살, 3살의 청년기에 해당하는 아이들이라고 했다. 다만 맨 앞의 리드는 나이가 조금 있더라도 제일 똑똑하고 리더십이 있는 허스키견이 맡는다고 했다.



우리는 따로 준비할 것 없이 두툼한 모피가 깔려있는 나무 썰매에 앉으면 되었는데, 최대한 뒤쪽으로 붙어 앉으라고 했다. 우리는 샌드위치 재료처럼 야니, 제이드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 꼭꼭 붙어 앉아 준비를 했다. 몸을 최대한 뒤로 하는 것 외에는 따로 안전장치는 없다. 바닥에 깔린 두툼한 모피가 생각 외로 푹신하고 편안했다.



썰매를 타고 코스를 절반쯤 나아갔을까 설원 위에 두둥실 보름달이 떠올라 있었다. 조명을 켜둔 것처럼 밝은 보름달이 하얀 눈밭과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모습을 내밀고 있었다. 며칠 동안 날이 흐려 미처 보름달인 줄 몰랐는데, 때마침 구름도 날씨도 달도 딱 타이밍이 맞아 보게 된 절경이었다. 게다가 2015년 크리스마스에 보름달이 뜨는 것은 1977년 이후에 38년 만이라고 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떴던 크리스마스 보름달을 핀란드 로바니에미 설원 위에서 허스키 썰매를 타며 보게 될 줄이야.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그냥 계속 감탄을 한다.


HD로 설정해서 보세요.


썰매가 생각보다 빠르고 쉽게 옆으로 쏠려서 우리는 몇 번이고 꺄- 하고 비명을 질렀다. 단단히 뭉쳐서 안 앉았다면 썰매에서 사람 한 명 날아가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앞에서 달리는 허스키의 엉덩이와 탄탄한 다리가 어찌나 귀엽던지 하얀 풍경과 두둥실 뜬 달, 나무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들을 보며 힘들고 고단했던 일상이 잊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제이드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허스키 썰매만 한 시간 타는 건 힘들었을 것 같아.



로바니에미 숲에서 달리는 허스키 썰매도 좋았지만, 주변 풍경도 환상적이었다. 특히나 눈 내린 다음 청명한 하늘과 나무에 소복이 쌓인 눈을 보며 달리는 그 풍경이 정말이지 TV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멋지고 아름다워서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 순간을 경험하게 해 준 제이드나 야니에게도 무척 고마웠다. 특히나 야니가 '저기 보름달 떴다!'라고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영상조차 남기지 못했을 테니까.



노년의 허스키들과 아기 허스키들이 있는 허스키 공원



허스키 파크에는 썰매를 끌다 은퇴한 개들이나 썰매를 끌기엔 아직 몸이 성숙하지 못한 아기 허스키들이 철장 안에 있었는데. 그 철장 안에 있는 것이 온통 눈이라서 어린 허스키들은 눈을 파며 놀고 있었고 은퇴한 노년을 보내는 허스키들은 달관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개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꼭 입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따로 보기 좋게 꾸며두었다기보다는 각 철장마다 머무르는 개의 프로필과 개집이 있을 뿐이라서 어쩐지 휑한 느낌도 들었다.



썰매를 끌기 위한 훈련과 몸 만들기를 받고 있다는 1살 배기 허스키들은 딱 봐도 어른 허스키에 비해 어리숙한 표정으로 우리를 살피고 있었다. 썰매를 끌기 위해서는 2살이 제일 적합하며, 어릴 때는 썰매를 끌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고 하니 아직 사회의 물이 안 든 허스키들인 셈이었다. 그래서일까? 은퇴하고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는 리드급의 허스키들과는 달리 초롱초롱하고 호기심이 많아 보였다.



그 와중에 제일 인기 있는 허스키는 세 쌍둥이 허스키였는데, 계속 철장의 구멍으로 머리를 내밀어 탈출을 도모하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허스키 파크를 빠져나오자, 38년 만의 크리스마스 보름달은 형형하게 빛을 내며 숲을 비추고 있었다.




허스키 썰매


허스키 썰매 체험은 크게 2종류로 나뉜다.


1. 체험하는 사람이 뒤에서 직접 조종하는 허스키 썰매 (링크)

2. 지시를 하는 스태프가 있고, 그 썰매를 타는 허스키 썰매 (링크)


하지만 1번은 현지인들도 힘들다고 고개를 흔들기 때문에 관광 목적으로 타는 건 2번이 적합할 것 같다.

내가 체험한 허스키 파크 홈페이지 : http://www.huskypark.fi/

로바니에미 허스키 파크 위치 : https://goo.gl/maps/rqSH8M74AHE2


적어도 2Km 정도는 타야 썰매를 탔다는 경험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설명으로는 나와있는 시간의 3분의 1 정도만 탑승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탑승 시간에 따라 볼 수 있는 풍경이 달라질 것 같기에 원하는 시간대로 골라 탑승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썰매 하나에 3명까지 탑승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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