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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틸틸 Mar 28. 2018

도쿄8


28MAR18 WED


역시 시작은 하루 사이의 핫초보리역 벚꽃과의 인사다. 유치원 아가들이 탑승한 수레와 횡단보도에서 마주쳤는데, 여전히 앙증맞아서 손을 흔들어본다. 꼬마들이 먼저 보고 간 동네 벚꽃은 잎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바람에 따라 우수수 흩날리기 시작했다. 여름이 이렇게 오면서 내가 다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구나 싶다. 그래도 벚꽃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이렇게 눈처럼 사르르 땅에 내려앉을 때다. 카디건에 하나, 손바닥에 하나 내려와 줘서, 휴대폰 투명케이스에 자리를 마련해줬다.





하루키 씨의 흔적을 밟으려면, 진보초 고서점가에 가야 한다길래 벚꽃비를 뒤로하고 한가로운 거리에 도착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대다수였지만, 사이사이 음식점들과 이 거리를 지나는 직장인들은 분주하다. 마루카 우동에 가기 전 미니스톱에서 자체 상품 커피를 하나 사고, 럭키하게도 벚꽃 롤이 하나 남아 있어 구매했다. 마루카는 긴 줄로 위치를 알려준다. 행렬에 서서 커피와 벚꽃 롤로 허기를 달래는데, 바람이 벚꽃 잎을 선사한다. 아주 천천히 내려앉는 모습에 다가가기 위해 줄에서 조금 비껴서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가 나서 앉았는데 회전율이 굉장히 좋다. 다른 사람들은 다 무슨 세트 우동을 먹는 거 같은데, 난 책에서 본 그대로 니쿠우동을 주문했다. 밖에 태양이 뜨거워져서 냉우동을 먹고 싶기도 했지만 이런 건 꼭 알려주는 대로 먹어야 하니까. 굉장히 진하고 면발도 맛있었다. 700엔 이란 가격에 이 정도면 충분히 먹으러 올만하다. 나 역시 빠르게 회전해주고, 어느덧 오픈을 거의 마친 가게들을 찬찬히 둘러본다. 조금 감동을 받았는데 서점 안도 밖에 진열된 책들도 헌책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서 놀랐다. 이렇게 말끔히 관리될 수 있는 건가. 너무나 보기가 좋아서 책을 펼쳐보지도 않고 그냥 외관들만 그렇게 한 가게 한 가게 이동하면서 구경을 했다. 괜히 방해가 되는 것 같아 2가게 정도만 살짝 들어가서 둘러보았는데 안에도 정말 머무르고 싶을 만큼 진보초 고서점가는 환하고 멋스러움이 있다.



정성스레 붙여진 포스트잇들




일어를 전혀 몰라서 감히 뒤적이지 못했는데, 일어 관심 있는 분들은 꼭 들러도 충분히 좋은 곳들이었다. 오늘로 쇼핑을 마무리하려고 긴자 이토야로 왔다. 정말 릴랙스하고 진짜 필요한 것만 사려고  두 건물을 오가며 신중을 기해 쇼핑을 했다. 다이어리, 인생 볼펜 리필 6개, 볼펜 2자루, 클립 두 세트짜리 1 봉투, 벚꽃 스티커 2장 부유함이 차오른다. 긴자 츠타야 스타벅스로 이동해서 리필중 2 컬러 채워주고 유자 티바나였나 처음 마셔봤는데 상콤하니 좋았다. 다시 가든으로 올라가 전망을 둘러보며 행복한 장소를 상기시켜 주는 음악 2곡 들으며, 360도 돌아본다. 긴자 가든에 벚꽃도 잎에게 자리를 제법 양보했다. 이 장소도 도쿄를 떠올리면 기분 좋은 장소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길은 좀 찾는다고 하는 편인데, 도쿄에 와선 또 발바닥 무한 고생 중이다. 그것도 역에서만 그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오늘은 신주쿠에서 출구 때문에 에너지 다 썼는데, 어디 가서 든 길 물어보는 것 그래도 잘하는 편인데, 우와... 도쿄에선 정말 다들 너무 바빠 보여 말 붙일 엄두가 안 난다. 전반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 또한 눈 마주치기도 물어보기도 참 어렵다. 물건 안 사면서 가게 들어가 물어보는 게 너무 모해서 망설이다 약국에 들어가 물어보니 귀여운 아주머니 3분이 꺄르륵 하시면서 신주쿠 역내 지도를 프레젠또라고 하시면서 건네주신다. 일드 보는 기분이었다. 프레젠또 받고도 출구를 못 찾아서 신주쿠 밖에서도 왔다 갔다 했더니, 결국 지금은 멎었지만 샤워 중에 빨간 맛이 나더니.. 코피가 사발로 흘렀다. 그렇게 도쿄 청사에 도착해 남쪽 전망대 먼저 올랐다. 통유리 안으로 햇볕이 강하게 쏟아져 들어온다. 멀찍이 요요기 공원에 벚꽃이 푸른 숲과 같이 어우러져 보인다. 다시 내려와 북쪽 전망대로 올라 석양으로 가는 도쿄의 전망을 구경했다. 괜찮은 곳이다, 무료이니 도쿄 청사 전망대에서 먼저 관람하고 후에 입장료 지불하는 곳에서 한 번 더 야경이든 낮의 광경이든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돈키호테로 마무리하러 복잡하고 정신없는 신주쿠의 골목들을 지난다.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다. 코리아타운 근처라 우리나라 음식점들이 눈에 많이 보여 반가웠다. 사실 나 딱히 돈키호테에서 필요한 것도 없고 내가 원래 쇼핑을 그때그때 하나씩 사는 재미로 좋아하는데 무언가 리스트로 사려니 왜 이것도 스트레스인지... 그렇다고 리스트에 필요한 거 일도 없고, 그냥 한 번 와본 걸로 만족하려고 했는데 그 굳이 안 사도 되는 물건들을 무겁게 지고 나오면서 죄다 먹을 것... 아 의미 없다. 일본 다시와도 나는 돈키호테에 올 이유가 없다는 거, 그리고 여기다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는 걸 체감하며 그래도 한국에서 2500원 하는 코로로젤리 100엔 산 이 사실 하나 만족한다. 그래도 그냥 안 먹고 말란다. 앞으로는.


다시 신주쿠 역으로 돌아와 꼬치거리로 들어섰다. 빽빽한 일본의 뒷골목의 풍경이 좋아서 어디를 들어갈까 돌아보다 마침 단체가 일어서면서 자리가 텅 비는 가게로 입장했다. 사와나 하이볼 이런 거 한 번 마셔보고 싶었는데, 플럼 칵테일인가 무튼 사와 같은 거랑 주인이 추천하는 꼬치 5개들이를 주문했다. 마침내 옆으로 검지 한 마디만 한 바퀴가 나를 보고도 천연덕스럽게 머무르고 있다. 물수건으로 살짝 눌렀는데 그 뒤에는 어떻게 되었는지는 확인을 안 해서 모르겠다. 이미 꼬치맛은 날아감.. 바퀴를 봐도 전혀 안 놀라는 나지만 입맛은 음.. 술맛도 그냥저냥 꼬치맛도 내가 먹는 고기가 어떤 고기들인지 몰라 물어볼 용기도 안 나고 맛도 그냥저냥... 분위기 한 번 체험한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호스텔에서 준 과자를 벗 삼아 술은 그래도 다 비우고 나왔다.





도쿄 이제 반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날씨가 되었다. 호스텔도 들어왔더니 에어컨 돌아가서 깜놀... 벚꽃은 흩날리는 곳들 많음, 이번 주 지나면 이별일 것 같다. 도쿄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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